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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자기를 절제할 줄 알면 배려도 상대적으로 쉽겠죠

굳이 술에 취해 모텔 가서 손만 잡자고 강제하는 걸로 뭘 알 수 있는지

https://youtu.be/BG3 TR-jFvS0? si=91 dd669 Vbkg12 Q0 u


알고리즘 덕분인지 제가 뭘 찾는 게 알고리즘을 건드려서 그런 건지, 이상할 정도로 남녀 연예나 무슨 성 관련해서 자꾸 영상이 뜨다 보니까 사실 별 관계는 없지만 댓글을 달아야 되나 싶어, 답니다. 알고리즘에 보이니까, 무언의 압박을 저 같은 사람도 느끼는군요. 


상황을 보면 납득이 안 가는 게 남성이 여성을 존중한다는 걸 왜 성적인 그런 욕망에 대한 절제에 집착해서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상뿐만 아니라 많은 영상에서 여자들이 남자가 성적인 그런 욕망을 참아야 나를 존중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는 걸 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차피 사귈 거고 어차피 결혼에 이를 거라면 어차피 그 관계에 이를 것인데, 지금 몇 번 모텔에서 일시적으로 성적인 욕망을 절제하는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고, 안 사귀고 즐길 거라면 더군다나 성적인 욕망을 참는 사람은 애초에 낯선 이성과 모텔에 가는 관계 자체를 맺지 않겠죠. 따라서 서로 호감을 느끼는 중에 모텔에서 몇 번 손만 잡는 등 성적인 욕망을 참는다는 것으로서 나를 존중한다고 하는 대전제(?)까지 갖는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서로 다른 성을 가진 인간 개체로서 서로에 대해 동성 사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적 긴장감을 느끼고 그 긴장감에 기반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거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갖는 여러 다른 긴장감과 존중 중 하나일 뿐이지,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 <모텔에 갔는데 손만 잡자고 하니까 손만 잡더라~> 이 정도로 파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거죠. 


여성으로서 남성과 조용한 곳에서 대화만 나누고 싶어 모텔에 갔다면 이에 대해 남성도 동의를 했다면 그 정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여성도 내면적으로 둘만 있는 곳에 있다는 의미를 알고서도 성적인 관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준 상태에서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꽐라 상태는 아니며 충분히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막상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면서 갈등을 유발했고 예상한 것처럼 남성이 화를 내더라~ 글쎄요, 저는 이걸로 무슨 남성이 여성에 대한 절제와 배려를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둘이 술에 취해 모텔에 갔는데 남성이 여기서 뭔가를 절제하기를 바라는 자체가 저는 여성들이 갖는 환상이라고 감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드라마 같은 데서나 남자들이 이성을 잃어가면서까지 여성을 위해 희생하고 자제하고 보호하고 그러는 거지, 술 들어가고 정신없고 이러면 보통의 인간은 자제력을 잃습니다. 이런 일반적인 인간을 넘어서서 술에 (만) 취해도 욕망을 억누르면서 나를 배려할 수 있는 그런 남자를 찾는다면 종교적으로 고도의 수행하는 사람이나 욕망 자체가 없는 그런 사람을 찾아야 돼요. 그런 순간 절제를 하는 남자들이 없진 않겠으나 그걸로 남성의 절제력이나 배려 이런 걸 논하기에는 요즘 워낙에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이 거절함에도 본능대로 해봐야 골치 아파질 거 같아> 관두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면은, 고도로 수도하는 수도승이나 군대 같은 곳, 운동이나 기타 여러 훈련 기관, 직업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많은 남성들은 통상적으로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 대부분 이성 관계가 제한됩니다. 물론 유럽이나 서구처럼 다소 자유로운 나라들도 있지만 이런 나라들도 특정 직업군이 되어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욕망의 절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쟁이 발생하죠. 막상 직업적으로 성취를 이룬 후에 문란해지는 것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절제를 하는 과정은 구분이 되고요. 대부분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적당한 절제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일부 문화에서는 아예 이성 관계를 차단해 버리죠. (옳다는 게 아니라 그런 과정이 다 존재한다 이런 개념으로서)


따라서 (술에 취해) 모텔에 갔는데 남성이 날 지켜주더라~ 이거는 이제는 그냥 구시대의 판타지고, (왜냐, 옛날에는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맺으면 결혼을 해야 했으므로 그 시기를 최대한 여성에게 맞춰주는 게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은 누가 그렇게 삽니까? 지금 그렇게 살지도 않는데 왜 굳이 과거의 그 습성으로서 남성을 파악하려고 하는지?) 남성이 특정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절제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고 그 절차적 맥락 안에서 나를 배려하는가 하는 문제를 파악하려면 성적인 욕망에 대한 집착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볼 줄 알아야 되는 거죠. 


끔찍한 예이긴 하나, 강간당해서 결혼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정상적인 관계로서 결혼에 이른 것이고 그렇다면 다들 <모텔에서 손만 잡더라~>이런 간단한 테스트 정도는 나름대로 통과를 했겠죠. 그럼에도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아야 됩니다. 아, 이제 그런 정도로 뭔가를 파악한다는 건 다소 시대착오적이구나. 물론 여성들도 당연히 특정한 (직업적) 성취를 위해서 절제를 배워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렇다면 절제가 곧 배려냐, 이 문제가 남는데, 일단은 절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려도도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은 있는 거죠.


사회적으로 인생 포기하고 소위 말해 꼴리는 대로 살 정도의 찐따 아니고서야 대부분 어느 정도의 성취를 위한 절제는 경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당연히 무너지는 사람도 발생하는 것이고) 그 절제의 맥락에서 파악되는 성질의 것일 뿐이고 때문에 중요한 면도 있긴 하지만, 그게 또 다는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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