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꿈 값이 이렇게나 비싸다니

네? 얼마라고요?

by 아인장

어느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그리고 내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건 꿈 값이다.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물리적으로 뺏어올 수도 없다. 뭐든 간에 가진 걸 최대한 많이 내주어야 비로소 얻을까 말까 한 것이 그 귀한 꿈이다.


'꿈'이라는 말은 참 신기하다. 예전에 어느 인터넷 게시글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신기하게도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면서 꾸는 꿈과 실현시키고 싶은 이상 모두를 '꿈'이라고 표현한단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영어권에서 자면서 꾸는 꿈도 'dream', 이루고 싶은 꿈도 'dream'이고, 중국어에서도 자면서 꾸는 꿈도 ''이고, 이루고 싶은 꿈도 ''이다. 물론 이루고 싶은 꿈은 '梦想'도 있지만. 그 게시글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여러 나라들도 같은 단어로 표현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눈 감고 잠든 후에 미지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과 실제로 이루고픈 특별한 희망을 뜻하는 단어가 같다는 건 분명 신기하면서 근본적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 모두들 그러시겠죠? — 내게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꿈이 있다. 돈과 꿈을 연결 짓는 게 다소 이질적이긴 하지만 큰 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바로 도서관을 짓는 거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없거나 필요한 도처에 아늑하고 안전한 독서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식과 교양이 꽃 피는 그런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드는 것이 내가 돈을 버는 목표 중 하나다. 최대 대출 가능 기간 3주를 꽉 채워, 두 달에 한두 번을 꼭 가는 도서관이 나는 참 좋다. 이러한 긍정적 행복감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내 꿈이 비단 도서관을 짓는 것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꿈의 일부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라 다행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여럿과 행복하고 싶으니 되었다. 어떻게든 해내면 된다. 물론 어떻게든 해내는 과정이 메인 빌런이긴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내 꿈을 위해 현재 많은 것을 쏟아붓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좀 과부하가 온 듯하다. 마냥 놀고 싶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잠시도 멈추면 안 되니 계속해서 움직이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게임처럼 현질로 척척 해나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요즘 엄마와 난 〈데드스톰 파이레츠〉라는 슈팅게임에 빠졌다. 백화점 10층, 영화관 오락실에 있는 이 해골에게 총 쏘는 게임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추석 연휴에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었다. 게임은 아주 단순한 스토리다. 플레이어는 해적이고, 적을 총으로 쏘아 죽이며 매 스테이지를 헤쳐나가면 된다. 게임 맵은 '폭풍의 바다', '동굴', '계류', '거대한 소용돌이' 등 응당 게임스러운 네이밍이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다 게임 상에서 언데드 선원이라 불리는 해골들을 만나면 박진감 넘치게 총을 쏘며 전투를 벌인다. 언데드 선원들은 수없이 많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달려드는데 그들을 무찌르는 쾌감의 자극이 세서 조금 더, 조금만 더 하고 싶다. 손끝에서 팔을 타고 전해지는 슈팅의 반동과 현란한 그래픽 화면에 단단히 사로잡히고 만다.


우린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고 평생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 매우 초급자 수준으로 플레이하지만, 가짜 총으로 전해지는 두두두두 진동음과 타격감이 중독성 있어 자꾸 오락실을 떠올린다. 게임하다가 죽으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해당 화면을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 카드만 꽂으면 실패는 없었다 치고 멀쩡한 몸과 무기로 싸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쉽고 간단하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1인 당 1,000원. 둘이니까 2,000원이면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충분하다. 우린 딱 두 판만 하고 오락실을 나선다. 과유불급 마인드의 뉴비 게임러들은 이렇게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짜릿한 힐링을 맛본다.



실패를 단 몇 초만에 무마시키듯이, 즐거움을 돈 몇 천 원에 누리듯이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 눈부신 다이아몬드는 검은 암석을 뜯어내 세심한 가공을 거쳐 완성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조금은 쉽고 빠르게 가고 싶은 욕심을 버리기 어렵다. 뭐든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법이라고! 네, 알아요. 알아. 그렇지만 두통, 복통, 불안, 이명, 우울, 침울, 눈치, 갈등, 좌절, 심란, 후회···. 이러한 것들을 대가로 치르지 않고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포기하진 않겠는데 가끔은 참 힘들고 외로워서 거 꿈 값 한 번 더럽게 비싸네, 투덜대고 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쟁취하고 싶다는 욕심도 상당해서 어차피 돈이 많아도 근본적인 갈증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금전말고 다른 것을 마땅한 값으로 지불하는 아인장. 혹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제 꿈을 판다면 누가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가격이 괜찮으면 제가 두 배까지는 지불할 용의가 있어요. 저기요, 왜 아무도 대답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