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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잡설 Sep 09. 2021

넷플릭스 '디피(D.P.)'를 보고 느낀 것들 (1)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를 보았다. 마지막 회 끔찍한 군 내 사건사고들. 그리고 군의 후속조치를 보니 자연스레 10년 전 여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강화도에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터진 이후 국방부는 전군에 부조리 색출을 지시했고, 육군은 부대마다 토론대회를 열었다. 토론은 각 중대별 사병 대표와 대대 내 주요 간부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열렸다. 이미 병장이 된 나는 군대 내 부조리에 물들어 무엇이 부조리인지, 그리고 필요악인 부조리가 있다면 어떤 게 필요악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확신했던 게 한 가지 있다면, 현재 육군 내 부조리는 간부와 병사간 일종의 신사협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법령에 따르면 병사는 오로지 지휘계통의 지시, 간섭에만 따르게 되어 있다. 속된 말로 일반 사병을 갈굴 자격은 간부와 분대장, 혹은 특수 상황에서의 최고 선임병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fm대로 하면 간부가 너무나 할 일이 많아진다. 단순히 이런 편의적인 측면 외에도 물리적으로 모든 사항을 간부가 통제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병영생활행동강령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


첫째, 지시·간섭을 금지한다.


둘째, 협동적 동반관계로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


셋째,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이 동일하다.


넷째, 선임병의 지시·간섭을 거부할 수 있다.


다섯째, 선임병의 지시·간섭을 받거나 목격시에는 반드시 신고한다.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병영생활행동강령

(지금은 개정되었을지도 모르나 확인이 어렵다. 육군규정은 민간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법대로’ 하면 병사들에게도 마냥 유리하기만 할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군의 상징과도 같은 ‘유도리’와 ‘가라’를 펼칠 가능성의 폭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임병들은 이런 논리로 부대 내의 부조리를 정당화한다. (물론 이등병들은 이걸 모른다)



간부들이 병사들의 부조리를 다 알고 있음에도, 병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배경에는 위와 같은 불편한 진실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대부분의 군필자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토론대회에서 이와 유사한 논조로 이야기를 했지만, 대대장의 반응은 “그래서 어쩌자는거냐” 였다. 특히 ‘짬이 찼다’고 자부하는 간부일 수록 기존의 부조리를 옹호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답이 정해진 자리였던 것이다. 아마 드라마 속에서도 살아남은 병사들은 휴일에도 쉬지 못한채 별 의미 없는 정신교육을 받게될 것이다. 각종 인권 스피치 대회, 인권 퀴즈 대회 등이 난무하고, 매일 시간을 정해 인권 학습도 시킬 것이며 그 교육은 철저히 주입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마냥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60년 넘게 실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무게중심은 야전이 아니라 계룡대에 쏠려있으며, 사병들은 ‘병력’이라는 이름 하에 간부들의 私兵처럼 부려지고, 성실히 군복무를 할 유인동기는 오로지 휴가밖에 없는 현실을 과연 어디서부터 바꿀 수 있을까?






"사람은 쏴 봤냐"고 군인들을 비웃는 형사.



하지만 군을 무작정 까는 여론에도 반대한다. 군은 이미 사실상 슬럼화되어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섬같은 공간 내에서도 언제나 소처럼 묵묵히 성실하게 복무하는 간부들이 있다. 군대는 언제나 애정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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