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급자족 방향 자체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 어렸을 때, 어른들이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게 지금 보니까,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이라는 성분 때문이라는 게 일정 부분 밝혀지면서, 요즘엔 글루텐 프리 밀가루가 나오고 있죠. 밀가루에서 글루텐을 제거한 겁니다.
요즘 쌀 소비가 줄어든 이유에는, 쌀이 혈당을 올린다는 등의 연구결과로 인한 것으로, 막연히 선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선택인 거죠. 밀가루의 글루텐 같은 성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밥 한 공기 다 먹자 이런 운동이 크게 효과를 줄 게 없는 거죠. 쌀 자체에 대한 일반 소지자들의 의문이 많아진 시점이거든요.
그렇다면 쌀을 주로 소비하는 국가들이 쌀을 계속 먹기로 하였다면, 밀가루에서 글루텐을 제거하듯이, 그 원인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냥 먹으면 안 된다, 이렇게 배제하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아요.
벌써 쌀 생산 농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농업 전체 방식을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딱히 대체 작물이 충분하지도 않은 실정이죠. 쌀 소비 문제가 한국 말고 다른 쌀 소비 국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는데요.
사실 쌀을 국가에서 구매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기보다는, 일정 조건에 맞는 개인 빚을 국가가 탕감해 주듯이, 농민 개인(?)이 갖는 문제를 국가가 일정 부분 해소해 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국가는 대기업이나 개인, 심지어 은행들의 채무(성격의)를 탕감해 주거나 부담해 왔어요. 이거를 딱히 농민에게만 적용하는 게 포퓰리즘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쌀을 짓는 농민들이 거의 70 대등 고령자들로서, 농사를 이어받을 세대가 없다면, 결국 양곡법으로 국가가 수매해 주는 쌀은 십 년 정도 될 것이란 점이고, 그 이후에는 보다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자급자족을 할 것이냐 (지금도 굉장히 낮은 수준이지만), 아니면 이를 포기할 것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되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디서 접근해야 되냐, 이렇게 여기서 시작해야 되는 측면이 있어요.
쌀을 농민들에게 구매하는 것으로 해소한다는 것은 문제를 10년 혹은 15년 후로 밀어두는 것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쌀농사에서 방향을 돌릴 필요가 있는 농민들마저도 계속 쌀농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유지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당장이라도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냐, 그거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지, 포퓰리즘이냐 아니냐 이런 논쟁은 진짜 중요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거라고 봐요. 이런 정치적 바람이 지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