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변의 잡설 Aug 07. 2022

온라인 마케팅 '고민' 후기

이 글은 '마케팅 후기'가 아니라, 마케팅 '고민

후기'이다. 영양가가 있는 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


3년 전 이야기


온라인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 여부 또한 해묵은 주제이다. 마케팅은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결국  돈이 몰리는 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마케팅을 해야할까. 당연히 네이버를 빼놓을 수 없다. 상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경우도 많지만, 네이버의 정보검색량은 유튜브를 여전히 압도한다.


네이버에서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가. 여러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다. 지식인에 글을 쓸 것인가. 블로그를 할 것인가. 블로그를 한다면 마케팅 업체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할 것인가. 나는 직원분이 하는 행정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 즉 상담, 소송, 재판출석, 리서치 등의 업무 를 직접 처리하므로, 마케팅에 쏟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물론 내가 마케팅에 크게 흥미를 느끼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마케팅 업체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다만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일단 내 명의의 블로그에 남이 쓴 글을 올린다는 것이 찝찝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은 변호사의 글을 읽어보고자 내 개인 명의의 블로그를 방문했으니, 해당 블로그에 올라온 글도 당연히 변호사인 내가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전문성 없는 마케팅 업체에게 글 내용까지 맡겼다가 만약 글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혹은 잘못 사용된 용어가 있다면? (이를테면, 소멸시효를 공소시효로 잘못 기재한 경우는 흔하게 발견된다) 이러한 사소한 부분 때문에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부차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법률가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비웃음을 살 게 뻔하다.


결국, 난 직접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했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 계획도 전략도 없었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마침 내가 수임해 진행하던 사건들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사건을 수행하면 느꼈던 문제의식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며칠 뒤 사람들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마케팅?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케팅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은 별게 없고 그저 '공포 마케팅'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마케팅에 무지하다는 점을 악용해 공포를 조장하면서 봉이 김선달처럼 고가에 물건을 파는 것이었구나)


그러다 한참 사건이 몰리면서 블로그에도 자연스레 소홀해졌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몇 년이 흘렀다.




최근의 이야기


사건 수임 통계를 살펴보니 수임 흐름이 불규칙했다. 진행하던 사건이 종결되면 그 종결된 사건 수에 상응하는 사건이 새로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건 (새로운 사건) 수임이 현격히 줄어드는 게 보였다. 수임되는 대부분의 사건은 지인들이나 의뢰인들을 통해 들어온다.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야 했다. 다시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블로그를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다. 종종 '썰'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충동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무런 전략도 계획도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블로그를 해야할까. 나는 마케팅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문을 받아보자. 마침 변호사 친구가 마케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친구를 통해 마케팅 업체를 소개받았다.


"열심히 글을 쓰긴 했는데, 왜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하는지 설득력이 없다"


내 블로그를 보고 마케팅 업체의 대표님이 주신 피드백이었다. 한 마디로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는 얘기였다. 독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글을 찾아보는데,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풀어놓고, '나에게 왜 사건을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깨달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 것일까. 마케팅 업체가 올리는 글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마케팅 업체는 아무래도 변호사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마케팅 업체에게 전적으로 블로그 글 작성을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


대표님은 '괜찮다'라고 말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업체가 쓴 글도 충분히 어려울 뿐 아니라, 굳이 복잡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의문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대표님과 헤어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변호사를 물색하는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네이버 검색을 해보았다. 대표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상단에 노출되는 글들은 대부분 '세부적인 법 관련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하는지'에 비중을 강하게 싣고 있었다. 한편 이 글들은 대체로 매우 유사한 패턴을 따르고 있었다. 먼저 추상적인 내용을 올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내용만 적으면 되는 것이니 굳이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이런 식의 글쓰기라면, 대량생산도 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소위 '잘 나간다는' 마케팅 업체를 살펴보니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을 상대로 고액 (한 달 수백만 원)의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홍보글을 올려주고, 글 하나당 수십만 원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마케팅 업체는 다수의 클라이언트와 계약을 맺고 있었고,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수의 인원을 고용하여 글쓰기 교육을 시킨 후 게시물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해당 업체가 올린 블로그 홍보 게시물들이 대체로 동일 내지 유사한 패턴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전문직 마케팅을 대행하는 업체가 다수 영업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면 '어디서 본듯한' 느낌의 글들이 다수 보였던 배경도 뒤늦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의문과 불확실성의 늪으로...


네이버에 올라오는 업체의 글들은 아무리 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글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 보였다. 업체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체들의 글은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목표 하에 쓰였으므로, 마케팅 전략에 충실한 글일 것이다. '쓰고 싶은 것'을 끄적거린 내 글에 비할 것이 아니다. 다만 업체들이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미한 관련 내용이 너무 허술해 보였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블로그 마케팅 글들이 이렇게 허술한데도 어떻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게 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잠정적으로 설정한 가설은 이렇다.


1) 매출이 노출 횟수에 비례할 수 있으므로,

2) 사람들에게 최대한 홍보글을 노출시키고,

3)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된 내용의 질보다는 양에 비중이 실리며,

4) 이러한 전략이 업계에 전파되어 후발업체들도 이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5) 결국, 시장의 전반적인 질적 저하 (허술한 블로그 글들이 마케팅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것)로 이어진다.


물론 가설과 관계없이, 마케팅 업체들이 변호사들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이 마케팅 업체를 인정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굳이 가설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로 보인다. 하지만 마케팅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결국, 고민 끝에 내가 직접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내 기존 글의 부족한 마케팅 포인트를 채우고, 마케팅 업체들의 글에서 부족해 보이는 '퀄리티'도 신경 써서 새롭게 글을 작성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다짐만으로 이론만으로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마케팅 업체를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에 떠도는 명언,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앞서 실패한 이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10일가량이 지났고, 내 블로그에 몇 개의 글을 새롭게 올렸다. <'독자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에 충실한' 글을 써야 한다>.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등의 다짐을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불확실성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설프더라도 노력을 해보자. 하루에 한 개씩 꾸준히 쓰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류이치 사카모토 님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