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Div Jun 22. 2020

생각보다 복잡한 Roasting 이야기...

‘배전’이란 말은 이제 그만...

 이번 이야기는 어쩌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따로 떼어서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작은 제목에도 살짝 언급했듯이 '배전'이라는 말을 이제는 그만 썼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다. 이 '배전'이라는 용어가 바로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커피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퍼지기 전일 때 커피 관련한 많은 서적들이 우리보다는 커피 문화가 더 발전된 일본에서 번역한 커피 서적을 가져와서 다시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서 넘어온 단어이다. 'Roasting'이라는 단어를 일본에서 '배전'이라는 한자로 표기하고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이다. 로스팅이라고 그대로 표현을 해도 의미가 잘 전달이 되는데 잘 알아듣기 힘든 한자어인 배전이라는 단어를 그것도 일본어에서 온 것을 굳이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 여기에 강도를 나타내는 한자까지 합쳐져서 '강배전', '중배전', '약배전'이라는 용어도 사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이 한 번 들었을 때 너무나 이해가 안 가는 용어여서 'Roasting'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너무 서론이 길었던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카페를 자주 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부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만들어 놓은 강한 쓴맛에 길들여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처음 이러한 세컨드 웨이브가 들어온 배경 자체가 미드 <sex and the city>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의 세컨드 웨이브가 기존의 커머셜 커피가 주도하던 퍼스트 웨이브를 변화시키는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커피 문화였고 이를 주도했던 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였지만 이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약간의 왜곡이 있었고 그게 어쩌면 커피맛보다는 트렌드를 앞서 나간다는 의미가 더 컸던 게 아닌가 한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서드 웨이브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커피의 맛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더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가 만들어낸 기이한 흐름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이런 흐름의 영향으로 커피는 쓰고 바디감이 무거워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어쩌면 여전히 로스팅의 이야기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입맛에 맞는 그리고 커피 안에 있는 수 만 가지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려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로스팅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스팅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그린빈(초록색의 원두) 상태의 원두를 로스터에 넣고 열을 가해서 볶는 과정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커피 안에 있는 향미가 더 잘 나올 수 있도록 원두를 가공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된다. 열을 가할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로스터이고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로스터리 형 카페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로스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이는 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단 구분이 된다. 물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서 열이 전달되는 ‘전도’, 공기와 같은 유체를 통해서 열이 전달되는 ‘대류’, 그리고 열을 가지고 있는 물체가 뿜어내는 열기에 의해서 전달이 되는 ‘복사’ 이렇게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안정적인 열전달을 위해서 대류형 로스터인 열풍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로스터의 구성은 원두가 투입되고 골고루 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돌아가는 원통형 드럼이 있고 그 안에 원두를 계속 섞어줄 날이 들어있다. 그리고 열을 전달할 열원이 있고 드럼 안에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와 로스팅이 완료된 원두가 드럼에서 나오면 추가적인 로스팅이 되지 않도록 빠르게 열을 시키는 냉각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원두에 열을 가하는 이유는 원두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원두 안의 향미를 물과 접촉시켜서 그 안에 있는 향미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게 해야 하는데 로스팅이 안된 그린빈 형태의 원두는 물과 접촉을 하기에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를 열을 가해서 다공성 구조로 변화시키는 게 1차적인 이유이다. 나머지 이유는 열을 가해서 원두 안의 성분들이 화학반응을 하고 이를 통해 향미 성분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열을 가하는 시간에 따라서 이 발현되는 향미 성분이 각각 다른 순서로 나오게 되는데 신맛이 가장 먼저 그다음이 단맛 그리고 마지막에 쓴맛이 나오게 된다. 발현되는 강도와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로스팅을 짧게 한 경우 신맛이 두드러지고 조금 더 긴 시간 로스팅하면 신맛이 줄어들고 단맛의 강도가 상승하게 된다. 더 길어지면 산미는 거의 없어지고 쓴맛이 두드러지는 성향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서 다른 향미가 나오기 때문에 로스팅을 할 때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향미와 내가 목표하는 원두의 향미를 고려해서 로스팅 시간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과일향과 플로랄 한 향미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워시드 원두를 로스터 안에 넣고 긴 시간 동안 열을 가한다면 이런 향을 커피에서 맛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로스팅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변하는 원두의 상태를 관찰하고 로스터 안의 온도를 체크하면서 진행을 하게 되는데 사진에 있는 원두들이 각 단계별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린빈 형태로 드럼에 투입이 되면 원두에서는 수분이 열에 의해서 건조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다음 서서히  색이 변화하면서 옐로우 단계가 되고 조금 더 갈색이 진해지면서 시나몬 단계를 거친다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원두는 크기가 계속 작아지고 쪼그라드면서 주름이 생기게 된다. 계속 열을 가하면 갈색이 짙어지고 원두 안에서는 화학반응으로 가스가 생기고 이로 인해 원두 안의 압력이 상승하게 된다. 이 압력을 더 이상 원두가 견디기 어려워지면 원두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센터컷(원두의 가운데 갈라진 부분)으로 분출하게 되면서 1st crack(1차 크랙)이 일어난다. 이때 드럼 안에서는 팝콘이 터질 때 나는 소리 같은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나고 이게 활발하게 나는 시간과 온도를 1차 크랙의 정보로 기록하게 된다. 원두는 센터컷이 갈라지면서 부피가 커지게 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원두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1차 크랙이라는 표현 대신 ‘1 팝’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고 한다. 아마도 말 줄이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언어습관 때문이 아닐까 한다. 1차 크랙이 끝나고 나면 다시 드럼 안의 소리는 조용해지고 원두는 계속 열을 받아서 온도가 상승하고 그러면서 처음 건조 단계에서 생겼던 주름이 펴지면서 부피기 계속 상승하고 색깔은 점점 더 어두운 갈색으로 변해간다. 원두 안에서는 계속해서 이산화탄소가 쌓여가고 이게 다시 한번 '타닥타닥'하는 소리를 내면서 원두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게 2nd Crack(2차 크랙), 업계 용어로는 '2 팝'이 발생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원두에 더 열을 가하면 원두안 셀의 격자 구조가 무너지면서 그 안에 있던 오일 성분이 흘러나오게 된다. 매장에서 이렇게 로스팅을 많이 한 짙은 갈색의 원두를 보면 원두가 번들거리는 걸 볼 수가 있는데 이게 커피 오일이다.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주로 싱글 오리진을 사용하고 있고 커피의 다양한 향미를 즐기기 위한 목적 때문에 1 팝과 2 팝 사이에서 로스팅을 종료하는 게 일반적이다. 1 팝에 가까울수록 라이트 로스팅 2 팝에 가까울수록 미디엄 로스팅 2 팝이 넘어가게 되면 다크 로스팅으로 생각하면 된다. 싱글 오리진 커피의 과일향과 꽃향기 등의 가벼운 향미와 산미 등이 가장 먼저 열에 의해서 발현되기 때문에 원두의 특성에 맞게 라이트에서 미디엄 로스팅 사이에서 로스팅을 마무리하게 된다. 너무 라이트 로스팅일 경우 산미가 너무 강해서 이런 산미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어려운 향미일 수 있다. 다크로스팅은 주로 에스프레소 용으로 사용하는 블랜드 원두에 사용되는데 이는 기본적인 바디감과 다크 초콜릿 향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스팅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면 원두의 로스팅 정도만 보고도 이 원두가 어떠한 향미를 지향하는지 예상을 할 수가 있다. 다음에 카페에서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원두를 그라인더에 분쇄하기 전에 색을 관찰해 본다면 커피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보다 중요한 원두 이야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