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Coach Journal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 가죠?]
이 말을 참 많이도 한다. 사실 늘 궁금하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받아들였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도 남에게도 참 많이 한다. 잘 못 이해하고 넘어갈까 봐 몇 번이나 확인한다. 반응이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면 잠시 기다려서라도 반복적으로 반응을 강요한다. 무조건 이해하라는 식은 아니다. 이해되지 않았다면 이해되지 않는 것을 분명히 밝혀 달라는 식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있을 오해나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된 경험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니 난 늘 나의 [그 경험]을 곱씹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고, 혹시나 같은 경험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말 조차도 [곱씹으며] 사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늘 무엇인가를 [곱씹으며] 살아간다. 강렬하게 겪었던 일과 강렬하게 겪게 될지도 모를 일들을 곱씹는다. 행동으로 곱씹고, 말로 곱씹고, 생각을 곱씹는다.
재미있는 것은 [곱씹기]가 시작되면 몸에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곱씹기]는 자극적이다. 정말 아주 자극적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곱씹기]를 만나는 순간 눈덩이 불어 나듯 커진다. 때론 모든 것을 삼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나 자극적이니 뒤에 몰아칠 [충동]은 오죽 강렬하겠는가? [자극]이 강렬하면, [충동] 역시 강렬하고 커지기 마련이다. 몰아치는 [충동]에 끌려다니기 바쁜 나는 또 얼마나 심한 감정 기복을 경험하겠는가.
글을 쓰다 말고는 상관없는 것들을 자꾸 곱씹는다. 다시 글로 돌아와 앞에 쓴 글을 한참 곱씹었다. 풀리지 않는 부분을 또 곱씹는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것을 자꾸 곱씹으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겨우 글 좀 쓰면서 곱씹는 것에 이렇게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생각과 말, 행동 심지어 감정까지 곱씹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갈까 싶다. 사실 이 생각은 [곱씹기] 이야기에 늘 따라다니는 생각이다. 늘 따라다니는 생각이라고 했으니 이 것도 곱씹는 거다. 슬슬 [곱씹기]에 대한 노이로제가 생길 것 같다. [곱씹기] 이야기를 그만 마무리하고 좀 쉬어야겠다.
잘 쉬려면 [곱씹기]를 멈춰야 한다. 그래야 잘 쉴 수 있다. 잘 쉬어야 또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요즘처럼 힘든 시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잠깐이라도 잘 쉬는 것이니까.
그런데 드라마는 잘 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