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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 작가는 모두를 용서 안 하네요

가난한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부자가 되고서야 느끼는 부정

by 이이진

드라마를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 거의 보지 못하거나 안 보는 편인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간이 어떻게 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이나 우영우도 못 봤을 정도이니 드라마를 못 봤다는 게 무슨 말씀인 줄 이해들 하시겠죠.


보니까, 결말을 놓고 많은 말들이 있는 거 같은데, 저는 그냥 작가가 작중 인물 누구의 편도 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결말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결말이 썩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원작은 보지 못했으나, 드라마에서라면 많은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던 진양철 회장도 순양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핏줄에게 회사를 넘기기 위해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횡령을 하였던 것이고, 진양철 회장의 자녀들 잘못된 면이야 말할 것도 없는 거고, 순순한 줄 알았던 진양철 회장 부인도 자식에게 회사를 주기 위해 남편 살인도 교사하는 위인이었던 거고, 배다른 자식인 진윤기도 결국 회사가 다른 형제에게 넘어갈 것 같자 진양철 회장의 추한 모습 공개하자 물불 안 가리는 위인이었던 것이고, 충복이었던 이항재도 회사 차지하려 술수 부리고, 뭐 그런 식인 거죠.


특히 하이라이트는 이렇게 진양철을 비롯하여 진양철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온갖 묘수를 쓰며 인간 혐오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던 진도준이 되었던 윤현우가 사실은 진도준의 살인마(까지는 아닐 수 있었는데 결국 범죄를 은폐하며 살인에 일조)로서 가장 범죄자적이었다는 데 있었던 거 같은데,


그나마 여기서 남는 인물이 서민영 검사와 진도준의 엄마 정도일 텐데, 서민영 검사도 순양 그룹의 저승사자로 불린 그 근거가 자신의 남자에 대한 개인적 복수심이 근저에 있는 것이니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진도준의 엄마는 진도준의 활동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 함으로써 사실상 역할이 없는 실정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저는 여기서 좀 인상적이었던 게 윤현우의 변화였습니다. 윤현우는 가난한 시절에 자신의 아버지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원망을 하다가 결국 부잣집 아들이 되고서야 할아버지를 비롯한 친부 등의 정을 배우게 되면서 그룹의 총수로 자신을 자리 잡아가죠. 얼핏 보면 작가가 부잣집을 비난하는 것 같지만 기실 내용을 보면 가난한 부모도 욕먹기는 마찬가집니다.


이러한 전개는 작가가 드라마에 현실을 반영하고자 하는 어떤 의지로써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에서나마 권선징악을 보고 만족을 하려던 많은 시청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나마 보려는 것이 아닌데, 작가가 이러한 시청자 현실은 외면한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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