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

서울시에서 발간한 자료집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by 이이진

2022년인가, 서울시에서 혐오 표현 길라잡이라는 자료집을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료집에서 여성 민원인을 "어머니"나 "아줌마"등 사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결혼과 출산 및 양육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적 조건에서, 여성 민원인을 남성에 비해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행태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점은 차치하고라도, 결혼과 출산 및 양육 자체가 비정상인 국가가 있을까요? 위에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및 양육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조건이 부당하다는 것인데, 그게 비정상일 수가 있는 겁니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인가요?? 그게??


그래서 서울시에 민원을 넣으니, <결혼과 출산 및 양육"만"이>라고 표현을 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면서 일부 인정을 하더군요. 이미 해당 자료집은 발간이 됐고 이거를 뒤늦게 수정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 같긴 한데, 오히려 해당 표현으로 인해서 여성성이 되레 비하되는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식당에 가면 점원을 이모님이라고 부르거나, 배달원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는 등의 행태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는 한국 사회 자체가 가족이라고 서로를 부르게 되면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줄 것을 기대함에 따른 것이지, 서울시에서 규정하는 독립적인 개인 인식 여부, 성차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줌마뿐만 아니라 아저씨를 개저씨라고 부르는 것에도 상대를 타자로 놓는 것이 주는 차별의 정당성이 내포됐다고 봐야 되는 거죠. 어머니와 아줌마는 뿌리가 다릅니다, 사실.


모든 사회 현상을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립으로 바라보다 보면, 도리어 사회 현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퇴보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어떤 삶을 살든 그것은 선택의 문제로 봐야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방식 자체가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을 서울시에서 인지를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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