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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n 30. 2020

약간은 복잡하지만 알아둘 만한 커피 센서리와 커핑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일까?

 이번에 하려는 이야기는 지난 커피 향미에 관한 내용을 조금 더 다루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일지도 한 번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커버 사진에 있는 복잡한 도식들을 보고 너무 먼저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커피도 음식 중에 하나이고 입맛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본인 입에 맛있으면 그게 맛있는 커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커피도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업계 내에서 기준이라는 걸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 이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 대해서 조금은 복잡할 수 있지만 알아두면 좋을 수 있는 내용이라 약간만 그리고 내가 아는 만큼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난번 커피의 향미를 다룬 글에서 조금 더 나아간 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한다. 커피의 향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면 커피의 주된 향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데 이때 아로마 키트라는 것을 사용하게 된다. 커피에서 맡을 수 있는 주된 향을 모아 놓은 아로마 키트인데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르네 뒤뱅’이라는 제품이다. 36개의 향으로 구성된 이 아로마 키트에 있는 향에 대해서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향이라는 것은 사람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향을 맡아본 사람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개인의 경험에 따라 키트에 적혀 있는 향의 이름보다는 본인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향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아로마 키트에 있는 향을 기억할 때는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연계해서 기억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설명하는 아로마 키트를 맡았을 때 느낌도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거라서 본인이 직접 아로마 키트의 향을 맡으면서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먼저 원두가 식물이었을 때 가지는 향인 enzymatic계열은 크게 flowery, fruity, herbal 3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각 그룹마다 3가지 향미가 포함되는데 flowery에는 tea rose, coffee blossom, honey의 향이 있다. tea rose향은 다마스커스 장미향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미를 본 적이 없어서 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때는 여성의 향수에서 맡아본 꽃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었다. coffee blossom은 이름 그대로 커피 꽃에서 나는 향인데 이 또한 커피 꽃을 국내에서 볼 일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나에게는 쟈스민 꽃 향기가 나는 느낌이었다. 그다음은 honey인데 단어 뜻처럼 꿀 향을 의미하지만 이보다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flowey그룹은 상큼한 느낌의 꽃향을 베이스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 원두에 적힌 테이스팅 노트에 floral이 이런 느낌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 fruity 그룹에는 lemon, apricot, apple의 향이 있다. 이 그룹은 아로마 키트를 맡았을 때 쉽게 이 향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만한 향이다. 하지만 향미 표현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lemon의 향만 존재한다면 단맛이 없는 자극적인 산미일 수 있어서 원두에 대한 좋은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apricot은 살구향이지만 복숭아, 자두 같은 핵과류 과일의 향을 대표해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apple 향과 같이 청량하고 기분 좋아지는 산미의 향은 커피에서도 상당히 좋은 원두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여겨도 된다.

 enzymatic 계열의 마지막 그룹은 herbal인데 potato, garden peas, cucumber 향이 여기에 포함된다. potato 향은 쉽게 감자칩 스낵에서 맡을 수 있는 감자 향이다. garden peas도 자주 맡아본 완두콩 냄새 그대로이고 cucumber도 오이비누에서 맡아본 오이향 그대로이다. 커피에서는 시원한 느낌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아직 이런 느낌을 커피를 마시면서 느껴보지 못해서 정확히 전달할 수 없어서 아쉽다. 이 herbal그룹의 향들은 단독적으로 강하게 나면 커피에서는 부정적인 향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향과 합쳐질 때 향미를 더 풍성하게 하는 배역으로 치면 조연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원두 안의 당 성분이 로스팅 과정에서 열과 반응하면서 나오는 sugar browning 계열의 향으로 nutty, caramelly, chocolaty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nutty 그룹에는 roasted almond, roasted hazelnut, walnut향이 포함된다. 다 쉽게 맡아볼 수 있는 향이어서 아로마 키트를 맡으면 바로 무슨 향인지 떠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walnut의 향은 호두마루 아이스크림 향이 바로 떠올랐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커피 맛 표현을 할 때 nutty 하다는 표현은 견과류 껍질의 떫은 느낌의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향미인지 표현을 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구운 아몬드라든지 피칸 향이 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caramelly 그룹은 fresh butter, caramel, roasted peanut향으로 나눠진다. 이전의 nutty 계열보다는 조금 더 달콤하고 묵직한 향들이 포함된 그룹이다. fresh butter는 용어 그대로 신선한 버터가 녹을 때 나는 향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향을 맡아보지 못해서 그 보다는 약간은 시큼한 플레인 요거트에서 맡아본 향의 느낌이었다. caramel은 설탕을 녹일 때 달콤한 향을 떠올리면 된다. roasted peanut도 쉽게 향을 떠올릴 수 있는 구운 땅콩의 고소한 향이다. 커피에서 단맛의 향미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chocolaty 그룹은 약간 더 무겁도 약간은 향신료 느낌이 나는 향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vanilla는 단어 그대로의 익숙한 향이 난다. 화이트 초콜릿 느낌도 같이 났다. 다음 toast는 탄수화물이 불에 구워질 때 나는 달콤한 향인데 개인적으로는 누룽지에서 나는 구수하면서 달달한 향이 느껴졌다. 마지막 dark chocolate도 쉽게 떠 올릴 수 있는 진한 초콜릿의 향이다. 나에게는 잭다니엘 같은 블랜드 위스키의 향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향이었다. 커피 맛을 볼 때 chocolaty 그룹의 향은 단맛을 가지고 있는 원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향들이어서 나중에 커피를 마셔볼 때 향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은 원두에 수분의 공급 없이 열을 계속 가했을 때 나오는 dry distillation(건열 반응) 계열의 향미들이다. 건열 반응이라고 하면 좀 이해가 어려운데 열을 계속 가했을 때 식물 세포의 셀 구조가 무너지면서 그 안의 향미 성분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resinous(진액이 있는) 그룹은 cedar, black current-like, maple syrup으로 구성된다. resinous의 단어 뜻에 맞게 식물의 진액에서 느껴지는 향들인데 cedar는 말 그대로 삼나무 향이다. 개인적으로는 남자 향수나 사우나에서 나는 히노키 나무 느낌과도 비슷했다. 여기서 하나 주의할 게 나무향이지만 woody로 표현되는 건 나무껍질의 안 좋은 향을 의미하고 cedar는 나무 느낌이 나지만 좋은 향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음 black current-like은 단어 뜻은 블랙 커런트 과일과 비슷한 향인데 개인적으로 블랙 커런트를 보거나 먹어본 경험이 없어서 개인적 느낌은 인삼에 나는 향이 났다. 아니면 약간은 풍선껌에서 다른 향미를 뺀 껌의 향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maple syrup인데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메이플 시럽의 향은 당 성분을 같이 녹인 거라서 이것보다는 단향이 적고 메이플 나무 냄새가 난다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spicy그룹인데 이건 향신료 느낌의 향들인데 조금은 자극적인 느낌이다. clove-like(정향)은 직접 이 향신료를 맡아봤으면 쉽게 알아맞힐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 음식을 먹을 때 팔각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pepper(후추)와 coriander seed(고수 씨앗)이 나머지 두 개 향인데 향미 이름 그대로 후추와 고수에서 느껴지는 향이다. 이런 spicy그룹의 향은 단독적으로 너무 두드러지면 향미에 마이너스가 되겠지만 약간의 뉘앙스를 주는 정도로 커피 향미에 들어 있다면 커피의 전체적 향미를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어 주는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 그룹은 pyrolytic(열분해에 의한) 그룹으로 malt, pipe tabacco, roasted coffee 향으로 구성된다. 이 향은 로스팅 시 열을 길게 사용하는 다크 로스팅 원두에서 느낄 수 있는 향 들이다. malt는 곡식을 증류했을 때 나는 향으로 독한 위스키에서 나는 향과 비슷하다. 다음은 pipe tabacco는 담배 잎에서 나는 향이고 roasted coffee는 커피를 다크로스팅을 했을 때 황 성분의 가스가 나오면서 나는 향으로 커피 향에 약간의 황의 톡 쏘는 냄새가 같이 나는 느낌이다.


 여기까지가 아로마 키트에 있는 커피에서 나는 향 36개 중 좋은 의미의 27개의 향이다. 나머지 9개는 결점이 있는 향미를 모아둔 계열로 aromatic taint라고 부른다. earthy(흙 주변 향들), fermented(과발효된 안 좋은 향들), phenolic(방향족 계열의 향들)인데 앞이 그룹부터 짧게 집고 넘어가면 earth(흙냄새), straw(풀 냄새), leather(가죽 냄새) / coffee pulp(커피 과육으로 과일 상한 냄새), basmati rice(태국 쌀 냄새로 원두가 내부까지 고르게 로스팅되지 않을 때 나는 비릿한 향), medicinal(약에서 나는 냄새) / cooked beaf(요리된 소고기 향인데 오래된 육포에서 나는 안 좋은 향), smoke(연기 냄새, 로스팅 과정에 타서 나는 향), rubber(고무 냄새)가 있다. 기본적으로 모두 결점 향미이기 때문에 맡았을 때 기분은 좋지 않지만 쉽게 구분이 가능할 수 있어서 향을 외우기에는 편하기는 하다.


 여기까지 긴 글을 읽었으면 이게 커피 마시는데 왜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할 것이다. 맞다. 커피를 마시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기준을 잡으려는 이야기를 하는 ‘커핑(cupping)’을 하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라서 조금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길게 적은 것이다.


 이번 글에 커핑도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향미 이야기로 너무 길어져서 커피의 맛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커핑에 대해서는 다음 글로 넘기려 한다. 그동안 위에 이야기한 향미들을 생각하면서 커피를 마셔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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