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폭력적으로 보낸 사람으로서, 학창 시절 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았을 학우들에게는 무한한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만, 저 또한 선생님들로부터 온갖 악담과 그 이상의 폭행을 당했으므로, 지금처럼 학생 인권이 법적으로까지 보장되는 시대와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을 거 같습니다.
다시 말해 작가님이 다른 학우가 그 학우에게 맞던 그 시대에 침묵한 것은 우리 시대는 학교 폭력에 다들 침묵하도록 배웠고, 학교에서의 폭력이 정당하다는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 그런 시대에서 나 홀로 그 인식을 거부하기에는 청소년이라는 나이가 독립적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걸 단순히 지금 시대와 동일하게 비교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봅니다.
제 시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학교의 가르침에 저항하고 자퇴하는 게 멋있는 일이었고, 학교와 기성 세대는 돌파해야 할 어떤 억압이었으며, 지금의 학교는 청소년에게 창의성을 키우는데 효과적인가 고민은 있을지언정 적어도 폭압적이고 권위적인 어떤 것이 아니며, 부모와 기성세대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또한 외면할 수 없는 것이죠.
따라서 조진웅 배우의 문제 행동 또한 시대적 배경을 떠나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나, 만에 하나 정말로 윤간과 같은 행위를 했다면, 이건 쉽게 넘어가기 힘든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이는 폭력은 시대에 따라 그 궤를 달리 하지만, 윤간은 전근대 시대에도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며,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고 유명인이 되기 전 피해자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사죄를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봅니다.
즉, 청소년기에 폭력, 절도, 상해, 강간 등 큰 죄를 저지르고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른 후에 사회구성원으로 성실히 자랐다면 굳이 과거의 잘못으로 또 다시 비판받을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유명인이 돼 어떤 힘을 가진다면 피해자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사회에 선처를 구하는 게 맞지 않나, 누군가가 먼저 이를 드러내게 하기 보다는 스스로 고백하고 사죄했더라면 사회가 그 반성을 받아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사회가 잘못한 사람을 잘 용서하지 않고 특히 청소년기 잘못에 지나치게 엄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잘못을 스스로 사죄하고 용서 받는 과정 또한 한국 사회가 거쳐가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과거를 감추다가 누군가에 의해 들통이 나 스스로 매듭 짓지 못하고 사회의 분란으로 변화하는 절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진웅 배우는 배우로서의 은퇴를 떠나 피해자가 윤간이라는 끔찍한 일을 당한게 사실이라면, 그 수치스러움을 스스로를 공개한다고 할 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언론에 일정 부분 소명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와 피해자에게 사죄를 한다면, 사회와 피해자는 이를 용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