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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친미, 반중, 친중 가능한데 이유는 설명해줘야죠

한국은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정치인이라면 그 근거는 소명할 수 있어야죠

by 이이진

https://youtu.be/VTxklwAbQf8? si=FZ7 IJhY3 vbssks3 L


사실 반미나 친미나 친중이나 반중이나, 정치인으로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상이고 한국은 민주주의를 북한은 공산주의를 택한 거니까요.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어떤 자기만의 사상이나 철학이나 가치관이 없다고 하면 저는 그게 더 문제라고 보고요.


다만 '그렇다면 왜 반미냐'에 대해서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반일 같은 경우는 역사적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독도 등 영유권으로 인한 분쟁 등 갈등 요소가 있으므로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일반 국민 중 다수는 일정 부분 반일적 태도를 공유하고 있는 반면 '왜 반미냐'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인도 구체적으로 국민을 설득할만한 요소를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아요.


굳이 '반미주의'로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뒤 막상 정치인이 되면 '나는 미국 대학을 나왔다, 나의 아이들이 미국에 있다' 이렇게 미국과 연계점을 강조하며 과거 색을 부인하기 바쁜데, 그렇게 스스로의 정치적 색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바에야, 국민들을 '반미주의로 가자' 호도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애써 감출 거라면 애초에 사람들을 호도하지 말았어야죠.


덧붙여서 전두환 군부를 지지했다는 이유 정도로 반미를 하기에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있고, 그 사이 미국은 오바마와 같은 흑인 혼혈 대통령도 나왔고 진보적 성향이 상당히 강해져서 미국 국적이 아닌 한국인 여배우가 여우 조연상을 받는 상황도 됐고 BTS도 있고, 자동차 등 한국 제품들이 선전하고 있으며, 아시아 계열 정치인들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다각도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과거에 한국의 군부를 지원하고 정치에 간섭했던 일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반미를 하기에는, 미국이 상당히 변한 거죠. 심지어 인터넷 검색을 봐도, 한국의 <다음> 등은 정치색이 강해졌다는 이유로 서서히 이용객이 줄어들었지만, <구글>과 같은 검색은 중국 등 미국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정치색이 강하지 않아서' 선호하는 지배적인 검색 창이 됐어요.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가 강한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이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국가였는데 기업들이 한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전반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되레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대거 상실했다, 자동차 강도 시였던 디트로이트시는 심지어 파산까지 했다, 이런 미국 내 의식들이 지배적이기 시작하면서부터거든요.


민주당이 태동할 때부터 갖고 있는 '미국 주둔군',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 이런 식의 사고가 일정 부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의 한계적 상황인 건 맞지만, 민주당이 태동할 때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거, 투표를 할 수 있는 민족 구성도 다양해졌고, 정치 구성도 다양해졌고, 때문에 오히려 미국 중심 주의가 사람들을 흔들고 있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는 거를 민주당 이하 정치인들이 너무 부인하는 거 같아요.


한미동맹이 진짜 동맹이 되려면, 한국도 힘들지만 현재 미국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 일정 부분 동감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또 현 총리가 젊어서 반미를 했다면, 미국 문화원을 공격해야 할 정도로 정치적 갈급함을 느꼈다면 그걸 부인하기보다는 어떤 연유로 어떻게 했다, 소명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인이 정치인이 되기로 한 어떤 목적 자체를 막상 진짜 권력이 주어졌을 때 부인하는 건 비겁한 거 같아요. 그 시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설명해도 일반 국민들 알아듣습니다.


또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는 외에는 정치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위험한 국가가 맞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떻든 한국과 내전 중인 상황이라 다른 외부 국가가 섣불리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고 (아프리카 많은 나라들도 내전이 벌어지면 막상 UN도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반란군이나 지배군이 민간인도 죽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서 미국보다 한국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군도 한국이 독립하는 시기에 들어왔으니까 지금까지 있는 것이지 아프리카처럼 중간에 내전 생기면 쉽게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만약 북한 말대로 '미 주둔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미국 식민지에서 벗어나면' 한국의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다고 하는 주장을 한국이 신뢰한다고 하면 미군 철수라는 입장도 마지막에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죠. 북한이 같은 민족인 한국조차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걸 북한이 각성해야 되고, 반만 년 이상을 온갖 희생을 하면서 어떻게든 한 나라로 묶어 놨던 한국을 지금 우리 현대 한국인들이 이렇게 분단을 시켜 놓는 게 타당한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을 이렇게 분단시킨 채로 북한만의 독립이 대체 왜 그들에게 이렇게 중요한 걸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독립 그 자체가 의미가 있던 때가 있었지만, 이미 그 시대는 70년 전에 끝났다고 봐야죠. 대부분 자기 민족만의 세계를 주장한 경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반미, 반중, 친미, 친중, 친일, 반일, 다 할 수 있는데, 그러자면 왜 그런지 국민에게 자기 철학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되고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권력이 생겼을 때 부인할 거면, 그렇게 국민을 호도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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