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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n 28. 2020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소개(2)

스페셜티 커피의 high end 카페 <커피 그래피티 연남>

 ‘스페셜티 커피’ 하면 약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커피의 향미 때문인 것 같다.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에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주문하면서 산미가 없는 원두를 추천해 달라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맛은 개인의 기호이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상황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약간 어색한 정도랄까. 아무튼 이 익숙하지 않은 맛 중에 하나가 커피의 신맛이다. 여기서 한 가지 살짝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산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센서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급을 하겠지만 이 산미에 대한 부분은 미리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미하면 일반적으로 단순히 신맛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커피에서 말하는 산미는 단맛이 반드시 동반되는 ‘기분 좋은 신맛’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히 신맛만 존재하는 경우는 좋은 향미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극적인’ 또는 ‘날카로운’ 신맛으로 분류가 된다. 예를 들어서 레몬이나 자몽 같이 단맛이 거의 없고 신맛만 부각되는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스페셜티 커피는 신맛만 강하다는 약간은 잘못된 인식이 생겨서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는 연남동에 있는 카페 <커피 그래피티 연남>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 약간 안 좋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거나, 아직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스페셜티 커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원두인 ‘파나마 게이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카페가 처음 생길 때부터 유명했다. 소제목에도 썼듯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페셜티 커피의 하이엔드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처음 카페에 입장했을 때 약간은 고급진 인테리어와 읽기 힘든 다양한 원두의 이름과 생각보다 비싼 커피 가격에 살짝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원두 이름 때문에 너무 당황해할 필요는 없다. 이전에 쓴 글에서 설명한 원두 표기 방식을 참고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이것도 귀찮다면 이곳의 친절한 바리스타 분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정말로 자세하고 세심하게 원두에 대해서 그리고 본인의 커피 취향에 맞는 원두를 추천해 줄 것이다.


 이 곳을 스페셜티 커피의 하이 엔드 카페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좋은 품질의 원두를 현지 농장과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통해서 꾸준히 소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지의 커피 농장들과 꾸준한 신뢰 관계를 통해서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 중 하나인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농장의 구역을 나눠서 원두마다 특성에 맞게 재배와 가공을 진행하는 마이크로랏(micro lot) 방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원두 생산자와 구매가 간의 관계가 중요한데 그래피티 연남에서 이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이크로랏을 통해서 생산된 원두들 답게 게이샤 품종을 가지고도 다양한 향미를 가진 원두를 맛볼 수 있다. 근데 역시나 손이 많이 가는 재배와 가공 방식을 거친 원두이기 때문에 이 곳 카페의 커피 가격은 예상보다 살짝 높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페셜티 커피를 한 번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일부 원두들은 원두 가격이 워낙 높아서 이윤을 남기지 않고 원가 그대로 커피 가격을 책정해서 팔고 있다고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파나마 케이샤를 비롯해서 과일향과 플로럴 한 향미가 가득한 독특한 플레이버의 원두를 즐기다 보면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 대한 흥미가 더 생길 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이곳의 또 하나의 별미는 바로 커피 빙수이다. 메뉴명은 ‘그라니타’로 이태리식 빙수라고 생각하면 되는 메뉴인데, 아마도 SNS에 그래피티 연남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진 중 하나일 것이다.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이탈리아에서 들여왔다는 그라니타 전용 기계로 고운 얼음을 만들어서 찬 커피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산미의 커피 빙수를 맛볼 수 있다.


 연남동에 들를 일이 있다면 약간의 돈을 지불한다는 생각을 갖고 스페셜티 커피의 하이엔드 카페 <커피 그래피티 연남>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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