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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이 반드시 선의만을 달성하지는 못 합니다.

인터넷 기술이 갖는 문제와 메타버스, AI의 한계에도 일단 가본다

by 이이진

인터넷이 초창기에 생길 때, 만든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정보가 모두 공개되면서 결국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교육, 문화, 정치에 있어서, 일반 국민(이용자)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며 결국 평등한 세상이 오게 될 거란 거죠. 이런 베이스 때문에 인터넷은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무료입니다, 이용하는 데 있어서.


그러나 막상 현실을 보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 다수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국가들도 있고, 기업이 돈으로 지배하기도 하고, 특정 세력에 의해 호도되기도 하면서, 요즘엔 알고리즘도 있군요, 일정 부분 평등해진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예상한 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죄나 경향들도 생겨나고 있죠.


초창기에 익명성을 바탕으로 했던 인터넷은 이제 실명으로 움직이는 곳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영하는, 그게 이용자들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측면이 반영된 텔레그램에서 조주빈 같은 범죄자가 나왔다는 것도 인터넷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적이 사용자 개인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봐야 됩니다. 세상에 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선의로 만들어도, 결과에 꼭 그렇지는 않아요.


메타버스와 AI를 언급하면서, 인터넷 초창기와 같은 기대를 갖는 분들이 다수인 것을 봅니다. 인터넷을 겪었기 때문에, 무작정 기대만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기대들이 있죠. 메타버스로 교육을 하게 되면, 저소득층도 이득을 볼 거다, 교육과 기회가 평등해진다, 이런 논조의 글을 많이 봅니다.


그렇다면 이거를 왜 인터넷으로는 못 하고 있는지 저로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메타버스와 AI는 결국 인터넷과 컴퓨터를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왜 안 될까요? 이용자가 무료로 이용해야 저소득층도 효과를 보는데, 그러자면, 외부 자본의 개입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사람의 방향성이 배제될 수가 없는 구조예요. 유료로 전환한다고 해도 자본의 영향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서비스를 키우려면은요. 현재 AI GPT 시장도 유료라고는 해도 결과적으로 자본이 투자되는 상황일 수밖에 없는 게, 서비스가 초창기에서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나, 투자는 상식적으로 일어납니다.


아무런 성격이 없는 투자라는 게 세상에 있을까요? 정부가 투자해도 친정부적 성격은 배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좀 너무 사실적이지만, 인간은 그렇게 도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는 불편한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 하죠. 익명에 기댄 수많은 악플러들, 해괴한 사이트들, 불법들이 횡행하는 것도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메타버스도 이 인간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재미가 없는 매체가 될 것이고, 재미가 없는 매체에 굳이 이용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은 호기심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멈출 가능성이 큽니다. 콘텐츠 시장에서 엽기와 호러와 살인과 폭력과 성이 난무하는 것, 그게 다 인간의 속성이거든요. 지나치면 범죄가 되지만, 일부는 인간의 괴이한 상상력이 낳은 산물이고, 또 그걸로 발전도 합니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뭔가 어린이 교육 방송 같은, 성인들이 즐길 만한 요소가 많지 않아요. AI도 일부 단어는 통제하면서 학습을 시킨다더군요. 그게 처음에야 그런대로 작동하겠지만 인간의 사고까지 닿으려면, 소위 말하는 인간의 지저분한 욕구가 배제된다면, 인간 지능을 묘사하려는 AI도 한계를 갖게 될 겁니다. 흥미도 떨어지겠죠.


생각보다 세상에서 잠깐 빛을 발했던 것들은 재미가 없어서 사라진 것들이 많습니다. 유익해도 재미가 없으면 사라져요. 그게 시장의 자유 논리보다 셉니다. 그래선 인류가 어디까지 왔나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죠.


문제 발생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겪을 것인가, 문제 발생을 억제하면서도 그게 발생 가능할지를 살펴볼 것인가, 저는 뭐 그 여러 맥락에서 메타버스니 AI니 보고는 있는데, 토통 재미가 없어서, 그게 더 문제인 것 같아서, 글을 써봤습니다. 주커버그도 메타버스로 펜싱을 하는데 뭔가 교육방송 느낌인 거죠.


CU(비하의 의미는 아닙니다만)를 가려고 메타버스를 갈까요? 근데 그렇게 돼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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