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natural vs washed
커피 품종과 열매에 대한 이해가 조금 생기고 나면 그다음 궁금해지는 것은 커피체리 안에 있는 원두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 이다. 좀 더 있어 보이게 말하면 원두 가공 방법, 프로세싱(process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processing에 들어가기 전에 커피 열매의 구조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머릿속으로 가을이면 먹을 수 있는 복숭아를 떠올리면 된다. 가장 바깥에 외피(과일 껍질)가 있고 그다음 과육(pulp), 씨앗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에 끈적하게 붙어있는 점액질, 씨앗을 감싼 딱딱한 껍질인 파치먼트(parchment), 원두를 감싼 얇은 막(silver skin) 그리고 원두(bean)로 구성이 된다. processing은 커피체리 안에 가장 안쪽에 있는 원두를 꺼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껍질을 까서 씨앗 안의 원두를 꺼내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이 과정에 따라서 커피맛의 차이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게 나고 이게 원두의 가격을 결정짓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필터 커피를 또는 싱글 오리진(단일 품종)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원두를 설명할 때 여러 가지 정보를 이야기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어느 나라의 원두인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원두를 생산한 농장 이름(또는 지역 이름)그리고 원두의 품종을 설명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이걸 생략하고 가공방식이 내추럴인지 워시드인지 말을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서 나오는 내추럴과 워시드가 가장 대표적인 원두 가공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여기서 이게 왜 중요할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가장 간단한 차이는 커피 맛에 상당한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특징을 비교하자면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된 원두는 복합적인 향미와 단맛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향을 지니고 이에 반해 워시드는 산미와 꽃, 과일과 같은 향미 그리고 클린컵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잠깐 용어 설명을 하자면 ‘클린컵’이라는 용어는 ‘맛이 깔끔하다’는 의미로 잘못 알고 있는 커피 애호가들이 종종 있는데 이 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향미가 선명하다’라는 의미이다. 다시 두 프로세스의 특성으로 돌아가면 이 둘의 향미의 차이는 프로세싱 과정의 차이를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오래되고 많이 사용하는 내추럴 프로세싱은 커피체리를 수확한 후 물이 담긴 수조에서 1차로 세척을 하고 이때 물 위에 뜨는 덜 익은 커피체리를 걸러내고 세척이 끝난 것을 파티오라는 쉽게 생각하면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에 펴서 말리는 형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걸 생각하면 된다. 다만 커피체리가 골고루 잘 건조기 되고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이 주기적으로 뒤집어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원두에 수분함량이 10~13%가 될 때까지 건조를 하는 방식이다. 건조가 완료가 되면 원두를 배에 실기 전에 원두를 꺼내는 공정을 거쳐서 최종적인 원두를 가공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과육이 있는 상태로 건조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과육에 있는 다양한 향이 원두에 스며들고 여기에 과일의 당분 성분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가는 효과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커피의 향미가 복합적이고 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작업의 프로세스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바닥에 커피체리를 그대로 두고 건조를 하기 때문에 체리가 썩는 경우가 있고 흙냄새가 원두에 스며들어서 커피를 마실 때 인 좋은 향미를 느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일부 농장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물망으로 된 곳에서 건조를 하면서 땅과의 접촉을 막고 공기가 잘 통하게 해서 더 좋은 내추럴 프로세싱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과 비교해서 더 많은 장비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이 방식은 그만큼 생산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또 다른 프로세싱 중 하나는 중남미 커피 농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워시드 프로세싱이다. 단어에서 의미하듯이 무언가를 씻어내는 과정이 들어간 방법이다. 이 무엇이 바로 커피체리의 과육을 벗기면 나오는 파치먼트에 붙은 점액질이다. 먼저 수확된 커피체리를 세척을 하고 기계를 사용해서 과육을 벗겨내고 점액질이 묻어 있는 파치먼트 상태의 원두를 수조에 담아서 발효를 시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점액질을 제거하게 되는데 몇 번의 반복적인 세척을 통해 이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가 되고 이제 이걸 건조대에 평평하게 펴서 건조를 시키는 것이다. 이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식을 washed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때도 내추럴 프로세싱의 건조 방식처럼 사람이 지속적으로 원두를 뒤집어 주는 작업을 하고 수분이 10~13%가 될 때까지 건조 작업이 진행된다. 잘 건조된 원두는 파치먼트 상태에서 보관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헐링(hulling)이라는 파치먼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서 원두 상태로 포장되어서 배에 실려 주문자에게 전달이 된다. 방식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여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여러 번의 세척이 필요해서 상당량의 물도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점액질을 씻어낸 물은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어서 이를 처리하는 별도의 과정도 추가된다. 이런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프로세싱을 택하는 데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인데 그건 여러 과정을 통해서 원두의 퀄리티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 이렇게 가공된 원두는 일반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기 때문이다. 워시드로 작업된 원두는 산미가 강하고 꽃과 과일의 향미 그리고 선명함이 좋은 클린컵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두 방식을 알게 되면 두 방식 중 어느 것이 좋으냐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워시드 프로세싱을 거친 원두가 더 가격이 높고 좋은 원두라고 여겨졌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이 확산되면서 내추럴 프로세싱을 사용하는 농장의 개선된 건조 방식으로 가공된 내추럴 가공 원두가 더 높은 가격과 평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맞는 답일 것이다. 다만 가공 방식을 알고 이를 기준으로 본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가는 게 커피를 즐기는 더 좋은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방식의 중간에 있는 프로세싱을 지역이 따라 다르게 부르기는 하지만 보통 펄프드 내추럴, 세미 워시드 또는 하니 프로세스라고 부른다. 다 같은 방식으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커피체리에서 과육을 벗기고 점액질이 파치먼트에 남아있는 형태에서 아프리칸 배드라는 땅에서 일정 높이 떨어진 그물망에 펴서 발효와 건조를 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두 방식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해서 고안된 프로세싱으로 복합적 향미와 단맛, 산미 그리고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점액질이 있는 상태로 건조를 하기 때문에 건조하는데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원두 품질의 균일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원두 가공 방식이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방식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켜서 발전한 것으로 보면 된다. 간략하게 요즘 보이는 방식을 소개하자면,
* CM(carbonic maceration) : 발효 과정에서 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와인 발효 방식에서 차용한 프로세싱
* 무산소 발효(anaerobic) :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원두를 발효시켜서 원두 자체 내부 반응으로 더 다양한 향미를 확보하기 위한 방식
* 콜드 프레스 : 수비드 요리 방법을 차용해서 저온의 물에서 진공 포장된 상태의 원두를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저온에서 서서히 발효가 진행되는 방식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모두 커피 원두에서 더 좋은 그리고 더 많은 향미를 그리고 이에 맞는 가공방식을 찾아가는 시도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다음에 카페에서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꼭 원두 가공 방식도 같이 확인해 보고 마시기를 추천한다.
* 사진-망원동 카페 <604 Seoul>의 Flat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