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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n 25. 2020

어렵지만 재미난 커피 향미의 세계...

입맛은 선천적이지만 후각은 후천적?!

 커피를 마시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센서리(Sensory)라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미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예외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번에는 이 어렵지만 하지만 재미난 커피 향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센서리가 무엇인지 잘 감이 안 올 수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년 전 국내에도 큰 호응이 있었던 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만화에서 주인공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온갖 단어를 사용해서 외인의 향미를 표현하는 거 이게 바로 센서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어의 뜻 그대로 감각 기관을 사용해서 음식의 향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 중에서 미각과 후각을 사용하는 것이 센서리이다.


 작은 제목에도 살짝 언급했듯이 미각은 99%가 선천적이다. 이건 개인적으로도 참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걸 많이 먹어도 맛을 보는 감각은 좋아질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미각은 혀에 있는 맛을 보는 세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 이 맛을 보는 세포인 미뢰의 수가 선천적으로 정해진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맛을 볼 수 있는 맛은 총 5가지이고 이 다섯 가지 맛은 쓴맛, 신맛, 단맛, 짠맛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추가된 감칠맛이 있다. 이 감칠맛은 일본에서 처음 발견을 해서 추가돼서 Umami라고 영어로도 표현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운맛은 표현은 맛으로 해도 이는 맛이 아닌 통증이다. 맛은 혀에 있는 맛을 감지하는 세포인 미뢰를 통해서 감지가 되는데 이 미뢰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에 따라 혀에서 맛을 감지하는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예전에는 혀의 맛 지도라는 게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혀의 가장 앞에서 짠맛을, 혀의 중앙에서 단맛을, 혀의 가장자리에서 신맛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쓴맛을 감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맛 지도는 최근에는 사람마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본인의 맛지도를 파악하려면 약간의 노력을 드려야 한다. 이 약간의 노력을 드리는 김에 조금 더하면 미각 테스트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미각 테스트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신맛, 단맛, 짠맛의 용액이다. 각각 강도가 다른 3단계의 용액을 준비하고 이를 맛보고 맛과 강도를 기억하는 게 첫 단계이다. 미각 테스트는 맛과 강도가 다른 용액을 섞어서 10개의 컵을 만들어 준비하면 된다. 여기서 5개는 두 기지 맛을 나머지 5개는 세 기지 맛을 섞어서 준비를 한다. 그리고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맛을 본 시람은 10개의 컵에 대해서 어떤 맛이 있는지와 그 맛이 어느 정도의 강도 인지를 기록하면 된다. 채점은 맛을 틀릴 경우 -4점, 맛의 강도를 틀리면 -2점으로 해서 100점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한다. 86점이 넘으면 앞에서 선천적으로 맛을 보는 세포가 많은 시람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super taester’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장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78점 이상이면 맛에 대한 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전문적인 테이스터로 활동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말 점수가 낮아서 48점 이하가 되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봐야 하는 미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런 미각 테스트를 해서 본인의 감각을 한 번 체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미각은 선척적이지만 후각은 교육과 노력을 통해서 1,000배까지 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향미라는 말 자체가 맛과 향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선천적인 미각이 안 좋더라도 너무 실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향의 세계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서 쉽게 말하기에는 어렵다고 하겠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향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필자처럼 맛에 향에 대한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한 없이 어렵고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는 쉬울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을 미리 힐 필요는 없다. 후각은 상대적이고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만 반대로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글을 쓰면서도 계속 이 부분은 배우고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 부분이다.


 커피의 향과 관련해서는 와인과 비슷하게 아로마 키트가 존재한다. 커피에서 주로 맡을 수 있는 향을 모은 키트로 36개의 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처음 접하게 되면 무슨 향이 이렇게 많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4가지 계열로 구분이 되고 각 계열마다 3가지 그룹 그리고 그 그룹에 각 3가지 향이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기억을 하면 된다. 약간 양이 많아서 여기에서는 4가지 계열까지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그다음 자세한 센서리에서 다루려고 한다. 먼저 4가지 계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enzymetic 계열의 향으로 원두가 유기물이었을 때 가지게 되는 향들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꽃이나 과일 또는 허브 종류의 향이 이 계열에 속한다.

 두 번째는 sugar browning 계열로 단어의 뜻처럼 원두 안의 당 성분이 로스팅 과정에서 열에 의해 반응하면서 생기는 향들을 말한다. 커피에서 건과류나 캐러멜 또는 초콜릿 향미들을 느꼈다면 이 계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 번째는 dry distillation 계열로 이 부분은 단어에 대한 설명이 다 필요한데 추가적인 수분의 공급 없이 열을 가했을 경우 생기는 건열 반응으로 원두에서 나오는 향들이 이 계열에 속하게 된다. 스파이시한 향이나 식물이 열에 분해되어 나오는 진액 같은 느낌의 향들을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 계열은 커피의 향미에 부정적인 것들을 모아놓은 aroma taints로 흙냄새라든지 과일이 발효된 느낌 또는 기름 섞은 듯한 향들로 굳이 기억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불쾌한 향들은 결점이라고 알아두는 정도면 좋을 것 같다.


 향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을 하려는 이유는 이를 통해서 커피의 맛 표현을 하는 sensory가 진행되지만,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커핑에 필요하기 때문에 커피를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어렵지만 알면 알 수록 재미있는 파트여서 다음 글에서 아로마 키트의 향과 센서리가 커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다음 글까지 다양한 커피를 즐기면서 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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