그동안 마셨던 커피들 되돌아보기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커피 관련된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떤 방식이든지 커피에 대해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Arabica vs Robusta’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겠지만 이게 바로 원두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먼저 드는 궁금함은 커피를 마시는데 이게 뭐가 중요하냐 일 것이다. 하지만 원두의 중요함을 알게 되면 이게 얼마나 커피에 대해서 모르고 하는 질문인지 인지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커피 맛을 결정짓는데 원두가 차지하는 부분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원두가 중요한 것일까?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커피가 과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는 건 가공이 다 끝난 까만 콩 형태의 원두여서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커피 열매는 체리와 같이 생겼고 이름도 '커피체리'로 불린다. 우리가 마시는 원두는 이 커피체리 속에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인 커피믹스의 성분을 유심히 보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은 접했을 수도 있는 이름일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커피의 품종을 말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커피의 원종과 품종을 말하는 내용이다. 생물학적으로 커피는 꼭두서니과- 코페아속에 속하는 과일이다. 나도 생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과-속-원종-품종이라는 단계별 구분이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둘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과-속-원종-품종' 중에서 우리가 많이 듣는 아라비카는 원종에 속하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원종 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코페아 카네포라(Coffea Canephora)이다. 그리고 이 밑으로 아라비카 원종 밑에 있는 품종으로는 티피카, 버번, 카투라, 카투아이, 마라고이페 등등 상당히 많은 품종이 존재하지만 카네포라 원종 밑에 있는 품종 중 커피로써 상품성이 있는 것은 로부스타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원종인 아라비카와 품종인 로부스타로 대응을 시켜 비교를 하면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라고 한다.
가장 쉽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맛을 보면 된다. 하지만 실제 커피를 마시는 환경에서 이 둘을 마시면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커피를 배우게 되면서 처음으로 이 둘을 비교하면서 마시게 되었다. 마셔 본 느낌은 아라비카는 기존에 카페에서 많이 마시던 다양한 향과 산미가 좋은 커피의 맛이, 로부스타는 구수한 숭늉의 맛이 느껴졌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필터로 추출한 로부스타 커피는 절대 돈을 주고 카페에서 사 먹을 맛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향미 거의 없고 구수한 맛에 무거운 바디감과 쓴맛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약간의 흙 맛도 느껴져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게 말한 것처럼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맛을 볼 일도 없으니 눈으로 볼 수 있는 외관 상의 차이를 말해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가 로부스타보다 원두의 형태가 좀 더 타원형에 가깝고 가운데 갈라진 부분(센터컷)이 더 깊게 보인다는 점이다. 더 쉽게는 둘 원두를 놓고 봤을 때 과자 '죠리퐁'과 더 비슷하게 생긴 게 로부스타 원두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다른 면으로 보면 이 둘의 카페인 함량과 재배환경/수확량을 비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라비카와 비교해서 로부스타가 카페인 함량이 더 높고, 이런 이유로 병충해에 더 잘 견딜 수 있으며 그래서 더 낮은 고도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더 높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유를 생각하면 로부스타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이 생산이 되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생산량은 아라비카가 6 : 로부스타가 4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nd Wave(스타벅스를 중심으로 한 에스프레소의 대중화)를 거치고 3rd Wave(스페셜티 커피 중심으로 한 커피 소비 흐름)이 진행되면서 상품성이 높은 아라비카의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기준으로 한다면 소비되는 커피의 비율은 전 세계의 생산량 비율과는 다르게 아라비카 1 : 로부스타 9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너무나 쉽게 예상이 되겠지만 한번 맛을 보면 끊을 수 없다는 '믹스커피'의 어마어마한 소비량 때문이다. 커피의 카페인과 쓴맛 그리고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 로부스타 원두를 써서 만드는 이 인스턴트커피 시장이 아직은 국내 시장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 있다. 암튼 위에서 맛을 언급했듯이 지금의 3rd wave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아라비카 원두이고 원두가 커피를 만드는 물을 제외한 유일한 재료이기에 커피에서는 이 원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나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원두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온갖 영어로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갑자기 읽기 싫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너무 자주 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싶다. 어느 산업이나 그렇겠지만 원두 쪽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원두를 표시하기 때문에 규칙만 인지한다면 어느 정도 카페에 적혀 있는 원두의 설명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두 표시 규칙]
* 생산 국가 (ex. 에티오피아, 케냐, 콜롬피아 등등)
* 생신 지역 또는 농장 이름 (가끔 생략하는 경우도 있음)
* 품종 이름 (ex. 티피카, 버번, 카투라, 카투아이 등등)
* 프로세싱 방식 (ex. 내추럴, 워시드, 세미 워시드, 펄프드 내추럴 등등)
일단 이 규칙을 기억하고 다음에 카페에 가게 된다면 원두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러면서 맛을 한 번 음미하면 뭔가 다른 맛이 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렇다면 당신은 커피의 세계로 입문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 사진-연남동 <펠른 Perlen> 사이폰 추출의 싱글 오리진 커피와 색다른 디저트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