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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8. 2024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모는 증오를 배우게 합니다

과거에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한 자식들의 끝없는 고통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정 부분 당시에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합니다. 제가 1995년에 대학을 입학했는데, 그나마 가까운 동기들은 저를 제외하고 다들 대학 졸업하고 직장 1년 정도 다닌 뒤 의사나 (이상하게(?) 의사들과 결혼함) 언론인이나 (언론인인가? 여하튼) 결혼을 했고 바로 아이를 낳았으니까요. 30살 되기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박이 강하긴 했습니다. 따라서 조건이 좋거나 마음에 드는 남성이 나타나면 굳이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결혼하는 (물론 그전에 연애는 다분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런 경향은 있었죠. 


그런데 포스팅된 글처럼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결혼에 이른 남성들이 상당하다 보니 (여성들 또한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음에도 나이와 사회적 압박 때문에 결혼에 이르면서) 실제 결혼에서 여성이 <가정 경제도 책임 지고>, <양육도 책임 지고>, <남편이 술 먹고 때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바람이나 안 피면 다행이다>, <요구르트 배달(?)을 하더라도 아이는 키워야 한다>, 이렇게까지도 생각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까,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앉혀 놓고 온갖 푸념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마도 제 나이 대 여성들 중에는 <너는 나처럼 살면 안 된다>는 어머니의 자조적인 원망과 기대, 분노와 서러움, 그리고 증오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자란 분들이 꽤 될 것이며, <마요네즈>라고 한 때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자 연극을 보면, 주인공은 어머니가 성공한 여성이 되길 바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전업주부 비슷하게 살자, 어머니와 극한 갈등을 빚게 되는데, 따라서 이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여성들은 결혼이 여성에게 가혹한 희생을 강요한다는 암시 속에서 끊임없이 강제되는 성공 압박을 받고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들들도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보면서 굳이 나까지 저렇게 누군가를 희생시키며 고통을 줘야 할까, 고민에 빠진 경우도 있는 것이고요. 


따라서 지금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여성이 사회 진출을 했고 노처녀들이 살기 편해져서 따위만이 아니라 (이건 사실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반발의 결과이죠) 어머니가 됐건 아버지가 됐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삶이 주는 그 끔찍한 부담이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한다는 보장을 가질 수 없어서가 크지 않을까 합니다. 


보면 그나마 부유하고 환경이 좋은 친구들은 성공에 대한 부담보다 결혼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희생한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갚을 것도 별로 없었고, 가난한 친구들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결혼보다 사회적인 성공에 거의 미친 것처럼 집중하는 경우들도 좀 봤습니다. <너는 나처럼 되면 안 된다>, <네가 가정을 일으켜야 한다>, <네가 돈을 벌어줘야 한다> 이런 부담이 아들에서 딸에게로 넘어가는 지점이 있었고, 그 지점은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글을 써봐야 그 시대가 아름다웠다 이런 생각보다는 <술 먹고 안 때리면 좋은 남편인> 그런 시대가 다시는 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집념이 생길 뿐이죠. 글의 목적에 맞게, 출산율 상승을 위한 글을 쓰시려면, 방향을 조금 바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글을 보면 너무 끔찍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속화하거든요. 


덧붙여서 자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냥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면 부모 스스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술 먹고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딸이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몸부림치는 것도 피곤할 일이고, 그렇다고 기대를 완전히 버리는 것도 비참한 일이기 때문에, 술 먹은 아버지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어머니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들의 죄의식도 평생을 따라다니므로, 


지금 세대는 윗 세대의 끔찍한 결혼을 바라보면서 그게 얼마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체험을 하다 보니,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갈망으로 인하여 결혼도 그리고 출산도 늦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방법이 그렇다고 완전하게 모든 문제를 개선하리라는 기대도 다소 과장된 면은 있다고는 생각은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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