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평등

by 도드리

놀이터에 앉아 있자면, 여러가지가 보인다.


우선 아이의 보호자들.

무리 지어 앉아 정다이 수다떠는 돈독한 전업맘의 무리.

너덜너덜한 상태로 앉아서 휴대폰을 하거나, 역시 무리지어 무언가 불만을ㅠㅠ 토로하는 워킹맘의 무리.

아예 엄마가 오질 못해서 조부모 혹은 이모님이 나오는 무리.

이 놀이터의 세계는 철.저.히. 여성집단이다.

정말 가아끔 아빠가 나오는 집도 있다. 오년간 두 집 봤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퇴근하고 아이를 찾아 놀이터에 풀어놓고, 놀자며 보채는 아이를 상대하다보면 갑자기 무언가 속에서 부글부글할 때가 있다.


'일에는 남녀가 없는데, 육아에는 남녀가 있구나!'


하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겠는가?

내 남편은 시간과 제반 여건이 허락하면 기꺼이 전업으로 아이를 맡아 기를 사람이다.

퇴근 후 아이 돌봄도 일이 힘들고 회사가 멀어 어려운 와중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나의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기로 결정했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엄마 손이 더 필요하고, 그러니까 아빠는 엄마 출퇴근 시간을 배려하고 엄마는 일 마치고 아이를 더 보기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불만을 가질 건덕지도 없는.


엄마들만 놀이터에 나와있는 다른 집들도 다들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고된 일이다.

돈 버는 일도 무척 고된 일이다.

그 둘 사이의 적절한 답은 가정마다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이 바로 놀이터에 나와 있는 엄마들(전업이든 워킹맘이든)이겠지.


헌데 왜 모든 가정마다 나오는 결론이 엄마일까?


왜 주양육자는 당연히 엄마일까? 혹은 할머니, 혹은 이모님, 아무튼 왜 여자일까?

왜 우리는 '아이에게는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의사결정의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였는가?

여자가 양육에 적합한가? 여자로서의, 여성적인 특질이 남자보다 육아에 적합한가?

남자가 여자보다 임금이 높기 때문일까? 그래서 육아기에 누군가의 수입을 포기하려면 그건 여자 쪽이어야 하기 때문일까?(이 점이 궁금하여 통계청 사이트를 잠시 뒤적였는데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다.)



일에는 남녀가 없는데, 육아에는 왜 남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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