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Coach Journal
자신의 두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발은 움츠려져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있지 못하고 발의 옆 날과 발가락이 겨우 바닥에 닿아있다. 캐릭터의 말을 읊으며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현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긴장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 속에서 캐릭터를 찾아 헤매는 나머지 자신의 불편한 마음과 몸을 돌아볼 정신이 없는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몸의 불편함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았던 시간과 장소에 스스로 점점 녹아들면서 자신이 피해 갈 수 없으며 강제로 겪어야 하는 시공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새롭게 마주하는 것들에 관심을 주며 캐릭터의 세계관을 곧 나의 세계관인 것처럼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더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의 관심사는 온통 캐릭터의 세계관 속을 메우고 있는 것들이다. 스스로 캐릭터라고 믿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으며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방해받을 것이 없는 상상은 그가 가진 모든 감각들을 자극하고 반응하게끔 만든다.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삶처럼 단 한순간도 멈추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자신이 겪은 변화를 나중에 연기가 끝나고서야 알아차리리라. 캐릭터의 시간이 끝나고 그는 본래의 세계관으로 돌아온다.
캐릭터의 세계관 속에서 알아차린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알고는 있었으나 충분하게 선명치 않았던 것이 그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을 알아차렸으며, 뭔가를 알아차리기에 충분치 않은 것에 대하여 깊게 사고한다. 정리가 끝난 그는 다시 캐릭터의 세계관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발이 움츠려져 바닥에 잘 닿아있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