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오른다 May 28. 2024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은행나무 출판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 공간과 삶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인터뷰 방식이고 작업실과 작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와있다. 일상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인터뷰어는 창의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작가들에게 묻지만,

그림책 작가로서 갖고 있는 신념들, 삶의 방식, 반복되는 훈련들이 답변 속에 묻어 나온다.

이 책 한 권이면 자유로우면서도 성실한 작가들의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관찰하는 힘은 어떻게 길러질까? - 조엘 졸리베

"어린 시절 부모님과 영화를 보고 나면 감상평을 나누고, 이해되지 않을 때는 자료를 찾아보았다. 

내가 만난 세계들을 어떻게든 붙들려고 노력했다."



부모의 취향을 닮은 작가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영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 자료조사를 많이 하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소화하고 판단하면서 보려고 하는 것은

관찰력과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첫걸음이라고 얘기한다.




관찰력을 키우는 훈련.

수십 년째 카페, 지하철에서 관찰 크로키를 해옴.

연극, 전시 등을 본 후 기억나는 요소를 스케치로 되새김질하기.

관찰 거리가 많은 그림책에는 그림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상상력을 발휘시킨다.

멈추어서 바라보기. 







상상을 시각화하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까? - 키티 크라우더 

"아이들은 타고난 상상가들이다. 

상상력이 별로 없어 보이는 아이는 실은 자기 상상을 믿지 못해 발설하지 않는 것이다."



창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독특하고 훌륭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라는 목표의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유일한 창작의 목표는 기쁨이다. 그리고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자연의 요소, 그 밖의 것들이 얼마나 무한한지. 

흘려보내고 있는 것들에게 생각을 펼치는 과정에서 영감과 만나게 된다.








공감이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 - 올리비에 탈레크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마음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낡은 생각을 벗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할 수 있다.

아이의 즉흥성과 원초적인 창작 에너지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은 상업화된 그림 노트나 색칠공부를 피하고, 

지금 느껴지는 기분을 빈 종이에 표현하는 것이다. 

나를 놀라게 하는 무언가와 만나야 생각이 열린다. 몰랐던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여행'에서 나는 영감을 많이 얻는다."




그에게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도약하는 동력으로서의 공감이다.

창작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가이다.

기사 내용을 함축해 이미지 한 장으로 설명하는 신문, 잡지의 삽화는 요약하는 힘, 짧고 강렬한 스토리텔링 감각을 배울 수 있다.

작가는 대여섯 살 무렵의 아이들에게 원초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말한다.

붓은 가능성이 열린 도구이며,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찾고자 하는 감성, 손짓을 그 무렵 아이들이 가지고 있으니 붓을 마음껏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찰은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 길, 지하철, 카페 어디서나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한다.

자기감정을 잘 알아야 누군가에게 공감을 느끼는 일도, 그것을 해석해 창작하는 일도 가능하다. 

공감 능력은 상상에 숨을 불어넣고 생각에 디테일을 더한다. 


공감 능력을 훈련하는 방법

새로 나온 책, 영화, 연극, 전시를 챙겨본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해 상상하게 만드는 좋은 예술에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게 도움이 된다. 







상처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승화한 그 - 클로드 퐁티

"상상은 현실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설명이다.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과 관점이 무척 다양할 수 있는 이유다."


어두웠던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산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난관을 통과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언제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수정하고 진화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어릴 적 옛날 사전에서 영감을 얻곤 했듯이 현재도 영감이 필요할 때 옛날 사전을 읽는다. 

옛날 사전을 보면 현 사회의 관습과 규칙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동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흥미롭다.

"사회 안에서 동심이라는 단어가 '호기심이 많다','질문을 많이 한다.','순수하다.'등으로 통한다는 걸 알지만, 어릴 때 마음 따로 어른이 된 후 마음 따로인 것처럼 구분 짓는 건 좋지 않은 고정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떻게 오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성을 펼칠 수 있을까? - 세르주 블로크

"유희하는 마음은 여유를 낳고, 여유는 작은 용기를 낳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 매일 정육점으로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나오는 '반복'에 대한 태도를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여러 육체노동과 포르투갈 여행에서의 경험은 창의성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작은 용기 내기 습관'을 들이게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 앞에서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여전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냥 묻어버리고 다음 작업 생각만 하는 것이다. 또 좋은 방법은 남들이 하는 것을 보지 않는 것이다.



창의력에 대한 조언 

호기심을 잃지 말 것, 열려 있을 것, 늘 같은 방식으로만 생각하지 말 것,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것, 자신에 대한 확신을 두려워할 것.

단, 즐거움을 놓치지 말 것,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는 게 삶의 본질이다. 








받아들임의 자세 - 벵자맹 쇼

"자신 안에 숨어있는 내밀한 목소리를 창작의 동력으로 바꾸는 힘,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개성을 불어넣는 힘은 사실 우리의 결점 안에 있다."



자신의 본 바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온전함'이 창의성의 기본이다.

벵자맹의 크로키 노트는 '노동'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반복해 그린 그림들이 빼곡하고 그중 하나를 깨끗한 종이에 그려 책에 사용한다.

그리 대단치 않은 작은 행위를 끈기 있게 반복해 목적지에 도달한다.

상상한 내용을 시각화하는 능력은 결국 끈기 있게 도달하려는 목적을 갖고 관찰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방해하는 건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이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의 목표는 내가 소장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 스스로 기쁘게 하는 것. 







창의력과 심심함, 둘의 상호작용 - 에르베 튈레

"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아이에게 창의적인 재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긍정의 추임새는 아이의 상상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읽는다는 행위를 '몸으로 느끼며 체험한다.'로 정의한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알아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재미를 찾는다. 지금도 작가는 심심함과 시간의 공백을 좋아한다. 

진실이 묻어나는 진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넓히는 능력을 기른다.








창의력이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불편과 막막함을 견디는 자세 - 안 에르보

"몽상은 창조적인 사고를 키워내는 둥지다. 몽상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오래 보고, 이면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다.

영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질문을 받으면 나는 몽상하며 온다고 답하고 싶다."



선택하고 버릴 줄 알아야 정신이 중심을 잡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아이디어가 생각난다면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두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상태를 갖는 것이다.

작가에게 은유는 실체가 있는 단단한 존재. 이를테면 나무, 커피포트 등을 닻으로 삼아서 추상적인 사유를 묶어두는 작업이다. 

- 눈에 보이는 물건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창의적이란, 자기만의 과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과정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시간표 - 아치카와 사토미

"여행지에서의 그들에 삶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큰 행복과 영감을 얻는다."



여행지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장면을 직접 그림을 그려 수집한다.

20대에 떠나온 프랑스에서 70여권의 책을 내고 있는 작가.

작가는 여행을 하며 기록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짓는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때는 남들이 해주는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내 안에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 내가 좋은 이유면 충분하다. 








자기 믿음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꿈을 이뤄가는 것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단계들을 하나하나 끈기 있게 거치면 어느새 크게 불어나 있다."



작가는 작업대에 앉을 때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기 주술을 걸며 

그림책으로 내면의 분투를 승화하였다.

작가는 지금도 쉽게 만족을 못 해서 스스로에게 약간은 벅찬 과제를 주고 발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노력하면 나중에 보상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 고통을 견디게 한다.

그 보상은 뿌듯함, 보람, 성취감 같은 개인의 즐거움이다.

우리 안에 이미 충분한 가능성과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작가들의 일상은 습작으로 이뤄낸 수많은 훈련들, 고뇌한 흔적과 홀로 보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그곳에서 영감을 얻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짓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라지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