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조력자
요즘 부쩍 팀을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생기겠지, 하는 상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단 지금은 혼자다.
너무 많은 일들이 내 몫이고 나와 함께 머리 맞댈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외롭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1인 사장' 이 단어는 굉장히 멋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고독하고 어깨가 무거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대단하지만, 그건 정말 정말 빙산의 일각.
노원 청년 팝업스토어 오픈 후 지금까지 약 80여 개의 숏폼 영상을 만들며 많이 배웠다. 영상을 기획하고 소스를 얻는 법, 대본을 쓰고 질 좋은 녹음을 하고, 빠른 장면 전환과 이야기로 풍부하게 편집하는 스킬을 올린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조차 이 영상들을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다고 하면 놀란다. 왜 놀라지? 당연히 사장이 다 하는 거 아냐? 영상 제작은 물론 절대 쉬운 영역이 아니지만, 분명 운영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소양 중 하나다. SNS와 영상 제작을 담당해줄 부서나 인원이 있다면 그들을 믿고 맡기어 함께 가면 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스몰 브랜드 사장들은 모두 직접 해야 한다. 더욱이 나는 디자인 전공으로 영상을 만들 줄 아는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길 필요는 없지. 솔직히 믿고 맡길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흑흑.
아티클로젯 영상을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 내가 직접 영상을 보여주면 놀라는 사람들에게 듣는 말은 언제나 '다 직접 하시는 거예요?'다. 네, 그럼요. 저말고 누가 해요 흑흑. 요즘 AI가 워낙 발전했으니 뭐 어찌저찌 쉽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닙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발전해도 결국 본인이 알아야 해요. 직접 해보며 조회수와 좋아요로 세상의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얻는 일종의 깨달음을 통해 점점 발전해나가는 중일 뿐이죠. 자꾸 눈물이 나네, 흑흑.
영상 제작에 관한 말이 긴 이유는 그게 가장 중요하면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용량 문제도 심각하다. 256GB인 내 핸드폰은 현재 230GB를 웃돌고, 편집 하지 못한 수많은 영상들이 폴더를 꽉꽉 자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난 맥시멀리스트가 아닌데, 영상 제작 영역 한정 엄청난 맥시멀리스트다. 이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거다.
영상을 만들어보면 알겠지만, 편집 할 때 '그거 찍을 걸' 하는 장면이 정말 많다. 아, 그때 그거 찍을걸. 이거 가로 말고 세로로 찍을걸. 좀 더 오래 찍을걸. 좀 더 가까이 줌 당겨서 찍을걸. 뒷면도 찍을걸, 다 같이 모아 찍을걸···. 무수한 후회를 뒤로하고 한 편의 영상이 완성된다. 이러한 경험의 결과, 혹시 몰라 필요할 영상 소스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단 카메라를 들고 본다. 덕분에 요리 재료들이 많아져 무얼 꼭 넣어야할지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안 찍고 후회하는 것보단 백 만배 낫기에 나는 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일정 용량의 데이터를 핸드폰에 보관한다. 이런 일을 도와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정말 편하겠지.
영상을 만드는 건 마케팅을 위해서인 이유가 크지만, 상품을 제작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아티클로젯의 상품들은 모두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하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애정이 있다. 그중 액세서리 상품들은 모두 핸드메이드로 제작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정성도 배로 든다. 안타깝게도 내 오른손은 그림에 특화되어 있다. 그림은 잘 그리지만, 공예는 메롱이다.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늘 엄마한테 한소리 듣는다. 씨이, 엄마가 이렇게 낳았잖아! 다행히 엄마는 나와 달라서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완벽한 1인 사장이 아니라는 게 조금씩 탄로가 나는 순간이다.
회사나 학교, 학원처럼 누가 주는 일을 하지 않고 혼자 모든 걸 결정하며 하다보면 맞게 가고 있는지 모든 순간 고민된다. 성공한 리더들이나 부자들이 말하길, 스스로를 믿으란다. 당연히 나 자신을 믿고 가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발생하는 불안과 막막함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앞서 살짝 언급했듯 사실 난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액세서리 상품 제작뿐만 아니라 작은 포장이나 대중의 시선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 많이 물어본다. 다행히 엄마와 내 취향이 전혀 달라서 우린 상충되는 의견으로 대립도 많이 하지만 이게 오히려 좋다. 적어도 나와 다른 생각을 주고 받을 사람이 있으니까.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자꾸 벗어나야 한다.
그러니 내가 1인 사장이라는 건 뻥이다. 직원 비스무리한 분이 날 도와주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은 무수히 많지만 어쨌거나 약간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엄마와 나, 우린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전제로 하지만 현재 가장 의지하며 고민을 나누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