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ul 08. 2024

일본은 상품 포장부터가 정체성이더군요

한국은 푸짐하고 많이 주는 합리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반면에요


https://youtube.com/shorts/cf_ljnJ6cuQ?si=pgbdHzbXm2NIdxNm


일본 제품이 다 그렇다고 하긴 그렇지만 (이라고 아마도 그런 분들이 답을 할 거 같은데) 일본은 포장이 상품 자체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포장만 봐도 이 제품이 지향하는 바가 나오는 거죠. 예를 들어 예전에 바나나 우유였나, 이거를 일본에서 디자인을 했는데 꼭 바나나 껍질 벗기는 것처럼 그렇게 디자인을 해서 제품 포장만으로 상품에 대한 통일성을 갖게 하더라고요. 마트에 가서도 보면 수입된 일본 제품은 통상 상품 포장이 상품 자체의 영역 안에 있다 보니까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상품을 구매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성인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혹은 오히려 강한 호감을 보이는 어린이 이미지를 상품에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이 이미지가 나오면 일단 귀엽고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그런 것들을 적극 활용하다 보니까) 상품 포장에 장난스러운 캘리그래피와 귀여운 캐릭터도 적극 활용하면서 친근함과 쉬운 접근을 활용하는 편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한국이 약간 <푸짐하고 많이 준다?>, <이 제품을 사는 게 합리적인 소비이며 이익입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한다면, 일본은 <저를 사주시겠습니까? 저를 데려가시려렵니까? ㅎㅎㅎ> 약간 이런 느낌입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말이죠. 


이게 보면 한국에서의 상품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개념이 강하게 작용하는 반면에 (따라서 상품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는 경향이 강한데) 일본에서의 상품은 일본 자체가 아직 가업도 있고, 노포도 있고, 지방 특색 제품도 있고, 전통 사업도 있고 하다 보니까, 상품 포장에서부터 상품 정체성이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거죠. 


한국의 경우에는 박리다매로 이익을 내는 게 아직 유효하다 보니까 뭘 만들더라도 많이 만들어야 생산비가 절감되면서 대량 생산을 위한 그러니까 호불호가 적은 다소 밋밋하거나 직설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발달한 탓도 있는 거 같고 (또 제품이 양이 많고 푸짐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과대 포장하는 경향), 일본은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구매해 주는 소비자가 있다면 이를 생산해 줄 시스템이 여전히 기능하므로 각자 취향대로 디자인을 할 여건이 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취향이 존중되다 보니까 거기에서 살아남은 디자인 (그리고 포장이) 놀라움을 주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


저도 일본과 정치, 역사적인 입장 때문에 불편한 부분이 있을 때가 있긴 한데, 어떤 학문이나 사업이나 디자인이나  뭘 하더라도 일본을 모르고는 (서구) 문화가 어떻게 동양에 편입됐는지 그리고 그 발달 과정 자체를 숙지할 수가 없어서, 이런 부분을 생각할 때는 분리해서 봅니다. 정치가 당연히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세상만사를 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견지하다 보면 오히려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잃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정치를 하면서 일본과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국민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요. ^^


참고로 일본이 어린이 이미지를 워낙에 좋아하고 잘 사용하다 보니까 아시겠지만 문화 전반에 성숙하지 않은 성인 (마치 어린이 같은 성인들)이 종종 등장해서, 외국인들 눈에는 <왜 저러지??>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하는 거 같아요. 왜 일본이 어린이 이미지를 선호하고 (그 유명한 화가 요시모토 나라도 아이가 노려보는 그림으로 세계적이 됨) 그러는지는 아직 좀 의문이 있습니다만, 여하튼, 그렇다고 생각되네요.

작가의 이전글 21세기는 mass individuals 대중의 시대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