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도와주는 사람

쑥스틴을 소개합니다

by 아인장

외롭다, 고독하다 징징댔지만 사실 나를 도와주는 한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엄마다. 엄마는 사업을 해본 적 없기에 내게 실질적이거나 전문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나를 도와주려 노력한다. 엄마가 딸을 돕는 건 절대 의무나 강행규정 같은 것이 아닌데도 뭐라도 도와주려고 해서 정말 고맙다. 그리하여 소개한다. 아인장과 함께 아티클로젯의 상품 생산 일부를 책임지는 쑥스틴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나왔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스틴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그의 '아이고' 추임새가 정겨워 많은 유튜브 영상으로 바이럴 됐고, 나는 그렇게 오스틴을 알게 되었다. 외국인이기에 겪었을 어려움을 이겨내며 삶에 충실한 그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나 또한 성실하고 유머러스한 오스틴이 참 멋지다.


그래서 엄마에게 '쑥스틴'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팔찌를 만들거나 포장을 할 때 등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엄마, 이거 좀 도와줘.'라고 하기보다 "쑥스틴, 이거 좀 같이 합시다."라고 말한다. 호칭과 표현은 사소하지만 이러한 사소함이 불러오는 유쾌함은 생각보다 크다.


"쑥스틴, 이제 팔찌 같이 포장해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근데 왜 월급 안 줘요?"

"월급 대신에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뭐 먹고 싶으세요?"

"마라탕이 땡깁니다, 사장님."


우리의 대화는 한 편의 콩트다. 엄마도 오스틴을 좋아해 그 특유의 말투로 대답하고, 우린 잠깐 벌어진 연극 같은 상황을 즐긴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데 똥 씹은 얼굴보다 백 배 천 배 나은 방법이다. 공기 중으로 유머가 퍼질 때, 순간 조금 더 행복해진다.



엄마와 함께 주로 작업하는 것은 액세서리 상품들이다. 특히 팔찌들은 꼭 엄마와 함께 만든다. 팔찌에 담을 의미를 정하고 홍보하는 일은 모두 내 몫이지만, 엄마와 함께 팔찌를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이러한 협업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취향 차이의 격차를 줄인다. 다른 집 엄마와 딸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 내 주변의 모녀들은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다 — 우리는 취향 차이가 크다. 엄마는 퍼프소매, 롱스커트, 조끼, 원피스 등 비교적 여성적인 패션을 좋아한다. 특히 리본, 레이스 등의 장식이 많이 달린 러블리하고 귀여운 디자인을 선호한다. 반면에 나는 화려한 컬러와 패턴, 반짝이는 소재, 독특한 조합의 특이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등의 캐릭터 그래픽이 있는 것들에 주로 마음을 빼앗긴다. 엄마에 비해 중성적이고 캐주얼한 스타일을 추구하므로 무언가를 볼 때 예쁘다, 괜찮다, 사고 싶다 판단하는 기준 역시 분명하게 다르다.


딱 하나 있는 공통점은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하거나 보편적인 디자인이 아닌 '이건 처음 보는데 예쁘다', '이거 좀 특이하네' 평가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므로 우린 각자의 취향 격차를 줄임과 동시에 특이한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둘째, 부족한 부분을 도움 받는다. 내 손은 그림 그리기에 특화되어 있다. 어느 도구로든 그림은 곧잘 그린다. 그것이 내 재능이자 소질이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내 손은 그림 외에는 젬병이다. 손으로 무언가 꼼지락 거리며 야무지게 만들어야 하는 일에는 영 재주가 없다. 따라서 공예는 내게 어렵다.


반면에 엄마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잘한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만들기 숙제 같은 것들을 많이 도와줬다. 엄마는 특이하게 잘 만들어서 친구들은 다 내가 미술을 잘하니까 만들기도 잘하는 앤 줄 알았겠지만, 사실 그건 엄마의 솜씨였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나는 디자인 스케치와 간단한 작업을 맡고 엄마는 본작업과 마감을 담당한다. 어설픈 손과 좋은 솜씨의 합작으로 정성껏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만든다.


셋째, 외로움이 적다. 가장 큰 고통을 조금 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자꾸 외롭다, 외롭다 적는 이유는 그게 정말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게 이토록 사람이 필요한지 전에는 몰랐다. 아무튼 엄마가 나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는 없어도 세상 누구보다 날 걱정한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 마음을 버팀목 삼아 오늘도 하루를 버티어 낸다. 평일 저녁 6시 경이되면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지금의 불안과 답답함도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 여기며 하루를 보낸다.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당장의 고독을 덜어본다.


위의 장점이 우리 모녀가 협업하는 이유다. 취할 수 있는 장점을 취하며,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한다. 큰돈이 되지 않아도, 미약한 시작점을 벗어난 것뿐이라도 엄마와 딸이 뭔가를 함께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임이 분명하므로 나는 이 환경의 좋은 점을 보며 귀한 기억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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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틴과 나는 오프라인 마켓도 늘 함께 나간다. 둘이 나가면 심심하지 않고, 손님 응대도 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챙겨야 하는 짐을 같이 나눠 들고 마켓이 끝나면 그날 번 돈으로 저녁 한 끼 사 먹으며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의 마켓 참여 의식 중 하나다. 사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오히려 힘들까 봐 같이 나가는 이유도 있다. 마켓은 보통 주말을 끼거나 주말에 나가는데, 그렇다면 주말 동안 엄마는 집에서 남은 가족들의 삼시 세끼를 — 보통 1일 두 끼 정도 먹지만 — 차리고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마켓에 나가면 내가 부스를 지키는 동안 엄마는 주변을 구경하거나 먹을 걸 사 오기도 하기 때문에 주말 내내 집에서 또 집안일을 하기보다 바람 쐬러 나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은 건 내 짐작이다.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우리는 태어나 처음 해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한다. 고민의 본질과 책임은 내 몫이지만 작은 공감을 엄마로부터 이끌어내며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 기대보다 인기 없는 상품, 예상했던 것보다 좋아하는 디자인, 다양하기도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다채로운 경험치를 쌓았다. 사업 삐약이 둘은 느리지만 조금씩 고치고 복기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어찌 보면 엄마와 함께 일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엄마가 확실히 알고 있다. 설명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무얼 하는지, 왜 피곤하고 잠을 잘 수 없는지 안다. 이제는 쉬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켜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리고 엄마에게 고맙다.


이렇듯 필요할 때 적당한 도움과 조언으로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어 홀로 운영하는 브랜드가 좀 더 따뜻해진다. 아인장과 쑥스틴은 나름 좋은 콤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