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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들이 바로 정치에 안 나선 이유가 있죠

한국의 독립은 정부 수립 전에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by 이이진

독립에 대해서 뭔가를 쓰자고 하면 한국인들이 떠올리는 독립 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독립은 일본이 미국에 전쟁을 일으킨 뒤(?)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면서 실질적으로 일본이 패망하며 갖게 된 것으로, 한국 자체의 독립운동의 결과로써 독립한 건 사실 아니죠. 한국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으나 한국 독립운동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독립이 발생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바하마를 보면 영국령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자치권을 회복하면서 독립을 하였고, 모로코는 독립과 연계되어 내전까지 하면서 독립을 이뤄냈고요. 물론 한국은 일본이 식민 지배를 하기 전에 독립된 국가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식민 지배를 당했거나 독립된 정부가 없었던 나라들과는 차별점이 있긴 하나, 여하튼, 독립은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봐야 되는 거죠.


그렇다면 독립운동으로서 (독립을 성취한) 국가의 리더들을 보면, 유명한 사람으로는 아프리카의 무가베와 북한의 김일성을 들 수 있습니다. 김일성의 경우에는 독립운동의 내용이 과장됐다는 말이 있지만 여하튼 독립운동에서 나라의 지도자가 된 경우를 보자는 거죠. 이 둘은 아시겠지만 유명한 독재자들입니다. 즉 민족 혹은 국가의 독립을 이끌어 냈지만 지도자로서는 독재를 한 거죠. 독재자라고 하면 인권 침탈만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독재자들이 자국 우선 주의, 자민족 우선 주의, 고립 주의에 가까운 독립 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히틀러가 있습니다. 즉 독재자일수록 자기 민족만 열렬히 사랑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단 겁니다. ^^


한국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 미국으로 인한 독립을 얻었기 때문에, 독립 이후 한국 독립 운동가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따라서 독립 운동가 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라는 막연한 인상을 가지게 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즉 독립운동을 했으면 다른 나라처럼 응당 정치적 지도자로 나섰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공백이 발생한 탓에 <독립 운동가 = 아무런 보상 없이 희생한 사람> 등식이 성립해 버린 거죠.


그러나 국가 여기저기 기관 요직에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고, 독립 운동가들을 위한 기관이나 지원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 한국인들이 8.15만 되면 최면에 빠진 것처럼 독립 운동가에 대해 집단 죄의식(?)을 느낄 이유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고 비참하게 살다 간 독립 운동가들도 있습니다만, 사회 어느 분야에서인들 억울하고 비참하게 살다 간 사람이 없겠습니까? 독립운동 분야만 있는 건 아니죠. 물론 이런 분들을 기리고 존중하는 문화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덧붙여서 저는 도대체 독립 자체가 뭔가에 대해서 나름 고민한 시기로 인하여 각종 자료를 찾아보면서, 독립 운동가들이 일본 형법 상 죄인으로 처분받아 생을 마감한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사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사후 복권입니다만, 문재인 정부는 묵살에 가깝게 답이 없었고, 법원에도 청원을 했지만 (대법관들이 건의 비슷한 게 가능하니까요) 심지어 소송까지 갔어도 답이 없었던 터라, 더군다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아무리 올려도 대중조차 아무도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모임에서도 발언해봤습니다만)


8.15 되면, 언제고 독립 운동가들을 전면 사면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정도로 위안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무작정 <독립운동 = 민족의 고난>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한국에게 독립이 무엇인지, 미국으로 인한 일본의 패망이 어떻게 한국에 독립을 안겨준 것인지, 왜 한국의 독립은 여전히 논란이 많은지 등등 조사부터 하면서, 개념을 잡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스스로가 이에 대한 어떤 통합된 의견이 없는데, 계속 이 문제로 정쟁만을 일삼아 봐야, 도무지 뭐가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송만 켜면 국회의원들이 온갖 현안에 대해 아무런 논의는 없이 눈에 쌍심지부터 켜고 삿대질하고 욕설하고 고함지르는데 솔직히 지겨워서 못 보겠어요.


게다가 제가 시간 내서 자료 조사하고 의견 내고 그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며 하는 행동인데, <뭘 먹고사냐>는 말로 이런 궁극적인 의구심을 폄훼하는 행동은 좀 피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로 한국인들과 대화해 보면 늘 <왜 그런 걸 고민하냐, 그 시간이 밥벌이를 해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거든요.


앞서 종교에 대한 댓글을 작성하며 얼핏 암시했지만, 한국인들 상당수는 얼굴에 주름 제거하고 눈 좀 찢고 점이나 기미 제거해서 피부 하얗게 한 뒤, 젊고 능력 있는 남자 만나 청담동 아파트에 사는 게 꿈이고 지향점일지 몰라도, 저는 그런 데 별로 관심 없습니다. 지금 국가 보조를 받는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방향을 갚기 위한 행동으로서 이기도 하고, 저는 인간이라거나 죽음이라거나 삶이라거나 뭔가 반복되는 어떤 갈등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고, 당장 굶어 죽을 정도만 아니라면 생각하는 그 자체가 즐겁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고민하는 게 제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거든요.


종종 한국인들이 <왜 한국에는 유명한 철학자가 없냐> 되물을 때마다, 생각 자체를 가치 없게 보는 풍토를 자각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독립> 이 하나만으로 30년 40년 연구해도 답이 안 나올 수 있다는 그런 가치를 한국인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고, 뭔가 바로 눈앞에서 결과를 보려는 습성과 더불어, 이건 꼭 학자여야만 정치인이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니까, 한국인이니까, 할 수도 있다는 열린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부 좋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좋고 건강하게 100세 사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독립 운동가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다면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여러 역사 서적 읽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본인이 그런 책 읽기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이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을 굳이 폄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중근 의사 재판 기록은 제가 읽은 책 중에서 몇 안 되는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조작, 날조, 허위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지점을 찾아보는 그 경험 자체가 저는 아주 재밌더군요. 그런 제 유일한 즐거움을 왜 꼭 <뭘 먹고사냐>로 끌어내려야만 하는 한국인들이 있는지 참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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