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날과의 사투 6
그가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냥 이렇게 말 하는 거. 하고 싶은 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지껄이는 게 왜 안 될까요? 돌이킬 수 없어졌어요. 아무에게도 내 자신을 말할 수 없어요. 불행한 역할로 남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나야말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말도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꺼낸 말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요.”
그가 어깨를 들썩이더니 고개를 돌리고 울기 시작했다.
“왜 울죠?”
“울고 싶으니까요.”
훌쩍거리던 그가 이번에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왜 웃죠?”
“웃고 싶으니까요.”
“그게 내 앞에서는 되나 보죠, 그럼.”
내 대답을 들은 그가 멈칫했다.
“그러니까 그게 왜 당신 앞에서만 되는 거죠? 갑자기?”
눈물을 머금은 채 스스로의 감정에 녹초가 돼버린 그가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나도 지금이 미래일 과거의 어느 시점까진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가 돈을 주겠다고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진 우리 서로는 알 필요가 없는 관계 속에 놓여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겠죠.”
내가 얇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그래서라고요?”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구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답답해졌다. 생각을 떠올리게 된 과정을 내가 이해하는 것만큼 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같은 걸 보고 있어도 같은 걸 느끼는 경우는 드물었다. 언제든 한 쪽에서 적당히 이해하는 척 넘어가지 않으면 관계는 불편해졌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고 해도 소통의 이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좀 더 완벽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이건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