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치 한국만 외국인 고용자를 대우하듯 기사가 나오네요
이게 자꾸 여기저기서 보여서 포스팅을 합니다. 일단 한국이 모델로 삼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현재 한국의 모델과는 고용 형태가 다릅니다. 홍콩은 고용인의 집에서 주거를 함께 해야 하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굳이 주택 마련이나 출퇴근 교통비나 기타 생활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고, 싱가포르는 주거를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교통비를 비롯한 여러 비용을 고용주가 부담하여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낮지 않습니다.
즉 한국에 오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주거와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생활도 따로 해야 하므로 (이걸 국가가 다 부담한다면 그 비용이 어디서 나오나 싶고), 월급 200만 원이 한국 물가 수준 고려, 낮은 편은 아니죠. 따라서 마치 한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존중(?)한다는 뉘앙스의 기사는 오류라고 봐야 됩니다.
뿐만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는 실질적으로 영어가 제2 외국어이고 영어로 소통이 되는 나라들이라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이 스스로 생활하는 데 있어서나 고용주와 소통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사료되나, 한국은 (이번엔 강남으로 주로 가므로 강남은 좀 예외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어만으로는 소통이 어렵고 고용주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한국에 영어 유치원부터 각종 영어 교습이 판을 치는 수준이 된 거죠. ^^
게다가 아이 교육 문제의 경우 부부간에도 의견이 달라 다툼이 생기고 시댁, 친정, 장인 장모 할 것 없이 첨예할 때가 있는데, 기본적인 소통 자체가 어려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과연 한국 정서에서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듭니다. 아무리 그 역할을 축소해서 단순한 가사 노동을 할 뿐이다 치부하더라도, 어떻든 아이를 돌본다는 자체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 갈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실질적으로 다민족, 다인종,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나라들이고 같은 동남아권에도 속하므로,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또 해당 국가들은 어딜 가더라도 외국인을 마주하고 상대하게 되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앞서 서처럼 아무리 단순 가사 노동이다 본다 하더라도, 소통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부부들이 빨래를 빨래 통에 어떻게 넣느냐는 하나 가지고도 지지고 볶고, 치약을 어떻게 짜네 마네, 수건을 어떻게 거네 마네, 젖병 소독을 어떻게 하네 마네, 가사 도구를 어디에 놓을 거네 마네, 가지고도 지지고 볶는 방송을 매일 보는데, 결국 그 생활 갈등을 이기지 못해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하루아침에 고용주의 정리 방식을 다 인지하고 만족할 만한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내려놔야 그나마 시작이 편할 겁니다. 여하튼 홍콩은 동거 형태의 고용이고, 싱가포르는 동거 형태는 아니나 기타 비용을 고용주가 다 부담하며, 두 국가 모두 영어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차이가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