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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언제부터 불법과 편법을 정당화하게 됐죠?

대치동, 편법을 바탕에 둔 교육 스타일 문제 많습니다

by 이이진

지난번 대치동 원룸에 거주할 때, 지금 구로동으로 옮기기 하루 전 한티역 중심으로 동네를 한번 훑어봤었죠.


그때 학생들이 스터디 카페라는 장소에 자주 출입하는 것을 보고, 제가 사는 동묘에서도 스터디 카페를 보긴 했지만 저는 성인 모임 위주 카페라고만 생각해 의식하지 않았다가, 학생들만 주로 가는 카페란 게 좀 이상해 겉에서 봤더랬습니다.


제가 좀 고루한(?) 세대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카페나 이런 데 가는 게 문제아들만 하는 소위 말해 청소년이 어른 흉내를 내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아무리 스터디 카페라도 청소년들만 가는 카페? 뭔가 이상하다 생각에 입구까지 가본 거죠.


일부 스터디 카페는 대형 건물로 입구에서부터 아이디카드 같은 걸 찍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고, 일부 스터디 카페는 정말 일반 카페처럼 지하에 위치해 누구나 들어갈 수는 있지만, 실제 내부는 독서실 그 자체였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형적인 카페 형태는 분명히 독서실이 규제가 심해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것일 테다, 포스팅을 했는데, 제 예상대로 독서실은 학원법 대상으로 부가가치세는 면제되나 심야 영업이 어렵고 소방법 등 안전 규칙도 복잡하며 지하에 만들 수 없고 학생 피난도로를 확보하거나 반드시 관리인이 있어야 하는 등, 독서실 규제로 인한 스터디 카페 유행이 맞더라고요.


말씀드렸지만, 수요가 있는 한 규제로는 통제가 어려워서 반드시 변칙적인 방식은 유행하기 마련이고 변칙적인 방식은 규제를 피해서 만들어지므로 당연히 안전 등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독서실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불필요한 게 아니라면 스터디 카페에도 적용돼야 하고, 독서실의 각종 규제가 지나친 거라 스터디 카페 정도의 규제만으로도 된다면 독서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나은 거죠. 이런 변칙적인 방식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이 더 복잡하거든요. 어느 부서가 해결할 거냐, 보건복지부냐, 지자체냐, 교육부냐 등등...


법률은 정기권 기간이 얼마냐, 고정석이냐, 소모임이나 취식이 가능하냐 다소 단편적인 기준으로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를 나누고 있지만, 실제 기준은 이용객의 나이와 목적으로 보는 게 맞고, 이용객의 50% 이상이 청소년이고 주목적 또한 지속적으로 오로지 개인 공부를 위한 것이라면, 청소년 이용시설로 독서실로 구분해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즉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의 구분에서 가장 고려돼야 할 건 이용객의 나이와 목적 그리고 안전이죠, 지금같이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스터디 카페는 청소년들이 음악을 들으며 집중하고 있어서 외부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를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고 어떤 카페는 너무 폐쇄적이라 카페라고 부를 수가 없던데요.


보면, 강남은 법으로 규제해도 그 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식으로 편법이 상당히 빨리 자리를 잡고 이게 바로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특히 자식 교육이라면 불법과 범죄라도 서슴지 않는 한국 학부모들의 틈새를 제대로 공략해요.


강남은 한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부를 이룬 뒤, 자기 자녀들도 그렇게 키우는 곳인데, 항상 법 위에서 그 편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저는 잘못된 거 같습니다. 서울대만 가면 안전과 법과 규제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는 거, 그게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 거고 가야 할 방향일까요? 그러니 성공가도만을 달리다 높은 자리에서 얼토당토않은 부도덕이 노출되는 일이 생기죠.


사실 청소년 등 어린이에게는 일정 시간 이상의 공부를 시킬 수 없고 반드시 휴일과 놀이를 줘야 하는데, 제가 일요일 방문한 스터디 카페는 청소년들로 만원이더군요. 주변에 온갖 편법을 묵도하고서 서울대에 가고 교수가 되고 박사가 되고 판사가 된다라, 그렇게만 되면 내가 묵도한 불법과 편법은 죄가 되지 않는다라....


이게 무슨 역사적 모순으로 쉽게 건드리기 힘든 철학적 난제도 아니고 단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청소년 시기를 편법 속에 노출시키는 건데, 편법이므로 안 하면 될 일인데, 대치동 엄마들의 이 잘못된 교육방식과 자기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그릇된 자식애에 대한민국 전체가 놀아난다 싶네요.


이런 말 하면 꼭 미국이 더 하다, 선진국이 더 공부시킨다, 대꾸들을 할 텐데, 미국에 좋은 것도 많은데 왜 꼭 나쁜 거 변명할 때 미국을 가져오나, 참 지겹습니다. 여하튼 대치동 방식 문제 있습니다, 자식을 기계적인 판사로 키우는 게 아니라 훌륭한 한 인간으로 키우기에는 간과하기 힘든 문제들 제법 있어요. 학원들도 그렇고요.


학교도 성적으로 학생을 차별하는 게 명백한 인권침해인데, 난이도에 맞춰 가르친다는 해괴한 변명으로 학원이 학생을 성적에 따라 차별하는 거 범죄입니다. 학교에서 성적으로 차별하는 등 경쟁심리 유발이 힘들어지자 학원으로 옮겨간 것으로, 이 또한 편법적인 압박 교육이죠. 적정 난이도 테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성적별 차등 교육은 명백한 인권침해고 상대적 박탈감 유발이죠. 이 문제는 제가 9월 말 집에 들어가서 차차 다른 곳에도 적용해 다퉈보겠지만, 일단 심해서 올려요.


자식이 없으니 네가 부모 맘을 몰라 그런다, 이럴 분들에게, 그런 방식으로 커서 훌륭한 위인은 없더라, 자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답을 드립죠. 저도 자식 낳고 이런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될 바에야 없어도 객관적인 사람으로 남는 게 낫지 싶습니다.


부모 마음이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이런 비난 앞에서조차 부끄러움이 없고 당당한 걸까요? 부모가 언제부터 이런 불법과 편법에 당당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걸까, 참 의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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