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un 06. 2024

연애하며 일희일비하는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반복적인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다르죠

https://youtu.be/HwSayvzwCN0? si=54 AtioM2 P79 gl6 Ts


사람이 살다가 첫사랑에 빠진다거나 너무 깊이 관계에 몰입하게 되면,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감정은 누구나 느낍니다. 카톡을 보낸 지가 언젠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연락이 없고 그러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고, 이로 인해 감정적으로 변해 짜증을 내거나 집착을 하면 상대방이 관계를 그만두려 하면서, 결국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상대방 문자 하나를 몇 날 며칠 고민하면서 온갖 해석을 만들어내는 일은 연애해 본 사람은 다 해본 거죠. 그러다가 카톡 답변 하나 안 했다고 갑자기 <이 자식 미친놈 아냐?> 이렇게 결론도 나오고요. ^^


자신을 갖고 내 삶을 찾으면서 누군가와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사실상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며 나 자신도 안정감을 가져야 하는 이상으로 상대방도 나를 존중해 줄 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관계에서 불안감이 생긴다거나 의문이 든다거나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발생하며, 이러한 문제를 갖는 것과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인 것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사람은 누구나 집착적인 사랑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애착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인격장애에 비하여 일반 사람도 그에 준하는 감정을 경험하기가 쉽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더더욱 경계성 인격장애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경계성 인격장애라서 연애가 힘든 건지, 애정 관계에서의 애착 형성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지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은 거죠. 


후술 하겠지만,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은 적어도 살면서 한 시기에 약물, 술, 관계, 폭력, 돈, 죽음 (자해), 불륜, 도박, 각종 타락 혹은 기타 부도덕한 행위에 강렬하게 사로잡히기 때문에 지금 연애하는 사람하고의 관계 외에 이러한 문제까지 발생하진 않는다면 경계성 인격장애일 가능성보다는 애착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조울증도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하곤 하나 시기가 일주일 동안 미쳐서 잠도 안 자고 하다가 한 달은 우울하다가 이런 경우고, 경계성 인격장애의 경우에는 관계 중심이라는 차이점이죠. 즉 조울증은 스스로 발동하고 경계성 인격장애는 관계에서 발동한달까요? 


결혼지옥이나 여러 연애 프로그램도 보면 직장 생활이나 사회생활은 그럭저럭 하고 외관도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데 부부관계나 이성 관계에서 불안정하고 공격적이며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많으며, 다만 경계성 인격장애의 경우에는 관계에서의 불안이 자아존중감의 파손으로 이어져 심각한 훼손을 유도한다는 게 차이점인 거죠. 


또 다른 경우로는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자기애성 인격장애나 소시오패스라서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람의 말에 따라 기분이 널 뛰듯이 뛸 수가 있는데, 상대방에게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이 관계에 집착하고 불안감을 느낀다면서 탓을 할 수가 있게 되겠죠. 


관계를 조종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조종에 약한 사람이 만나면 조종당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지적으로 인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인지하게 되며 자존감이 하락하고 상대방에게 집착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본인이 불안정하다는 자책을 할 수 있어서, <나 혹시 경계성인가? 왜 상대방에게 이렇게 집착하고 불안하고 일희일비하지?> 이럴 수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통상적으로 유아기나 아주 어린 시기에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건강이 (아주) 나빴다거나, 유기됐다거나, 학대를 당한 경험이 대부분 존재합니다. 학대라는 게 꼭 몽둥이로 때리고 이런 게 아닌 단순한 방임도 가능하고요. 혹은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출생에 관하여 비밀로 부쳐지거나 낙태의 위험 혹은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 출생처럼 존재론적인 불안을 가지고 태어나는 거죠. 따라서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이 갖는 "버려진다" 혹은 "유기적 상태"는 당연히 죽음으로 연결됩니다. 


즉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 경험 혹은 자의식 혹은 무의식으로 인하여 (아주 어린 시기이므로 무의식적인 공포를 갖고 있겠죠) 끊임없는 보호 욕구, 안정 욕구를 갖게 되지만, 필수적인 관계에서조차 그러한 안정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실상은 어떤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없게 되며 (음식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안정감이 어떤 건지를 모름) 따라서 끊임없이 관계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내가 이렇게 엉망이라도 나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겠지>라는 자기 학대를 정당화합니다. 


사람들 중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좋은 곳에만 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약한 모습을 사랑해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어서 경계성 인격장애는 후자에 가깝고, 이는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이 행복으로 인해 얻는 자의식보다 불행에서 얻어지는 감정적 갈등에 익숙하고 관계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려는 경향으로 인한 것이며, 이런 모든 게 결국은 버림받지 않으려는, 즉 이 사람이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데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관계에서 자기 파괴적인 모습 (약물, 술, 기타 여러 부정적인 행위)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며, (가령, 이 사람은 내가 떠나면 약물 중독으로 죽을지도 몰라.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겠어, 내가 잘 참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야) 실제로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은 관계가 파손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심한 자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끊임없이 <네가 연락을 안 해서 내가 술을 먹는다, 네가 다른 사람과 더 즐거워하기 때문에 내가 외로워서 바람을 피운다, 네가 일밖에 몰라서 내가 도박을 한다> 이런 논리이고, 실제로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다소 순진할 정도로), 이렇게 내가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고 암시를 하게 되며, 바탕에 안정에 대한 욕구, 애정에 대한 갈망이 있으므로, 또 인간 대부분도 이러한 욕망이 내재돼 있어 결국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관계의 불안정성을 경험하여 안정감을 줄 수 있을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기본적인 레이더 같은 게 좀 발달한 편이라, 비교적 외형적인 조건이나 이런 것보다는 자신과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만한 사람인가에서 관계를 시작하므로 (즉 내가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서 시작) 이미 경계성 인격장애인과 연애 상태라는 것은 어느 정도 그 사람도 심리적으로 유약한 부분이 있다고 봐야 됩니다.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네가 이렇게 해서 내가 이렇게 했다>는 차원을 넘어 꼭 죽을 사람처럼 비난을 하고 자학에 가까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의식을 잃을 정도로 술을 먹거나, 잦은 바람을 피우거나, 주변에 사기를 치면서까지 사치를 부리거나, 눈앞에서 실제로 자해를 하거나) 경계성 인격장애일 확률이 높고, 이런 사람과 연애 혹은 결혼생활 중이라면 스스로에게도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같은 부분을 공략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령 너는 애정 표현이 너무 부족해 이러면서 바람을 피운다거나, 너는 남자답지가 않아 이러면서 비아냥댄다거나) 이런 패턴을 인지하면 그런 공격이 들어올 때는 뭔가 원하는 게 있거나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그나마 낫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으로 유약하거나 인간관계가 넓지 않고 다소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등의 사람은 애초에 사귀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은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굉장히 집요하게 공격하는데 이게 굉장한 고통입니다.


그렇다면 경계성 인격장애인들이 떠날 때는 어떨까요. 그들은 자신이 완벽하게 사랑해 줬고 스스로는 아마도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할 만큼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를 배신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작은 실수에 불과할 수도 있는 사건이나 혹은 진짜 큰 잘못도 포함) 거의 미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주 심한 경우에 삶 자체에서 잠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계속 미친 듯이 안정감을 추구하는 또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위에 중독되기도 하고요, 이 때는 거의 구출할 수가 없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폐쇄적인 집안 분위기를 가진 집들이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