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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틀라스 Jan 11. 2023

개발자한테도 대화법이 중요할까요?

Fan을 만드는 개발자의 대화법 시리즈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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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개발 팀장님은 어떻게 말할까?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그만?


혹자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되죠" 

"무슨 개발할 것도 많은데 대화법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개발을 잘한다 = 일을 잘한다"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사와 일을 맡기는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우리의 연봉으로 비용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정한 일정 내에 개발을 진행해도 "고생했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받겠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당연히 "네가 해야 할 일을 한 거야"라고도 생각할 것입니다. 

이처럼 개발자에게는 잘해야 겨우 본전이 되는 내가 쏟아 부운 시간과 노력을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허탈함을 느끼던 제가 대화법을 통해 이제는 개발뿐만 아니라 일도 잘하는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왜 나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거야?


저는 일본어 전공으로 개발을 시작할 당시 그저 제 열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통해서 뚝딱뚝딱 변수, 함수, 클래스를 만들어보면서 마치 프라모델의 팔, 다리, 몸통을 각 각 만들고 조립하여 완성시키는 듯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밤낮없이 노트북만 있다면 어느 장소에서든 코딩을 하면서 "백문이 불여일타"라는 말이 선배와 동기들에게 들으면서 어떻게든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었습니다.


비전공자 꼬리표는 늘 면접에서 제 발목을 잡아 "시키는 건 다 개발해야 해!" , "일정에 무조건 맞춰야 해"라는 강박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제 시야가 개발만 잘하자!로 좁혀져 있었을 때 이런 저의 시야를 넓히게 된 터닝포인트가 1년 차 때 만났던 사수 덕분입니다. 


따끈따끈한 코린이 시절 한 사람의 몫을 다한다고 인정받고 싶고 해내고 싶은 마음에 밤이든 낮이든 장소를 불문하고 노트북과 커피 한잔이라면 회사 프로젝트를 최우선시하여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동시에 다른 애플리케이션 기획회의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진행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이렇게 제가 밤새 쉴틈없이프로젝트를 완료한 것을 당연시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개발자라면 야근도 하고 하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직원의 사기를 살려주는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제가 뻘줌해지는 상황을 맞이해야한다는게 참 허탈하였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 대가가 이런 것인가?" 생각을 하면서 멘털이 바사삭되어 가던 찰나 제 사수가 보였습니다. 제 사수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보면 기획팀과 디자인팀 또는 클라이언트사들까지 일 잘하고, 능력 좋고, 서로 데려가겠다고 칭찬일색이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아니, 개발은 내가 더 많이 하는거 같은데... 이렇게 평판이 다른 이유는 뭘까?" 하는 생

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내린 판단은 

"그래 개발자가 개발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과 함께 사수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를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만 몰랐습니다?


며칠을 관찰해도 특별한 비법을 알 수 없었던, 사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사수는 "하다 보면 되는 거야"라고 답변을 받아 경력이 쌓이면서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팀 사원들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고민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과 나눈 대화에서 저는 제 사수도 몰랐던 비결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 : "제 사수는 어떻게 저렇게 모든 곳에서 인정을 잘 받을까요?"


디자인팀 사원: "우리가 같이 개발을 하지 않아서 그 분이 얼마나 개발을 잘하는지는 모르지만 업무 이야기 하면 잘 들어주셔서 좋고 대화가 잘돼요"


디자인팀장님: "개발적으로 안 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잘해주고, 기분 나쁘게 이야길 안 하잖아~"


다른 개발팀원 : "우리가 하는 일에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잖아요"


나눈 대화를 정리해 보니 


1. 각 담당자들의 이야기에 경청을 잘해주었다.

2. 개발적인 부분을 다른 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말투가 이쁘다.

3. 개발공수 및 담당에 있어서 각 담당자들의 의견을 적극수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야기한다. 


키워드를 따로 빼내어 보니 '이야기' , ' 소통' , '경청' 이런 키워드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하. 지. 만 여전히 어떻게 이 키워드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지에서는 '물음표'가 계속 따라붙었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기에 다시 한번 사수를 관찰해보니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비슷한 대화내용들을 모아서 공통점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검토해보시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쪽 페이지를 담당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괜찮으실까요? 더 하고 싶은 파트가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 주세요~"

"이 페이지 개발은 쉽지 않겠는데요? 나중에 같이 한번 검토 진행해 볼 수 있을까요?"

"이거 쉽지 않겠는데요?  각 스토어의 정책적인 부분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개발팀에서 조금 검토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거의 모든 대화에서 상대방의 상황을 공감해주고 담당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화법으로 회의를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몰랐던 부분이 바로 대화법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대화법으로 시작된 하나의 대화가 다음 대화로 이어지고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대화법을 통해 회사 사람들은 제 사수의 팬이 되어있던 것입니다. 



이제는 나의 팬을 만들 때! 


우리가 회사에서 개발회의를 진행할 때 볼 수 있는 2가지 스타일의 대화법을 한 번 보겠습니다. 


| A 팀장

이번 프로젝트 다음 달까지 개발이 완료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로그인/홈 개발 담당은 a님이 맡아주시고 상세화면, 내 정보 페이지는 b님이 개발담당하는 걸로 진행해주시고요 작업한 내용은 매주 주간회의 때 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거니까 참고해서 준비해 주세요.


| B 팀장

저번 프로젝트로 고생 많이 하셨는데 벌써 다음 프로젝트 릴리즈 일정이 잡혔네요 ㅠ

우선은 제가 업무분장을 나눠봤는데 로그인/홈 개발은 a님, 상세화면, 내 정보 페이지는 b님으로 했는데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두 분이서 한번 의논해보시고 변경을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스프린트 단위를 1주일로 해서 매주 주간회의 때 다른 팀에서도 작업한 내용을 같이 리뷰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시연준비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면 저한테 알려주시면 제가 시연 준비를 진행하도록 할게요. 오늘 회의한 내용은 이 정도이고 혹시 다른 좋은 의견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두 팀장님 중 어느 팀장님의 대화법이 마음에 드시나요?


첫 번째 대화방식을 보면 담당과 해야 할 일을 딱 정해서 알려주는 대화법입니다. 

개발자의 성향에 따라서 이런 방식의 업무 전달방식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한 오랫동안 같이 손발을 맞춰온 팀이라면 알잘딱깔센!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서로에게 더 알맞은 소통방식 일 수 있습니다.

반면 이와 다르게 팀원들의 현재 상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또 야근을 하라는 말인가?", "지금 하던 프로젝트 마무리도 안되었는데 동시에 진행을 하라고?"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대화법을 보게 되면 결정이 된 내용을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상황을 공감하고 담당자가 입장을 배려하면서 말하는 대화법입니다. 회의를 통해서 최대한 담당자들의 현재 입장을 공감하고 있다는 부분을 전달할 수 있고 또한 이런 공감을 통해 팀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을 보다 빠르게 캐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게 되면서 B팀장님은 "대화가 잘 통해",  "이야기를 하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 이런 긍정적인 신뢰가 쌓여 가게 됩니다. 


저는 이런 대화법을 통해 저와 함께 일하는 개발팀, 기획팀, 디자인팀, 사업팀 모두가 어느새 제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동료들에게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저 역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릴리즈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 기획팀 X사원님
직접 실무 진행은 안 했지만, 업무 파악 겸 미팅 참석 했을 때
현재 상황에 대해 잘 알려주시고 어떻게든 의도한 결과로 만들어주시려고
하시는 모습이라 앞으로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감사하고, 잘 부탁드려요. -기획팀 J차장님
살인적인 일정 진행 중에도 주말에 잠을 아껴가며 운영 중인 서비스 추가 기능사항에 대해 잘 대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QA팀 ROY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개발 관련한 조언으로 문의를 드리면 바쁘신데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제자리에 오실 때마다 양손 가득 맛있는 거를 가지고 오시는데 항상 감사히 잘 먹고 있어요ㅎㅎ
바쁘시겠지만 남은 스프린트도 파이팅 하세요~ -디자인팀 J차장님



이처럼 우리는 어떤 대화법을 통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관계형성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올바르고 건강한 대화법은 꼭 필요합니다. 


이런 대화의 기술은 필요성을 느끼고 꾸준히 연습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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