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버스에 타는 일.

2023년 12월 2일 / 토요일 / 날씨: 패딩이 점점 길어진다.

by 아트필러

항상 버스를 타면 공중에 떠서 움직이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집에서도 사실 바닥에 발을 딛고 있다지만

공중에 떠서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어제 버스에서 기사님이 버럭 화를 내셨다.

승객이 어디로 가냐고 여러 번 물었던 모양이다.

안 간다고요!!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기사님의 짜증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사소한 것에 곧잘 답답해하거나 짜증을 내니까.

그 승객이 느꼈을 무안함도 느껴진다.

나도 그런 날이면 하루에 검은 물감이 잔뜩 튄 기분이 드니까.


신기한 건 그 뒤 버스도 성을 내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도 브레이크도 모두

잔뜩 화가 나 있다.

기분 나쁜 콧김을 내뿜으며

신경질적으로 달린다.


공중에 떠있는 의자에서

그 분노의 진동이 느껴진다.


내 주변의 물건들이

나의 감정에 물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산뜻하고 기분 좋은 색으로 칠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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