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날과의 사투 3 - 자작소설

by 이이진

진부한 날과의 사투 3


다섯 시간 동안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동정은 쉽게 줄 수 있어도 그게 돈이 되기는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세상이 이렇다는 걸 나는 왜 몰랐던 걸까. 도와 줄 사람도, 신경써 줄 사람도,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살았던 이유는 뭘까. 막연한 자신감은 언제부터 내 안에 있었던 것일까.


고개를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한 명 한 명 주지하듯 살피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돈을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지나가는 저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 있을까. 눈을 감으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이렇게 내 몸을 이용해서 숨을 쉬는 것, 본다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내 몸을 이용하는 데 필수인 살아있는 데도 돈이 든다, 돈이 없으면 나는 누군가가 처리해주어야만 하는 시체가 된다. 처리를 필요로 하는 쓰레기조차도 쓰레기 처리 비용이 드는 게 세상의 이치인 거다.


두렵다. 나는 그 동안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았던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돈 버는 방법 따위 집착하지 않고 살아있는 게 가능하긴 할까. 불안을 등에 업은 비참함이 가슴에서 눈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가난이 곧 불행이 되는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저기요.”


힘 없이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내 내면의 밖에서.


“제가 돈을 좀 드리고 싶어서요. 시간 좀 주세요.”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부터 지켜봤거든요. 얘기 좀 나누고 싶어요. “


그의 눈썹 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요?”


“글쎄, 뭘까요?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지금 주세요.”


내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가 펼쳐진 나의 손바닥을 오므리면서 말했다.


“돈을 받으려면 이렇게 오므려야죠. 이렇게요. 두 손을 모아야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요. 잊지 말아요.”


그가 가는 눈을 실처럼 만들며 웃는 표정으로 날 부축했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바닥에서 일어섰다. 지나가던 몇 사람이 그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댔다.


나는 그와 아무 관계가 아니다. 나와 그를 어떤 관계로 만드는 사람들은 실제의 그와 내가 아니라 이제 막 우리를 지켜보기 시작한 구경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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