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말고, Portrait.
뭔가 새로운 형태의 프로필 작업을 하고 싶었다. 흔히들 찍는 프로필 말고, '사람'이 보이는 그런 프로필이었으면 했다. '사람'이 보이는 프로필이라니, 참 추상적인 표현이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보게 될 사진들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보이는 프로필'이 어떤 방향을 가진 것인지 이해가 되길 바란다.
'사람'이 보이는 프로필
'연기'에서 Method는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참 많은 것을 남긴다. 그도 그럴 것이 Method는 상상 이상으로 '나'를 들여다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했던가? '연기'라는 학문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쩌면 '적'이라고 할 만하다. '나'라는 '적'을 얼마나 깊게 볼 수 있느냐가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말을 바꿔야 한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지 싶다. 여기서 '나'라는 건 조금 더 넓은 의미로 말하자면 '사람'이다. '연기'라는 학문이 실용 인문학이라고 내가 떠들고 다니는 이유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역할'을 연기 함에 있어서 배우가 들여다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인문학적인 질문'들 투성이니까 말이다. '인문학' 냄새가 나는 프로필 작업,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보이는 프로필'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Portrait
직업이 직업인지라 사람들의 Profile 사진을 일부러 찾아 볼 때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찍었는지를 보고, '난 어떻게 찍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Profile을 보면 볼 수록 뭔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사진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기호 또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 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느껴지기 보다는, 그 사람은 '이렇게 생긴 사람'이라는 객관적인 '정보'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했을 때 Profile은 그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rofile을 사용하는 용도와 그 용도에 맞게 찍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Profile 작업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ethod를 접목시킨 Profile이라는 것이 결국 Profile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작업을 마치고 난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의 방향성은 Portrait에 가까웠다.
Profile의 가면을 벗고, Portrait
과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Profile은 우리의 또 다른 사회적 가면(Persona페르소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잘 꾸미거나, 사람들이 좋게 볼 만한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말이다. Method 공부를 하면서 크게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람들이 쓰고 있는 '사회적 가면'에 대한 부분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린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 '사회적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들여다 볼 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고 있으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는지도 느껴진다. '역할'의 삶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에게는 우선 자신이 쓰고 있는 '사회적 가면'을 벗을 줄 알게 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적 가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역할'이 가져야 할 '사회적 가면'과 그 뒤에 숨어 있는 그 '역할'의 진짜 모
습을 나에게 입히는 것에 있어서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쓰고 있는 '사회적 가면'을 벗고 마주하게 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온전히 마주한 '나'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 그것은 어쩌면 내가 일생동안 한 번도 마주하지 못 했던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거짓말(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조금 보태서 '진짜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회적 가면'을 걷어내는 작업은 Method를 통해 순식간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건 맹신 같은 것이 아니다. Method의 성질 자체가 '사람'이 가진 '본질'을 뚫고 들어가기 위한 고민으로 똘똘 뭉친 탓이다. 실용 인문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 사람이 가진 '사회적 가면'을 스스로 이해하고 벗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잠시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힐링인 것이다. 진심으로 스스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을 사진에 담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그리고 사람
들에게 '나'를 보이는 것, 내가 Profile이라는 가면이 아닌 Method Acting과 Portrait가 만나는 작업을 사람들과 함께 한 이유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했던 사람들과 또 다시 작업할 시간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하게 될 작업 또한 날 설레게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정점을 담아내는 작업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글, 디렉팅 - 강한
사진 - 임재영
사진 속 인물 - 이현주, 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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