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ul 08. 2024

실수를 덮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많아요

여군 중대장은 왜 허위 구급 신고를 했을까


https://youtu.be/H-gc_AiVWM0? si=5 OF4 tywgvTRqy3 F9


그럼 그 15분 안에 이미 의식은 거의 소멸을 했고 따라서 훈련병이 군의관에게 갔을 때는 사실상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봐야겠네요. 군의관은 해당 훈련병이 의식이 있어서 수액을 놓는 등 처치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수액 처치 후 30분 뒤에 바로 속초의료원으로 이송이 됐을 리가 없고 (부모에게 의식이 없다고 전화를 한 시점도 이 지점) 또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이 다시 됐을 리가 없는 거죠. 


의아한 건 열사병의 경우 신체에 과도한 열을 내리기 위해서 시원한 곳으로 옮겨 의복을 벗긴다거나 찬물로 열을 내리게 하는 등의 간단하고 상식적인 조치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를 했다는 기록이 없고 (의료 기록 일부가 없다고 군인권센터가 발표하긴 했으나 이런 조치를 했는데 그 기록을 없앴을 리는 없죠) 수액을 놨다는데 이미 그 지점이면 체온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웬만큼 고통스럽지 않고는 인간이 의식을 잃지는 않으므로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으로 생각이 돼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발견 당시 의식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면 헬기로라도 대학병원 수준으로 옮겼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보일까 봐 이 언급을 하기는 싫었습니다만) 1시간이 넘는 거리의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진 뒤 그 의료원에는 심지어 신장투석기 (이게 없는 의료원도 이상하긴 합니다만)가 없어서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겨졌고 의식을 잃은 지 하루 지난 뒤 신장투석을 시작하더군요. 이미 다발성 장기 훼손인데 신장 투석을 해봐야 시늉만 한 거라고 봐야죠. 


그렇다면 15분간 의식이 없는 훈련병을 중대장이 방치했다 하더라도 의식 없이 지속되는 걸 발견한 직후에는 최소한 체온을 내리기 위해 곧바로 시원한 곳으로 옮겨 찬물로 식히는 등 빠른 처치를 하거나 혹은 헬기를 부른다거나 기타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 사망에 이를 것을 알고도 방치를 했느냐 즉 미필적 고의냐는 부분에서 논란이 남을 거 같은데 말이죠. 


구조대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류에 <훈련병이 달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질병(?)으로 쓰러졌다>고 상황이 허위에 가깝게 축소된 것에서 보면, 당시 중대장이 자신의 얼차려로 해당 훈련병이 의식을 잃은 것을 감추고자 했던 의사는 확인이 되는 것이고 이 지점에서의 고의성을 따져보려면 조금 자료가 더 있어야 될 듯한데, 여하튼, 자료는 잘 봤습니다. 중대장 진술을 잘 분석해서 대처했으면 싶고 군의관도 왜 시원한 곳에서 체온을 낮추는 기본 치료 대신 수액부터 놨는지, 진술을 받아봐야 될 듯합니다. 다른 댓글에도 작성했습니다만, 사실상 군대에서 회복 불능 상태로 의식을 잃은 (실상은 거의 죽은 건데) 병원으로 옮겨가다가 죽은 걸로 위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이네요.


여하튼 저도 뭐 이런 방식으로 군대 내 사망을 병원 내 사망으로 바꾸는 등의 일이 빈번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고서 민원을 넣으려고 하는 중입니다만, 군인권센터에도 메일을 하나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어서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야 하나 고심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쟁 준비를 위한 어떤 그런 훈련이다 보니까 사고야 없을 수야 없겠지만 빠르게 잘못과 피해를 인정하고 시정하려고 하면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 황망하게 사람이 죽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21세기에 열사병으로 사망이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생각할수록.

작가의 이전글 거짓을 말하는 게 인지 장애가 아닐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