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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만큼 똑똑한 부인을 가정주부로 둔 건 사회죠

당대는 여성 스스로 글도 쓰고 출판도 되는데 안 했으면 선택이죠

by 이이진

https://youtu.be/J8 sUi0 K8 OzQ? si=jW5 rJtV-uGxqbun7


조지 오웰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된 터라, 내용이 기억이 안 나는데, 개인적으로 제 취향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당시 인상은 어떤 특정 사상을 우화 형식으로 구겨 넣어 만든 소설이라는 느낌? 스머프라는 만화가 사실은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거다, 이런 주장처럼 동물농장도 특정 사상을 두둔하는 소설로 일부는 읽을만했지만, 일부는 그다지였달까요.


이게 소설로 대단히 성공하긴 했지만 조지 오웰 원래 생각대로 소설의 형식이 아니었다면 마르크스처럼 어떤 사상으로 발전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지도 모르므로, 아일린이 실제 소설로 써라 아이디어를 준 것만으로 아일린의 성과가 크다 혹은 사라졌다 보긴 어렵죠.


사람들은 글로 돈을 버는 가장 쉬운 수단으로 소설을 생각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사상도 글로 적힌다는 거, 사상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훨씬 강력하다는 걸 알았으면 하고, 소설로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 건 대중성을 작가가 택한 것일 뿐인 거죠.


따라서 조지 오웰의 원 아이디어가 완성된 모습을 모르는 채로, 아일린 의견에 따라 소설이 성공했으니 아일린 덕분이다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돈과 명성만 추구하는 대중 관점에서야 소설 성공이 자축할 일이겠으나.


덧붙이자면, 달리도 그렇고 뒤샹도 그렇고 당대 혹은 바로 뒤를 이은 예술가나 작가나 거의 정상적인 사람이 없습니다. 피카소도 여성 편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난잡했고, 어느 유명 작가 혹은 예술가를 보더라도 연애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제정신인 사람이 거의 없어요. 거의 미치광이 수준이죠.


그럼 당대가 어떠했냐 봤을 때 1차 대전과 2차 대전이 있었고 식민 지배가 있었으며 노예제도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미국이라는 신흥국으로 예술가나 지식인들은 소위 말해 <도망을 쳤습니다>.


조지 오웰은 그나마 식민지 중 하나인 미얀마에 가서 영국 경찰로 복무라도 했지만, 상당수 예술가들은 전쟁의 폐해 어쩌고 하면서 자기 나라를 떠나 망명하며 미국으로 도망간 거죠.


따라서 당대 지식인과 예술가들 상당수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사망하고도 본국이나 자기 고향에 가지 못 합니다.


어떤 작가는 미국 국적을 택하지도 본국 국적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방황해요. 그리고 1945년 핵폭탄이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하죠? 이런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고 인간 행동만 보면, 다 제정신 아닌데, 이런 방식의 전기를 저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지 오웰이 사망 전후 소설가로 인정받은 계기 중 하나는 영국 식민지에 경찰로 근무했고 미국 등으로 도망가지 않았다, 영국인의 정서를 지켰다가 있으며, 아마도 아일린이 조지 오웰의 이기적인 모습과 작가의 명성에 맞지 않는 모순된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을 지킨 건 영국적 가치를 따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이 시기 비트겐슈타인도 독일 최대 부호의 아들이었으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자 계급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러시아 농장에 취업하려 하는 등 부유함과 계급에 대한 지식인 특유의 혐오가 있었던 것에서 봤을 때,


아일린이 그 시대 여성임에도 옥스퍼드를 나온 게 맞고 그 정도 지식인이라면,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처럼 비열한 계급사회를 혐오해 바닥부터 일하면서도 영국에 대한 보수성을 갖고 있는 등 본인도 모순이 있었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아일린이 조지 오웰로 인해 고생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대는 여성도 얼마든지 자기 이름으로 글을 출판할 수 있었으므로, 아일린이 직접 글을 써서 출간하지 않은 실체적 이유야 쉽사리 알기는 어렵다고 보고,


다만 이런 내용의 글들은 여성의 남성으로 인한 피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남성성은 포악하게 강조하느라 여성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묘사하는데,


저는 아일린은 옥스퍼드를 나와 영국과 어떤 통합 유럽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고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한 생각은 모르겠지만) 그 결과로 조지 오웰의 어떤 사상적 부분을 지지해 같이 있었다, 이렇게 봅니다. 즉 충분히 주체적으로 희생을 각오한 여성이다, 이런 거죠.


아일린이 왜 스스로 작가가 되기를 거부하고 조지 오웰의 뒷바라지를 했을까, 당대에는 여성도 스스로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었는데, 이건 일단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겠으나, 조지 오웰이 강압한 게 아니라면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나 아일린의 선택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아인슈타인도 부인이 아이디어를 줬다고 하는데, 부인이 그 정도로 독청적이었다면 분명히 엄청난 job offer가 있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이 바빠서 하지 못할 활동을 부인이 일정 부분 할 수준이 됐겠죠.


왜냐하면 부인은 그 당시 여성으로 드물게 아인슈타인이 다니는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똑똑했고 독립적이었는데, 왜 사람들은 그녀에게 job offer를 직접 안 줬을까요?


이미 마담 퀴리 등 여성 과학자가 촉망받고 있던 시대에서 아인슈타인 부인도 여성이지만 과학자를 지향할 만큼 진취적이었는데, job offer를 거절할 이유가 있겠나요?


만약 당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가 부인과 공유된 것임을 알았다면 더군다나 아인슈타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도 (꼭 공격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비판을 위해서) 부인을 반드시 채용했을 겁니다, 교수로든 작가로든 뭘로든, 아인슈타인과 버금가는 천재 여성을 가정 주부로 둔다? 그럼 당대 사회도 이상한 거죠, 사회가 천재 여성을 주부로 가둔 겁니다, 아인슈타인 문제가 아니라. 이해가 가시죠?


여하튼 아일린이 조지 오웰의 모순과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행태로 힘들었던 건 인정이 되나, 조지 오웰도 작가로 성공한 시기가 본인 죽기 얼마 전일만큼 여유롭지 않았다는 거, 즉 부유해지고 아일린을 버린 일 따윈 없다는 거고, 아일린은 옥스퍼드를 나온 지식인 여성으로 작가로 스스로 성공할 수 있었으며 영국적 가치를 따랐을 뿐 남자에게 터무니없이 희생만 할 만큼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 내용이 다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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