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지옥에 빠지는 사람들

결혼지옥 혹은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후기

by 이이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의도하지 않지만 보게 되는 영상들이 있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나 <결혼 지옥>이 대표적일 텐데요. 아무래도 제가 결혼이나 아이 등이 없기 때문에 관련 영상을 볼 만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영상이 업로드가 되니,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군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간에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곤 하는데, 남남끼리 만나 한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건 그 이상의 어려움이 있긴 하겠죠.


그런데 <결혼 지옥>을 보면, 거의 패턴이 비슷하더라고요. 대부분 남편들이 경제적 무능, 무시, 무공감, 욕설, 분노, 폭행, 외도 혹은 도박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그것도 부인이 임신 중에), 부인들은 이거를 용서해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벗어나거나 심지어 받아들여 주지도 않은 채, 남편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 등에 분노하며 살더군요.


<금쪽같은 내 새끼>도 패턴이 거의 비슷해요. 자녀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분노, 감정 조절 장애, 성장 지연, 욕설, 폭행, 등교 거부 등의 심각한 행동을 하고, 부모들은 이거를 이해해 주지도 그렇다고 용서해 주지도 그렇다고 벗어나지도 않은 채, 자녀가 무슨 행동을 하던 부정적인 반응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오은영 박사의 처방은 늘 한결같습니다. 일단 상대방의 감정을 인지하고 인정해 주라는 것이죠. 부모로서, 남편으로서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느끼는 분노를 감정 그대로 받아들여 주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여 주는 상대를 자신 또한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거죠.


사실 인간이기 때문에, 살면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로부터 치명적인 잘못을 경험하고 상당한 고통을 느낀 사람은 또다시 그러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상대방이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발버둥이 발생하죠.


통상 다른 사람이 잘하지 않는 큰 잘못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의지나 인성이나 본성 면에서 어느 정도 약하거나 다를 수밖에 없고, 이 발버둥이 이런 사람의 본성을 다시 자극하면서, 결국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게 합니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게 막고자 했던 발버둥이 다시 상대방을 잘못하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그리고 관계는 완벽한 교착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는 서로가 서로에게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지옥이 되는 거죠.


용서가 되지 않고, 앞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사과마저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면, 관계는 절대 회복이 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누군가는 끊어내야 되는 거죠. 굳이 살아서 지옥을 체험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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