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Mar 25. 2024

부모가 나빠서 준 게 아니라 원래 부모는 영향을 줍니다

세상 모든 자식은 부모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https://youtu.be/1 GXp1 ej6 OAc? si=jNOIEjcn76 k4-pnG


저는 기본적으로 유아동기나 청년기 시절 부모로 인해 형성된 어떤 부분은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부모의 가르침이나 삶의 방향, 혹은 자라면서의 경험으로 인한 어떤 부분은 근본적으로 잘 바뀌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차이점은 그걸 어떻게 바라보느냐 정도 같습니다. 스님도 말씀을 하신 부분인데. 


예를 들어 자라면서 유복하고 항상 부모가 방향을 결정해 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순응적이고 성공지향적입니다. 본인이 자라면서 삶의 저항을 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제도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게 되고 또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하죠. 그런데 또 이렇게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제도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을 보면 부유하게 자랐고 항상 우등생이었으나 사회에 비판적인 사람과 반대로 부유하게 자랐고 항상 우등생이었으며 여전히 제도에 복속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비슷한 상황인 것이지, 실제 삶을 보면 부유하고 우등생이나 고압적인 성격의 부모로부터의 양육 혹은 부유하고 우등생이나 유연한 부모로부터의 양육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어떻든 유사한 조건에서의 양육에도 불구하고 삶의 가치관은 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서 부모로부터의 양육 지도와 자라면서 부딪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격의 어떤 부분이 형성이 되는 거죠. 인격의 어떤 부분이 형성되는 것이지 전체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주변에 부유하고 높은 지위의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박탈감에 대한 두려움과 강한 소속 의식을 갖고, 주변이 가난하고 낮은 지위의 경우에는 범죄나 기타 남용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합니다. 따라서 전자로 자란 사람 중에는 지나치게 성공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삶에 초연해지는 사람도 있는데 (의외로 사회 저항적인 예술이나 사상을 말하는 사람 중에 부유하게 자란 모범생도 꽤 됩니다, 부처도 왕족으로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말을 통달하는 천재이나 구걸한다 폄훼받으며(?) 사회를 선도했죠), 마찬가지로 가난하게 자라서 범죄자로 자라는 경우나 반대로 범죄나 가난을 뿌리 깊게 혐오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인이나 일 중독자들 중에 대단히 가난하게 태어나서 잔인할 정도로 일하는 분들이랄까요)


보면 상담자님은 아버지의 도박 중독을 다소 혐오하는 방향으로 자란 것으로 보이고 (도박하는 부모 밑에서 본인도 도박이나 기타 마약 등 중독에 빠지는 나태한 자녀로 자라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때문에 그로 인한 혐오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금의 교착 상태를 불러오자 더 큰 혐오가 발생하는 상황이 된 거 같습니다. 즉 근본은 아버지의 도박 중독을 혐오함으로 인한 삶의 방향 설정인 것이죠. 인생을 설계할 때 내심 바탕에 아버지에 대한 저항, 혐오, 분노가 있었고 그런 혐오로 인하여 성실히 살았으나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자 묵혀 둔 아버지에 대한 혐오가 올라오는 겁니다. 


말씀하시는 것처럼 원망을 떨쳐내고 평온하게 살자면 일차적으로 인간은 부모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누구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즉 부모가 도박에 빠져서 나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게 아니라 부모는 자녀에게 그냥 영향을 줍니다), 성공을 했건 안 했건 역시 자녀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서 나에게 원치 않는 나쁜 영향을 줬다, 지금의 나에게까지 원치 않는 영향을 준다 생각하면 당연히 분노하게 되지만, 인간은 모두 그렇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면 내심 가득한 분노는 조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도박, 실패, 가정환경, 이런 것들에 기반한 인생 목표 설정으로 <억지로> 열심히 살기보다는 (생각보다 부모로 인해 악착같이 사는 분들 꽤 많습니다, 부모가 어린 시절 너무 존재적으로 무시를 하다 보니까 인정 욕구가 내재됐다거나), 뻔한 답변 같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우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 부모들 중에는 죽음이나 병, 노년기 외로움과 참을 수 없는 가난으로 인하여, 더 이상 도박을 할 수도 없어 삶도 공허하고 해서, 갑자기 자식을 찾는 경우도 발생하고, 이때 또 자식들이 <어떻게 당신이 나를 찾아오냐>면서 급발진을 해서, 다시 갈등에 침잠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돈도 요구하고 뒤늦게 부모 노릇한다면서 막 이런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부모가 이러면 안 된다, 부모가 이래야 한다, 그런 걸 좀 내려놓지 않으면 본인이 괴롭고, 또 자신이 부모가 됐을 때도 부모로서의 자신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괴롭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자신에게 한 모습을 잊지 못해서 반대로 자녀에게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다가 지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원인을 남기지 않고 결과만 남긴 선대 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