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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완벽하다는 모순에 봉착한 페미니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사상은 도태되거나 모순에 직면하죠

by 이이진

https://youtu.be/rX6 S4 qS5 fVk? si=mkKiMKi7 MGd9 bryc


페미니즘 원류부터 각종 분파까지 설명을 하면 진짜 너무 엄청나게 길어지니까 일단 가까운 데서 시작하자면, 그래도 길다고들 할 것 같은데, 지금 토론하는 분들이 페미니즘 책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건지 의아함이 듭니다. 꼭 하수구 파고 전선 만들고 하는 힘들 일 때문만이 아니라, 당연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가족으로서 남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다만 논의 중에 남성이 페미니스트 여성에게 <강하고 자기를 지켜줄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바로 이런 지점이 페미니스트가 태동한 계기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남성 또한 <강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자신을 지켜주길 바라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겠죠. 인간 누구나 강하면서 멋있는 인간이 자기를 지켜주기를 바라죠.. 그런데 가부장적 요소에 있어서, 혹은 페미니스트들이 저항하는 부분이 바로 이렇게, 여성만이 남성의 강함으로 채워진다는 그 지점이거든요. 즉 남성은 여성으로 채워지는 게 아닌데 여성은 남성으로 채워진다는 그런 접근이죠.


따라서 페미니스트 여성이 <나는 남성이 필요 없다>고 한 것은 <여성인 나의 존재를 채워주는 어떤 그런 존재로서의 남성이 필요 없다>는 개념인데, 느닷없이 <차를 고치고 도로를 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남성이 필요 없다는 거냐? >고 답변을 해버리면, 페미니즘이 왜 생겨났는가 자체가 논의에서 제외되는 겁니다.


성경도 그렇고, 코란도 그렇고, 각종 경전도 그렇고, 과거 법률도 그렇고, 여성이 남성의 재산이거나 스스로 어떤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박탈된 이유 중에 하나가 이렇게 여성은 남성으로서 채워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그런 전제들이라 (이 전제가 왜 나왔느냐, 맞느냐, 이런 논의도 진행 중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페미니즘은 이걸 거부하는 겁니다. 이게 확장하면서 성적 자기 결정권까지 이어지게 되고요.


근대로 들어오면서도 프로이트를 비롯해서 연구자들이 실증적으로 연구를 하면서도 여전히 여성이 남성성을 그리워하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라는 개념은 존재했었고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게 맞냐는 질문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위시한 여성들이 이 부분을 각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거고), 페미니즘은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세력을 키우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페미니즘 여성에게 <남자는 필요 없다>는 개념이 도출되는 거죠.


여성이 과학이나 수학, 물리학처럼 인류 전체를 구조하는 학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 또한 남성이 여성을 불완전한 존재로서 억압하기 때문이라는 사고로 흐르게 됐고 (여기에서 분파도 조금씩 있긴 한데) 그렇다면 이 억압을 타파해야 하는데, 남성들이 너무 강력하게 억압을 하다 보니 여성들이 여전히 이 분야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페미니즘의 논리가 되고, 이에 대해 여러 선진 국가에서 막상 판을 펴놓으니 여성들이 이런 분야보다는 사람을 돌보고 교통 하는 것을 선호하더라 되면서, 지금은 과연 여성성이나 남성성이 진짜 존재하냐? 그렇다면 이게 구조적 혹은 사회적으로 어떤 그런 것이냐 (젠더), 생물학적인 것이냐(섹스 혹은 유전자), 이 지점까지 오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을 주관하는 신 중 대표적인 신이자 도시의 수호자는 다름 아닌 여성신 아테나로서, 이 신은 심지어 기술이나 전술, 창술 등도 대표를 했는데, 이를 통해 보더라도 고대로부터 강한 여성이 보호하는 세계에 대한 갈망은 있었던 것이고, 그런 어떤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에 대해서 페미니즘이 추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반대적인(?) 신으로서의 헤라는 가정을 보호하는 여신이었기 때문에, 전쟁을 수호하는 신과 가정을 수호하는 신이 모두 여성신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것이죠. ^^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에 꽤나 열광했었고 진지하게 여성학과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를 대학원으로 갈까 고민했었던 사람으로서, 페미니즘을 돌이켜보자면, 여성의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남성성을 주로 악으로만 규정한 부분 때문에 스스로 한계에 이르지 않았나 싶고, (남성이 성장기 동안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약자의 시기에 대한 고찰이 없었던 점이랄까, 또 페미니즘 여성들이 악으로 규정한 남성성을 스스로 따라 하는 모순이랄까, 머리를 밀어버리고 남성처럼 우악스럽게 굴고 공격적이고 심지어 무례하게 행동하는 등)


이 과정에서 남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반면, 여성은 여성의 잘못도 무조건 부인하고 여성은 <존재로서 완벽하다>를 고찰할 수 없는 대명제로 가져가면서, 자아 비판력을 상실한 것이 문제점 중 하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잘못과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사상은 도태되지 않으면 스스로 모순에 봉착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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