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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8. 2024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섣불리 만남을 가질 수 없어요

수치스러운 비아냥에 익숙해진다면 모를까요, 저는 싫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그러니까 일종의 노처녀로서, 업무가 됐건 뭐가 됐건, 어설프게 남자 만나고 다녔다가 듣는 소리는 심지어 <60대 유부남에게 밥이나 얻어먹으면서 이 유부남을 특별한 남자로 꿈꿨다>는 수치스러운 비아냥들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유부남을 당장 고소 고발하라고 온갖 여성들이 득달같이 달려드는데, 본인들이 당한 억울함을 왜 저한테 와서 고소하라고 종용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밥 몇 번 먹은 외에 별다른 소통이 없고 심지어 그 소통도 완전히 끊긴 지가 오래된 저로서는 참 난감하죠. 그냥 묵묵히 그 지저분한 비아냥들을 들어주는 방법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물론 민사 소송은 하고 있습니다만) 


여성복 디자인을 할 때야 직업 상 여성들만 상대했지만, 비영리 활동이니 예술이니 활동을 넓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족족 유부남들이었는데 (신기하게 유부남분들만 제 활동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하다 보니까 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 제 나이에 60대 유부남이라도 어디냐는 그 비아냥과 끔찍한 조롱을 생각하면, 애초에 밥을 얻어먹은 제가 잘못한 거다 스스로 자책하고 끝낼 때가 많습니다. 너무 추접한 지점까지 가지 않았나, 비참할 때도 많고요. 


당연히 이 모든 관계는 완전히 끝난 상황이고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않으며 다시는 연락할 생각도 없습니다, 물론 아주 필요한 업무가 있을 경우를 예외로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만날 의사는 아예, 전혀, 1도 없습니다. 심지어 잠깐이라도 그 유부남들과 대화하면서 부인 욕이니 뭐니 멍청하게 들어줬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때로 죽고 싶을 정도로 불쾌할 뿐이죠.  ^^ 제가 몇 년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던 터라, 그렇다면 제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어, 나름 만들었던 여러 기준들을 무너뜨리면서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봤지만 (유부남만 만난 건 아니라는 말씀) 역시 돌아오는 건 지저분한 루머와 수치스러운 욕설, 끊임없는 비아냥뿐이더군요. 


따라서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가 무슨 연애나 이런 주제의 포스팅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젠더 갈등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 것뿐으로, 딱히 제가 이와 연루되고 싶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사람을 안 만나면 왜 안 만나고 고립된 채 있냐고들 하면서, 막상 만나면 왜 또 그 사람을 만나냐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고 끔찍합니다. 제가 어떤 선택권이 있어서 사람들을 골라 만날 정도로 지위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에게 와서 왜 그런 사람을 만나냐고 하지들 마세요. 


여하튼 저는 원래도 그렇게 살아왔지만,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뭔가 발전적인 일을 할 게 아니라면, 개인적인 연락이나 만남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다 떨고, 신변잡기 털고, 주변 사람들 욕하고, 뭐 어떻고 저떻고, 이런 거 하나도 관심 없고, 남의 사생활은 들어 달라고 해도,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글이 연애, 남성, 군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애들이 좋아하는 분야?) 이런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제가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 대한 죄책감과 호기심의 발동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여성이 일정 나이가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게 사회적 잘못인 것처럼 호도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안타깝지만 제 인생 자체에서 유부남 외에 딱히 정상적인 남성은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을 참고로 말씀드리고, 저는 유부남과 바람피울 바에야 자살할 겁니다. ^^;;;;;;; 여자친구 있으면서 다른 여성에게 속이고 접근하는 남자도 혐오합니다. 


예전 어떤 글에서도 봤지만 노처녀가 괜한 짓 해봐야 사회적 비난은 만만치 않으니, 이 점도 양해 바라겠습니다. 청년이나 어린이를 옳은 길로 이끌어야 되는 어른의 입장에서 현재 가능하지도 않은 결혼을 꿈꾸기보다는 나름의 활동으로 상쇄하려고 노력 중임을 밝힙니다. 첨부된 끔찍한 비아냥과 욕설이 게다가 지금도 소송 진행 중에 있기도 하고요. 


아, 참고로 제가 해부, 인체 이런 영상이나 현상을 보고 있다 보니까 (왜 보냐면 설명이 너무 구구절절하니 생략) 가끔 지하철이나 이런 데서 옆에서 보고 놀라는 분들이 있는 거 같은데, 그냥 보는 겁니다.  아직은 그냥 보고 있어요, 법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한 참을 봐야, 뭐가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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