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로의 급속한 전환이 시사하는 점
이마트의 세습경제에 대해 비판하는 포스팅을 읽었는데요, 일단 세습경제 논의는 차치하고 이마트의 적자 행진(?)은 사실상 지금까지 존속해 온 사회 구조가 급속도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누구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현상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즉 고대와 근대는 제외하고 현대로 들어오면서, 경제는 다분히 계획적인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시장은 이 계획적인 접근에 의하여 미리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즉 상품을 미리 생산하여 가격을 조정하는 시스템이죠. 따라서 썩지 않는 재고 개념이 대두되고요.
21세기 들어서면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분화를 겪었던 가족 형태는 1인 가구 (혹은 독신 가구)라는 형태로 다시 빠르게 재편됩니다. 사실상 핵가족으로 분화했을 때 가족의 분화 형태는 거의 완결된 것으로 보는 입장이 팽배했으므로, 가족 형태가 1인 가구로까지 이렇게 빨리 재편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가족 형태가 다양화될 것을 예측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1인 가구가 40% 그러니까 거의 절반을 상회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형 마트는 기본적으로 최소 4인 가구 중심으로 상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묶음 판매, 증정 판매,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 도소매 판매 등등, 4인 가구는 돼야 소비가 가능한 생산력을 바탕에 두고 있는 거죠. 4인 가구이다 보니 구입 품목도 다양해서, 여러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형태를 선호하게 됩니다. 즉 아빠도 구매하고, 엄마도 구매하고, 자녀들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했던 겁니다. 여전히 주말에 마트에 가면 대부분 가족 단위로 구매하러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급속도로 1인 가구 중심이 되면서, 대량으로 물건을 싸게 구매해 냉장고에 쟁여 놓는 마트 구매 방식이 불필요해지고, 또 그럴 만한 공간도 없고, 1인 가구 중심이다 보니 개인 취향이 우선하는 새로운 소비 시장이 대두하게 되고, 여기서 탄력을 받는 게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이 소비의 중심에 오는 경향은 1인 가구 혹은 소가족 중심으로 상당히 빨리 재편이 됐던 일본에서부터 시작이 됐는데, 한국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의 속도만큼이나 시장 재편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면서 이 추세를 따르지 못하는 시장들도 나온다고 봅니다.
이마트도 이 흐름을 인지하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대형 마트와 함께 이마트 24를 필두로 해서 편의점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편의점 시장 자체도 포화 상태인 데다가 1인 가구는 소비 패턴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4인 가구라면 성장 시기별로 구매해야 할 품목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디지털에 익숙한 1인 가구들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배달이나 기타 온라인 시장에서 구매하는데 선호도를 나타내면서 지금의 상황이 왔다 싶습니다. 또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맞춤 배송 등 온라인 마트들이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도 성공한 면도 있고요.
까르푸나 월마트 등 해외 마트가 한국을 공략할 때 이마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중저가 상품이 아닌 한국 유수 기업 상품을 내세운 고급 마트> 전략의 성공이었다면, 지금 이마트는 이런 어떤 방향성의 부재와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고, 이 과정에서 이마트의 지배 구조 또한 세습 경영의 행태를 띄면서, (세습 경영이나 세습 체재는 기본적으로 대표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실수를 감추려는 경향이 높으며, 기존 기업이나 세력들과의 유착으로 빠르게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데, 이유는 차후에 쓸 기회가 있으면 쓰겠고)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다소 유연하게 처리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