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검색으로만 검색하는 방식은 도태될 것
유튜브에 댓글을 7만 개를 달고 90% 이상이 채택이 된 분이 올라왔더군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들을 유튜브에 영상으로 7만 개를 올렸더라면 아마 지금쯤 절대신 이상의 인플루언서가 되시지 않았을까라고요.. 물론 자신이 가진 지식을 대가 없이 나누고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이 돈이나 명성, 혹은 영향력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분의 상황으로 와서 보면, 이거는 개인이 정보를 나누려는 목적 그 자체보다는 한국 콘텐츠 시장의 한계라는 측면으로도 보이거든요.
20년을 네이버에서 7만 개 이상의 댓글을 달고 90% 이상이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수입이 전혀 (never)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심지어 네이버 상에서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지위조차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 또 부수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네이버에 따로 전문가로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복잡한 구조로 돼있다는 점 등등 네이버 자체의 콘텐츠에 대한 접근 방식에 문제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1,000개 정도 댓글을 달았을 때 (이 정도 댓글을 다는 것도 엄청 힘든 일입니다) 누구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오픈된 플랫폼으로 가야지,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지위인 절대신의 지위에 있는 사람마저도 또 따로 네이버에서 전문가로 승인을 받아야만 부수적인 수입을 낼 수 있는 구조로 간다는 것은, 네이버가 일반 대중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얘기가 되는 거거든요.
구글로 와서 보면 구글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가치 충만한 목적으로 여러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내용을 보면,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유튜버들이 자기 주변 얘기, 아픈 얘기, 그냥 먹는 모습만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등, 딱히 전문성이나 자격이 없더라도 누구나 자신이 가진 지식, 경험 혹은 특징을 공유하며 이로서 돈을 벌어갈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유튜버가 돈을 벌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자기와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죠.)
즉 콘텐츠는 어렵고 전문적인 어떤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사는 얘기라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인식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 각종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독보적인 플랫폼이 된 거죠. 실제 목적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거지만, 어떻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용객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기본 논리에 충실한 구글의 유튜버는 이제 어느 플랫폼도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네이버도 그렇고 다음도 그렇고 검색 인구 자체가 빠져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상대로 대출이니 택시 호출 사업이니 온갖 사업을 하면서 도무지 무슨 플랫폼이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거죠. 물론 대중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글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급격한 변화도 동반되고 있지만,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의 보편화에는 일조를 했습니다.
한국형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 다음 등이 라이코스, 야후 등 글로벌 플랫폼을 넘어설 수 있었던 데는 이 방송에 나온 분과 같은 셀 수 없이 많은 유저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가 있었던 것인데, 결국 네이버와 다음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의 방식이 변화되는 자체를 유저들에게 알리지 못 함) 심지어 이들이 급속도로 다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는 데 가속도를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은 크기만 커서는 안 되고 앞선 시대를 보면서 유저들을 이끌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못 한 기업은 거의 도태됐죠.
문장 하나로 시작되는 창의의 신세계가 도래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렇게까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유저에게 단 돈 50만 원을 지급하게 하는 네이버의 구조는 심각하게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열정 페이보다 잔인한 방식이라는 생각입니다. 유저들이 돈이나 명성 등을 바라고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닐 테지만 명백히 셀 수 없는 시간을 들여 정보를 공유한 것이고, 이를 부수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네이버의 현 방식은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자발적인 유저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감사함을 쉽게 말해 그려려니 하다가, 이제와 소상공인 플랫폼이니 대출 플랫폼이니 뭐니를 시도하는 것은 심지어 다른 중소 플랫폼을 막는 방식이기까지 합니다.
결국 이 분도 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야 알려졌을 것이라, 저로서는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더군요. 아무리 대가 없는 활동이라도, 이 정도 되면, 네이버에서 따로 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못 만들 거 같으면, 매 해 초청해서 의견도 듣고 각종 혜택도 드리고 준직원급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 이 분은 한국형 인터넷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그러니까 아마도 애국심에서 이런 활동을 하셨을 듯하여 숙고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참고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포스팅해 봐야 돈이 안 된다고 말씀을 하실 분들도 있을 텐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다음과 네이버의 유저 유입 방법은 키워드 검색이라서, 사람들이 관심 없는 주제 (키워드)로 포스팅을 수백 개를 해도 아무도 안 봅니다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친구나 이웃이 되면 자동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즉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키워드 검색 방식과 함께 인물 위주로 가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포스팅을 해도, 그러니까 내용이 없어도, 퍼질 수가 있는 구조인 거죠. <오늘 술 한잔 했습니다> 이렇게만 적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그러나 친구나 이웃이 되면 볼 수밖에 없는 방식입니다.
오픈된 장소에 글을 쓴다는 것은 (심지어 익명을 가장해도) 누군가는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키워드를 맞추지 않고서야 누군가가 보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의 블로그 방식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방식이 최근 들어 널리 퍼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돈이나 명성, 영향력이 안 될 거 같으면 누가 내 상태라도 봐주면 좋은 거죠. 네이버나 다음은 이게 전혀 안 되고 있고, 카카오가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거는 또 내용이 길어지니 일단 여기까지 작성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 분은 네이버 직원 이상으로 네이버에 기여가 큰 분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