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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병 등 대량 살인 사건은 사상에 의한 경우가 많죠

그 사상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살인으로서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거죠

by 이이진

https://youtu.be/U9 ceDJu-luo? si=EyA6 fvjWegRvRiMD


개인적으로 군대 관련해서 여러 민원을 상당 기간 제기해오고 있고, 때문에 군대 관련 사건들 중 일부는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데, 이 사건도 그중 하나입니다. 왜 군대도 안 갔던 여성인 제가 군대에 관심을 두는가 하면, 일단은 군대라거나 어떤 힘 중심 체제 자체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고, 군대를 바꾸지 않고서 남성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점, 남성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 (한국) 사회 혹은 인간 삶의 어떤 구조적인 한계를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 등등이 되겠고, 나머지 것들은 차차 또 소명할 기회가 있겠죠.


여성에게도 여성만의 독특한 성향이 있긴 합니다만, 남성에게 있는 독특한 성향 중 하나가 정점을 이루는 곳이 군대라고 생각하며, 군대는 특히 무기를 다루고 살인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이 성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 뭐, 그런 것 때문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군대는 워낙에 폐쇄적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공개된 자료에 의존해야 하므로, 군대를 알기 위해서 남성 중심의 다른 활동들도 참고로 하고 있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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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단 김일병이 군 조사단과 조사를 받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을 유튜브로 봤는데, 김일병이 해당 사건을 저지른 것은 맞다고 봤습니다. 살인범들은 살인을 저지른 후에 일종의 현타 비슷하게 감정과 사고가 가라앉고 지극히 차분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김일병은 사고 재현 과정 내내 현타가 온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죠.


김일병뿐만 아니라 신상이 공개된 많은 살인범들을 언론이 취재할 때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그렇게 끔찍하게 살인을 한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런 차분한 모습은 제프리 다머처럼 끔찍한 연쇄 살인범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고, 그 모습이 김일병에게서도 그대로 보였습니다. 마약 등 약물 중독에 의한 살인은 다소 우왕좌왕 어수선하긴 한데, 여하튼, 통상 살인 후 발각이 되면 범죄자들 대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따라서 <이 사람이 맞을까?> 음모론이 퍼지는 계기도 되죠.


보통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억지로 누명을 써서 혹은 사주를 받아 살인을 재현하려고 하면, 앞뒤가 안 맞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등, 어설프고, 이런 부분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에서 다른 사람을 살인범으로 오인해서 재현하라고 지시할 때 나왔었죠. 일부러 자기가 안 죽인 것처럼 연기하는 경우는 제외하겠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이렇게 음모론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군대의 지나치게 폐쇄적인 문화와 군대 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이를 덮느라 사건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기 어려운 부분 등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즉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수류탄이 터졌을 때 난리가 나겠지만, 해당 사건에서는 일병 혹은 이병이 수류탄을 들고 군 내무반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정황, 또 수류탄이 사실은 그다지 성능이 좋지 않았던 점 (수류탄 훈련 중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군대는 이를 감추는 경우가 많더군요), 군대 무기가 상당히 노후화됐거나 여러 명령 체계의 문제 등 군대 내부 문제가 발각될까 봐, 일단 덮느라 음모가 생기는 거죠.


김일병은 수류탄이 터졌을 때 다량의 사고 혹은 내무반 전원이 사망할 것을 예측했을 것이고 나머지 총알로 위 간부들까지 죽이려고 했을 것이나, 수류탄이 내무반 일부에서 터지고 말면서 총알로 군 동기들을 살해해야 했고 나머지 총알로 군 상사들을 겨냥하느라, 아마 김일병 본인이 원하는 살인 목적까지는 달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엔 김일병은 가능하면 해당 군 내부를 다 없애려고 했던 거 같고, 아마도 그 이유에는 단순히 군대에서의 가혹 행위에 대한 반발보다는 군대 자체에 대한 증오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일병은 살인 사건 재현 과정에서 일말의 후회나 안타까운 마음은 보이지 않았으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영상에서는 그렇더군요) GP 사정을 전혀 모른 채 육군 본부에서 나와 우왕좌왕 질문하는 중위에게 GP의 특성 등을 오히려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저는 사실 영상을 보면서 상당히 놀란 게 육군 중앙 본부에서 나온 수사관들이 다른 곳도 아닌 국경선을 지키는 GP 규정을 모른다는 점과 명령 체계를 모른다는 점이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번에 민원을 넣었으므로 답변이 오면 또 댓글이나 이런 걸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모든 부대의 규정이 동일할 수야 없겠으나, 육군 중앙 본부가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건 제가 보기엔 의아한 부분이고, GP 초소에서 뭐가 보이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여하튼, 저는 이런 중위들을 보면서 김일병이 무언의 우월 의식이랄까, 이런 걸 느끼는 게 보였고, 따라서 살인 목적도 단순히 군대 가혹 행위에 대한 보복보다는 군대 자체에 대한 증오나 분노, 한심함?, 즉, 나름의 정의감이 있었다, 이렇게 봅니다. 그 정의감이 옳다는 게 아니라, 단순 보복 살인보다는 사상에 의한 살인, 그런 살인이라고 봤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대량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성이죠.


버지니아 공대 살인을 저지른 조승희도 <이 세계는 썩었고 나는 예수처럼 희생한다> 등등 본인을 구원자로 인식하여 대량 살인 전 자신의 사상을 선언하는 영상을 방송국에 보낸 바가 있듯이, 대량 살인범들 특히 익명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살인하는 사람들은 이런 나름의 의식을 갖는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살인에 이르기 전에 분명하게 트리거로 작용하는 사건이 있긴 합니다만, (조승희도 살인 전 한 여성을 스토킹 하며 거부당하자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처럼) 통상 이런 트리거에 대해서 대량 살인범들은 스스로를 살해하더라도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 사람과 다른 부분에서 아주 극심한 분노와 모욕감, 수치심 혹은 억울함, 분노 등을 느끼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진 아직 모르겠고요.


여하튼, 제가 육군 본부가 GP 규정을 모르는 해괴한 상황에 대해서는 민원을 넣었으니, 답변이 곧 오겠죠. 사고 재현 과정 영상을 10분 정도 봤는데도 의문점이 꽤 들던데, 아마 군대에 가서 경험하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상당히 많지 않을까, 추론해 봅니다. 특정 직업이 아니고서야 이런 범죄자들 면회를 갈 수도 없긴 하겠으나, 면회 자체가 안 된다고 하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안타깝긴 하네요.


그나저나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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