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된 생식세포로 자란 아이가 유전을 따를 확률

by 이이진

지난번에 텔레그램의 경우 일반 디지털 메신저와 달리 실질적으로 정치적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각종 범죄의 온상지가 된 한편으로, 디지털 익명 (표현의 자유랄까)과 유목을 실천하려는 세계 9억의 이용자들을 순식간에 끌어들였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해당 서비스 개발자 자신의 우수한 정자를 기증하는 게 일종의 사회적 의무라는 생각에서 기증도 하고 있다는데, 가령 과거에 왕들이 수많은 부인을 두고 많은 자식을 낳는 경향이 있었던 것의 현대 버전쯤 되는 거 같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어떻든 왕의 자식이거나 지배자의 자식이라는 자의식 속에서, 왕인 아버지를 자주 보진 못하더라도 혹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거나 없다는 갈등 속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할 수 있었겠는데, 지금 이런 경우는 그게 불가능하므로, 어떤 면에서는,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볼 수 있는 계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해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혹은 다른 사람인 줄 아는 상태로 자랐을 때도 유전적 아버지의 성질을 따르는 자녀가 얼마나 있을지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상황쯤 되겠는 거죠. 자녀 100명 중 얼마나 나와야 유의미한 결과일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그나저나 100명 가까이 되는 남자들이 (동성 커플이나 혼자인 여성도 있다고 하나 여하튼 기사에 따라) 다른 남자의 자식을 부인이 낳도록 하고, 같이 키우기로 했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고, 이 사람은 저처럼 간염 바이러스나 이런 것도 없이 건강하기만 한지 기증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놀라운 일인 거 같습니다. 기증할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여하튼 저는 알아보니까, 기증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 예전에 혈액도 기증하려니까 안 됐고, 골수도 안 됐고, 다 안 됐었고요. 어떤 사람이 굳이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의 여러 세포나 혈액을 기증받고자 하겠습니까. ^^ 이 사람은 건강하니 이런 것도 하는 듯합니다.


덧붙여서 매 6개월마다 간암 검사를 하고 있고, 다행히 바이러스 수치가 치솟았다가 가라앉았고 종종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약을 복용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입학에서까지 건강 검진만 하면 따로 불려 가서 간염 바이러스 있다고 이건 전염된다고 하도 들었던 터라, 일찍이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욕망이 없는 제 자신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견 처음엔 제 동생만 바이러스가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가족 전부가 없고 저만 있고 (아버지는 확실치 않으나), 안경도 저만 착용하고 이렇기 때문에 (저만 시력이 현저히 안 좋음), 도무지 어디서 이 바이러스가 왔을까 생각해 보면, 제가 어려서 백일해부터 온갖 잔병치레가 잦아 아마도 병원이나 민간 치료 기관 이런 데서 옮지 않았을까 의심도 하는데 (동생은 몸은 약했어도 저처럼 잔병치레가 많진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병원의 위생을 염려해야 하는 거라, 고민 중에 있습니다. 저 어려서는 민간 치료에 의존하기는 했거든요, 근데 병원도 다닌 기억이 제법 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막연히 기억날 때가 있어요, 신기하게. ^^


참고로 백일해 기간에 제 기침이 너무 심해서 부모님들이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 눈 밭에 버린 적이 있었고 몇 시간 뒤에 다시 가보니 살아있어서 데려왔다고 하는데, 눈 밭에서 살아난 것을 보면 그래도 살 운명이었나 그런 생각도 합니다. ^^ 백일해라는 게 백일 동안 기침을 하는 거라면서 신기하게 백 일이 지나자 멈췄다고 부모님이 늘 말씀을 했거든요, 출생 일로 유추하면 태어난 후 3~4 개월 내외에 벌어진 일이라 가능할 것도 같고, 반면에 백일해가 1세 미만에서 잘 발생하고 (이건 해당) 사망률도 높다고 하면 (이건 해당 안 함) 과연 백일해였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눈 밭에 보내지 말고 병원을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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