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친구 같은 신촌 카페 <Summit.Culture>
요즘 들어 아니 조금 시간이 지난 것도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카페 투어를 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로 카페에 가고 커피를 마시지만 개인적으로 카페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좋고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잠깐 언급했듯이 요즘 카페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게는 ‘사진 맛집’이라고 하는 이쁜 인테리어를 아니면 이쁜 시그니처 메뉴나 디저트가 있는 곳이 카페 선정의 주된 이유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사람들마다 카페를 가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도 이런 고객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새로 오픈한 가게일수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카페의 사장님 (대부분이 오너 바스타이긴 하지만) 또는 바리스타 분들이 보여주는 커피를 대하는 자세, 생각, 마음가짐 같은 어쩌면 약간은 다른 부분이다. 외관만 보고 어떻게 이런 걸 파악할 수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대부분의 카페가 다 SNS를 운영하고 있고 그곳에 적힌 글과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카페는 신촌의 안쪽 골목에 숨어 있는 <Summit.Culture>라는 (줄여서 써밋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사려 깊은 오너 바리스타 분이 하는 작은 카페로 10년 가까이 상암동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했던 <커피 템플>에서 근무하던 바리스타 분이 나와서 1년 전 즈음 오픈한 매장이다. 이 곳의 모토가 ‘simplicity is delicious’인데 딱 이 말과 걸맞게 심플한 인테리어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템플>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상암동에 유일한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우승자가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10년 정도 상암동을 지키다가 다양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저가 정책을 앞세우는 중저가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 밀려 지금은 제주 매장만 운정 중이다. 카페 시장과 관련된 다른 글에서 이 이야기에서 다루려고 한다.)
써밋의 바리스타분은 혼자서 작은 매장을 운영하지만 작은 공간에 로스터기도 있고 직접 원두를 수입해서 로스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온두라스, 에티오피아의 좋은 싱글 오리진 원두를 맛볼 수 있는데, 이곳에 가면 꼭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를 마셔 보길 권한다. 좋은 싱글 오리진 원두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느낌의 산미와 플로럴한 향미와 적절한 단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도 훌륭한데 바리스타 분의 철학이 담긴 네이밍인 Sherpa(안내자)라는 이름의 블랜딩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달콤한 캐러멜, 다크 초콜릿향에 묵직한 바디감으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밀크 베버리지와 질 어울리는 향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달콤하고 시원한 커피를 원한다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paramount’도 추천하고 싶다. 아인슈페너 메뉴이지만 이름에 걸맞게 높은 산에 눈이 쌓여있는 느낌을 잘 살린 달달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커버 사진의 오른쪽 커피)
[써밋의 이쁜 디저트들]
이곳은 커피보다 이쁜 디저트로 SNS에 유명한데 사장님이 직접 베이킹을 하는 것이다. 사장님이 항상 커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디저트가 더 유명해지고 있는 살짝은 웃긴 상황이기도 하다. 암튼 커피와 잘 어울리는 맛있고 이쁜 디저트들도 즐길 수 있는 카페임은 분명하다. 디저트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적자면 너무 개성이 강한 맛의 디저트보다 커피의 향미와 잘 어우러지는 맛을 가진 디저트를 선호한다. 예를 들면 기분 좋은 산미를 더 보완해 줄 수 있는 이곳의 레몬 타르트 같이 말이다 그리고 바리스타 분이 젊은 시절을 음악 쪽 일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곳의 선곡 또한 감각적이다. 앰비언트 계열의 EDM부터 기분 좋아지는 재즈까지 독특한 선곡의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신촌에 들를 일이 생긴다면 조그만 골목에 숨어 있는 써밋에 꼭 한 번 들르기를 추천한다.
카페에 가서 이 집 커피맛을 확인하고 싶을 때 주문하는 개인적인 방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가 있다면 가장 먼저 주문. 가급적이면 향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음료로
2.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밀크 베버리지를 그다음으로 주문. 개인적으로는 라떼 보다는 에스프레소양이 더 많고 우유 양이 적은 플랫화이트로
3. 정말 커피를 잘 마실수 있다면 에스프레소를 추가로 주문해서 에스프레소 자체의 향미가 원두 설명에 있는 테이스팅 노트를 잘 표현하는지를 확인. 이러면 그 매장이 에스프레소 세팅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확인
물론 위에 적은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이고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나도 몇 년간 카페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개인적인 기준이 생긴 것뿐이다. 일단은 많이 마셔보고 향미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특히 바리스타 분과 대화를 나눠보려고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