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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종윤 May 12. 2020

흑인 노예 출신 예술가

빌 트레일러와 셰넌

한 노인이 버려진 연필과 골판지를 이용해 구석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있다. 

그 노인의 이름은 빌 트레일러.. 흑인 노예 출신이었다. 글을 읽거나 쓰는 법을 전혀 몰랐던 그는 평생을 몸 담았던 농장과 춤을 추는 사람들을 골판지에 주로 그렸는데 당시는 1930년대 미국 인종차별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으며 흑인이었던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산다는 것은 기적과도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1939년 6월 한 백인 남성(찰스 셰넌)이 길을 지나다 우연히 빌 트레일러의 그림을 보게 된다. 

셰넌은 트레일러의 선입견 없이 순수하면서 때 묻지 않은 작품성에 매료됐고 그 이후 작품을 좋은 상태로 보존해주기 위해 꾸준히 작품을 구매함과 동시에 작업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브러시와 종이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셰넌의 호의 덕분에 트레일러는 꾸준하게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고 트레일러는 고마운 마음에 셰넌을 위한 작품을 자주 그렸다고 한다.



트레일러는 셰넌의 제안으로 총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아쉽게도 그 두 번의 개인전 모두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흑인 노예 출신이었던 그가 화가의 타이틀을 달고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게 되면서 셰넌은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고 트레일러는 거리를 떠돌다 9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빌 트레일러가 사망하고 25년 뒤인 1974년 전쟁터에서 돌아온 셰넌은 수소문하여 트레일러의 작품을 수집하였고 그로부터 5년 후인 1979년 그의 3번째 개인전을 열게 된다. 3번의 도전 끝에 79년 전시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으며 이 사건 이후로 빌 트레일러는 대표적인 아르 뷔르트(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 예술가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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