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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물려주고자 하는 가치가 확고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

반대되는 사상과 가치를 짓밟은 흔적을 후대에 처참하게 물려주겠죠

손주나 자식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한 편으로, 입에 손주 손주 하면서도,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이념 혹은 가치를 무서운 정도를 넘어 비참하고 끔찍하게 비난하는 분들을 보면, 과연 그 사랑하는 손주에게 뭘 물려주고 싶은 걸까,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자기가 보수를 지지한다면 당연히 보수가 살아남고 진보가 궤멸되기를 바랄 것이고, 반대로 진보를 지지한다면 진보가 살아남고 보수가 궤멸되어, 결국 자기가 선택한 정치, 이념, 가치 (때로는 종교)만이 유일하게 손주에게 전달되기를 갈망하겠죠.


그리고 손주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 명확할수록 상대 진영이 파멸할 때까지 그 공격도 한없이 끔찍하고 잔인하겠죠. 조금이라도 살아날 것 같으면 밟아버리고 죽여버리고 그러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깝게 어느 한쪽이 영원히 궤멸할 일은 없기에, 남는 건 밟아버리고 죽여버리고자 했던 그 갈망뿐일 테고, 손주들에게도 그 갈망만이 남는 걸 보면 저는 참 씁쓸합니다. 갈망이 거대할수록 밟아버리고자 했던 그 처참한 자욱도 참으로 잔인해지는 거니까요. 


저는 일찍부터 제가 아이를 귀여워한다거나 하는 그런 어떤 감정이 별로 생기기 않는 걸 알았고, 그건 제가 아이를 아이로 보기보다는, 뭐랄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 아직은 나와 뇌가 좀 다르게 움직이는 (이라고 하니까 이상한 표현입니다만) 생명체? 이렇게 보다 보니, 귀여워하지는 않아도, 어려워할 줄은 압니다. 때문에 제가 누차 말씀드리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체 공개 글에는 가능하면 쌍욕이나 인신공격, 상스러운 표현 혹은 저주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며, 근거 없는 비판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제 글이 길기 때문에 당연히 비판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도 저는 근거와 사고로서 가능한 객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하고 있고, 따라서 어떤 글이든 상당한 시간을 들여 자료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는 다 아이들 때문입니다. 제가 쌍욕 못 하고, 비아냥 못 하고, 시비 못 걸고, 조롱 못 하고, 반말 못 하고, 그냥 툭툭 던지면서 인신공격이나 비하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저 진짜 쌍욕으로 비참하게 만들려고 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잘합니다만,


아이들 때문에 안 하는 겁니다. 


정 원하는 분이 보이면 어쩔 수 없이 하기야 하겠습니다만, 비참함은 제 몫은 아닙니다. 


저는 아이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갈등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귀엽다고 감탄하면서 막상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갈등과 갈망을 물려주기보다는, 저는 이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식과 손주 있는 분들이 막상 너도 자식과 손주 있어봐라 할 게 눈에 선한데, 그리고 애들이라고 늘 순수한 거 아니다, 이렇게 말을 할 듯한데, 그렇게 조롱하고 저주하면서 손주와 자식을 키울 바에야 없는 게 난 거 같고, 저는 분명히 아이가 저와 다른 생명체라고 했을 뿐 선악 따위는 판단하여 글 올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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