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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8. 2024

사회 지배계층의 권위는 목적의 순수성에서 나옵니다


https://youtu.be/UqB8 XALX6 co? si=3 hoB7 rHRR4 UPFOxK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한국 사법부는 대체적으로 범죄에 대해 특히 초범은 중형을 내리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초범은 오히려 감형 요소임), 기존에 이런 비슷한 사건들의 판례도 형량이 낮을 것이라, 특별히 이 사건에서만 살인죄 등 적용 죄명을 바꿔 중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보입니다. 


군대 내에서 훈련 혹은 명령 이행으로 인한 사망과 부상은 생각보다 많고 (가령 질병, 가사 등의 이유로 조기 제대하는 군인이 2020년 기준 5년간 1만 명 정도라고 할 때 훈련 중 부상도 상당할 것이라), 명령을 내리는 자가 고의적으로 부하 군인을 살해할 의사를 갖고서 명령을 내렸다기보다는 명령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즉 해당 중대장이 군기 훈련을 명령했을 때 군기를 잡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지 해당 훈련병을 죽이고자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따라서 애초에 명령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지 못 함에 따른 과실로 경찰은 방향을 잡은 겁니다. 이런 관점이 판사나 검사, 의사 등 거의 모든 전문직이나 국가 공무직에도 적용이 되는 게 의사가 의도적으로 환자를 죽이고자 했을 때 살인이 되는 거라서 의사가 환자를 의도적으로 죽이려고 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잘못된) 처치로서 환자가 죽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의사는 과실 정도만 다투게 되고, 판사 또한 재판을 일부러 망치려는 의사가 없다고 봐서 심지어 명백하게 잘못된 판결을 해도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판사, 검사, 의사나 국가 공무직처럼 지위적으로 책임을 갖는 사람들이 일부러 국민을 망치려고 한다거나 국가나 환자나 부하 직원을 훼손하려 한다는 인식을 전제하는 사회는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이게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어느 사회나 이런 기관 자체에 대한 권위는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서) 경찰뿐만 아니라 사법부 또한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중대장이 규정을 어겼다고 하나 이게 곧 부하 훈련병을 죽이고자 하는 의사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즉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은 거죠. 


그런데 이 사건이 다른 사건과는 다른 점은 (제가 다른 군대 사건들 판례는 못 봤으나 통상적인 과실 사건에 비교했을 때) 규정을 위반한 가혹한 명령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훈련병이 의식을 잃은 이후에 중대장이 보였던 고의성과 이후 훈련병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의 허위 사실 조작입니다. 스포츠 의학과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중대장이라면 기본적으로 훈련으로 인한 안전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의식을 잃은 훈련병을 어떻게 조처하는지 몰랐을 리가 없으며, 설사 그 순간에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의식을 잃어 구급차에 옮길 때라도 혹은 군의관에게라도, 훈련병이 (무리한) 군기 훈련 중 의식을 잃었다는 등의 있는 사실 그대로를 진술했어야 치료가 수월했을 텐데, 중대장은 <달리기 중 질병(무슨 질병인지?)으로 쓰러졌다>고 사실을 날조합니다. 


이 자체에서 중대장이 훈련병의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상황을 감추고자 하는 고의가 보이는 것이고, 그렇다면 왜 상황을 감추고자 했냐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에 저는 미필적 고의도 성립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실수야 할 수도 있겠으나 (규정을 위반한 명령) 실수를 덮는 과정에서 잔혹한 미필적 고의는 다수 발생하며 (가령 실수로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했는데 이를 감추려고 신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면서 결국 죽여버리는 등) 이 사건 또한 이런 맥락을 봐야 하는 거죠. 단순 시체 유기 사건인 줄 알았는데 부검을 하니까 신체 훼손 당시에는 사실 살아 있었다거나 이런 식으로, 다친 사람을 숨기려다 죽이는 경우 상당합니다. 


또 이 여 중대장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군대 내에서 온갖 가혹 행위가 있었는데 (때문에 군인권센터도 만들어지고 등등), 마치 자신이 이런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 것처럼 호도되는 부분에 있어서 여성으로 당한다는 억울한 마음이 클 것으로 사료되나, 조주빈 사건이나 조두순 사건도 기존에 디지털 성범죄나 아동 성추행 사건이 무척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죄질이 너무나 끔찍하고 심지어 일반 범죄 상식을 벗어났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것으로, 이 사건 또한 21세기 군대에서 훈련 8일 만에 열사병으로 장기가 다 녹아내리는 끔찍한 내용으로 인한 것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군이라서 이런 비판에 직면했다는 그 관점은 그렇다면 여성인데 왜 그렇게 잔인하게 8일밖에 안 된 남자 부하 군인을 다뤘냐로 치환될 수 있으므로, 바로 상쇄되고요. 여군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여성이 지휘관 혹은 사회 지도 계층으로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결정을 내릴 일이 많고 또 많아질 것이라, 여성들도 자신의 결정이 사회 전반을 도배할 수 있다는 인지를 가져야 되는 거죠. 차근차근 배우고 지속적으로 확장될 영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덧붙여서 전쟁 중이나 어떤 위급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물론 강도 높은 훈련 자체가 없어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만) 의식을 잃을 정도로 (불필요한) 명령 혹은 지시를 가한 뒤 부하 군인이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결국은 설명할 수 없는 (사고사나) 질병사로 위장하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이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며, 저도 그런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결국 유튜브로 자료를 보는 실정인 게 좀 안타깝고, 이제 자료 요청이나 민원을 넣으면서 또 댓글 달 일이 있으면 달겠습니다. 


규정 위반도 과실 외에 다른 법률도 적용할 수가 있겠고, 경찰의 송치 결정에서 훈련병이 의식을 잃은 뒤 응급조처가 없거나 방치했던 내용 또 상황을 조작한 내용 (달리기 중 질병으로 쓰러짐)이 없다면 가족이 중대장을 고소할 수 있다고 보고, 또 추가 내용 다시 말씀드리지만 올릴 수 있을 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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