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35시간 파리에서 민원, 소송 직접 해본 분?

당일처리 불가하고 약속없이 담당자 못 만나요, 인력부족은 외국인으로 메움

by 이이진

https://youtu.be/Y6 lPTermUr8? si=ea2 JYsjgBoQSwc5 E


노동 시간 단축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근로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00년 초반 주 5일 근무제를 시작할 당시 토요일에 공공 기관이나 은행 등이 문을 닫는다고 하자,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난리가 났었지만 지금은 주 5일 근무가 당연하게 정착한 것처럼, 노동 시간이 점차적으로 단축되는 자체는 초반에 다소 저항은 있더라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미 주 35시간 근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 파리에서 각종 소송을 하며 민원 등을 진행해 본 외국인으로 체류해 본 바, 주 35시간 근로제를 실시하면 근로 시간은 단축이 돼 인원이 더 필요해도 인원 보충은 세금이 들어 충분하지 않다 보니 결국 기관의 업무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공공 기관은 대부분 금요일에는 12시에 문을 닫고 심지어 평일 낮 3시에 문을 닫으며,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담당자는 만날 수도 없는 구조로서, 그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경찰을 고소해서 민사로도 진행하기 위해 소송 구조를 신청하러 프랑스 법원에 갔을 때도, 외국인의 소송 구조 접수를 돕는 법원 내 부서(?)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 12시에 문을 닫아, 체류비가 낮은 파리 외곽이나 파리권 내에서 새벽부터 기차나 RER을 타고 도착해도 바로 앞 순서에서 문이 닫히기가 일쑤였고, 4시가 넘어가거나 당일에는 파리에서 공공 업무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는 정도입니다. 어떤 기관이건 최소 두 번은 기본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한국의 경우에는 웬만한 서류는 전산으로 당일에 발급이 되지만 프랑스 파리 같은 경우 제가 체류하며 소송을 진행했던 10년 전에는 거의 모든 서류를 오로지 수기로 작성해 직접 방문하여 제출해야만 했으며 우편 접수도 쉽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아날로그적이라, 무슨 서류 하나 받고 서류 하나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은 기본적으로 소요가 됐죠.


아, 진짜 제가 동료와 파리 기관 찾아갈 때마다 <무슨 별 해괴한 이유로 휴업하고 문 닫고, 휴가는 또 왜 이렇게 길고, 인원을 보충하던가 해야지, 대체 이게 뭐냐? 뭔 짓이냐?> 영어며 손짓 발짓으로 항의하고 고함지르고 했던 아득한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이런 민원 자체를 한국에서도 안 하다가 파리에서 처음 해서 말도 모르다 보니, 거의 매일 화가 났던 거 같고, 일부 제가 좀 예민했던 것도 같으나, 여하튼 너무 오래 걸리고 매번 약속 잡아야 되고, 관광 비자는 끝나가고, 미치는 줄 알았어요.


프랑스인들도 이 부분은 다들 인정하고 있어서, 제가 소송을 한다고 하자 <아주 오래 걸릴 거다>라는 반응이 다수였고, 비자를 받아와야 된다고 해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받으러 파리 경시청을 가니 말 그대로 사람들이 긴 줄로 늘어서서 하나하나 손으로 작성한 온갖 서류를 든 채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고요. 프랑스 대사관 직원들도 비자 문제에 있어서는 프랑스 정부가 지나치게 더디고 불법에 가까울 정도로 지연시킨다는 건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사관 직원이 비자를 못 받아서 불법 체류를 했다, 고백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 노동 (시간) 전문가라고 하는 정치인이나, 교수나, 언론인이나, 이런 분들이 노동 시간이 35시간으로 단축된 프랑스와 같은 선진 국가에서 일반 민원인으로 민원 넣고 소송하고 이런 경험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교수나 학생으로 비자 신청하며 애 태우는 정도였을 텐데, 노동 시간을 줄이면 법률에 바로 적용이 되는 공공 기관의 근무 시간은 필연적으로 단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없이 무작정 유럽 선진국처럼 노동 시간을 단축하자는 건 전혀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은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철저하게 나뉜 상태라, 결과적으로 정규직과 공공 기관 근로자에게나 주 35시간 근로가 적용이 될 텐데, 정규직이 주 35시간 근로 함으로 인한 근로 공백은 당연히 청년 혹은 비경력 비정규직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이는 지금의 유럽처럼 시민에게는 끊임없는 권리가 주어지고 그 밖의 사람들이 그 부족 분을 메우는 구조로 가게 되며, 유럽 선진국이야 외국인이라도 끊임없이 밀려들어 외국인은 언어를 비롯해 부족함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지만, 한국은 같이 대학 나오고 같이 배웠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는 상대적 발탈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 노동 공백에 따른 부족으로 인한 갈등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을 해야 됩니다.


제가 한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참 기가 막힌 일을 많이 당하면서 온갖 민원을 넣고 고통받으면서도 그나마 참을 수 있었던 건, 프랑스 파리에서의 그 엄청난 불편함과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몸소 체험하여 한국이 가진 이점을 인지하였기 때문인데, 만약 지금 시점에서 무작정 근로 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면 그리고 그 단축이 결국 공공 기관이나 기업으로 이어진다고 하면, 프랑스 파리처럼 업무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한 거고, 이로 인한 민원의 불만도 감당해야 될 게 당연하여 댓글을 답니다.


은행의 경우 코로나가 터졌을 때 은행 문을 3시에 닫는다고 했던 시스템이 지금까지 나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은행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입금, 출금, 송금 기능이 심지어 1970년대부터 서서히 다 전산화가 된 덕분인데, 법률이 제정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기관들은 은행 업무처럼 단순한 구조만 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한 업무가 폭증하고 있으므로, (가령 예전에는 동사무소에서 출생 등록해 주고 서류 떼주는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가 다반사였으나, 지금은 이런 단순 업무는 대부분 기계가 처리하고 가정에 맞춘 복지 상담 등 복잡한 업무가 늘어가는 추세) 업무 자체를 단순화하지 못한다면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백은 업무 지연으로 이어지며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겁니다.


한국 정부의 전산화 수준은 세계 1위에 가까워 사실상 간단한 공무 업무 혹은 (대) 기업에서의 민원 등도 이미 전산으로 다 빠르게 처리가 됐음에도 오히려 공무원에 대한 증원이 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한 민원은 증가하고 있으므로, 무작정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건 발생할 뻔한 문제에 대해 대안이 없는 적용이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AI가 현장 업무에 투입될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한국형 AI를 만드는 시점에서, 언제 완성될지도 모를 한국형 AI가 아무튼 나올 거니까 일단 근로 시간부터 단축하자는 건 일선 공무나 기업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결정이라 보고요, 또, 근로 시간 단축해 봐야 한국은 남는 시간에 배달이나 택배 등에 종사하며 그 시간을 다시 근로에 투자할 사람들이라서, 오히려 근로 시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주 5일 근무로 여행 내수가 급증할 걸 예상했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일 하고 돈 모아서 해외 가거나 투자한다, 이 방향으로 갔죠, 국민들이.


단적인 예로 난민 심사하는 공무원이 90명에 불과해 대기 건수가 1만 건 이상 되고 있는데, 여기에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금 있는 인원도 예산 문제로 쉽게 증원을 못하는데 계속 누적되며 발생하는 업무 지연은 어떻게 할 건지, 비정규직으로 메우는 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나,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즉 근로 시간 단축 및 고용 시장 고착 이후 노동 시장이 일부 개선된 면도 있지만 한 편에는 비정규직이 폭증했고, 이 문제도 계속 누적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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