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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질병 혹은 상처로 인해 발생하더군요

by 이이진

https://youtu.be/R0 aBcnB5 n3 U? si=ezGoeilZx7 k33 QK-


저는 어려서부터 막연히 우울 증세가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우울증이었던 거랄까요), 청소년기 심각했었다가, 또 별 일 없이 잘 살다가, 안 좋은 일들을 지나치게 많이 겪으면서 (제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망상과 환청까지 동반하는 조현병으로까지 진행이 됐기 때문에, (현재는 많이 나아졌으나 정신과는 다니고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게 어떤 건지 아주 잘 아는 편입니다.


어려서부터 느꼈던 우울증을 일찍 치료받았더라면 조현장애까지 안 갔을까 생각할 때도 있는데, 제가 40대가 되기 전까진 우울증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도 치료받는 개념도 낯설었으므로, 그냥 가정만 하고 넘어갑니다. 반대로 너무 일찍 스스로를 정신병이 있다고 인정을 했더라면 사회생활도 일찍 포기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조사도 광범위하게 했던 덕분에, 배운 것도 많아서,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생각도 합니다. 왜 그렇게 극복을 하고자 했을까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제가 관찰하고, 경험하고, 자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울증은 크게 두 가지 경우입니다. 1) 뇌나 신체의 질병으로 인한 기질적인 우울과 2)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한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1) 질병 (뇌나 신체 호르몬의 감소 및 외모의 노화 포함)의 후유증으로 우울감에 빠지며, 진단되지 않거나 약 복용 혹은 수술 이후에도 이유 없는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우울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삶의 만족이 떨어지며 일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지는 등, 결국 수면에도 장애가 오면서, 우울감에 사로잡히는 겁니다. 주로 나이가 있는 분들이 걸리는 경향이 높죠. 경계성 인격 장애나 강박 장애, 이런 인격 장애를 질병 수준으로 가진 경우에도 우울증이 심하게 동반됩니다. ^^ 혹은 주변에 나르시시스트나 소시오패스가 있어서 끊임없이 자신감을 박탈하는 경우에도 우울감이 동반됩니다. 즉 어떻든 직간접적으로 질병에 의한 우울증인 겁니다.


2)의 경우는, 예를 들어 평생을 믿고 따르거나 희생한 사람의 배신이라거나, 끔찍한 범죄의 피해라거나, 반복적인 시도의 실패로 의지를 훼손당하는 경우, 극복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강하고 끔찍한 트라우마 (예로 들기도 어려운 수준 혹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자극),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나 연인 외에 동물인 경우도 있음)과의 돌이킬 수 없는 이별 등등에 노출된 경우에 발생합니다.


누구나 이런 일을 겪으면 극복하는 데 시간이 들고 그 과정에서 우울감을 동반할 수 있으나, 우울증까지 발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자신의 기존 가치관을 뿌리 채 흔들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강한 불신 혹은 절대적인 고독을 느끼게 하므로, 어떤 사람들은 극복에 어려움을 겪는 거죠. 극복했다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오거나 삶에 지치면 해당 기억이 도래하면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며 어떻게 해도 불행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인간 삶이라는 게 실패가 있으면 성공도 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막상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거든요. ^^;;;;;;;; 실패에 실패를 경험하면서 억눌렸던 비참함이 일상을 지배하는 겁니다.


1) 혹은 2)의 단계를 지나면 3) 사회적 고립이라는 순서에 이르게 되는데, 이 과정이 가장 위험한 우울증의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인 먹고, 자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자체도 거부 혹은 흥미를 완전하게 잃게 되며,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바뀌고 날짜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자체도 제대로 인지 되지 않아, 심지어 일부는 옷차림에도 문제가 발생하며, 대화도 지속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완벽하게 이러한 상태를 감추고 끝까지 사회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다가 터무니없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이런 분들도 추후 다시 보면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망상이나 이런 여러 조현 증세는 거의 나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우울증이 여전히 급격하게 치고 빠지기는 하기 때문에, 일단 우울하다 이럴 때는 새로운 정보를 뇌에 억지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관점과 집중점을 바꾸려고 합니다. 새로운 감각 중에는 언어도 있었고, 여러 시사나 다양한 사건들, 범죄도 있었고, 법률이나 인체 해부, 종교 등등 최근에는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 제 습성을 바꾸는데, 길거리 차량을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강렬해지면 자꾸 내부로만 침잠하고 모든 자극이 귀찮고 지나치게 비관적이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뇌에 계속 감각 자극을 주는 방식을 취해보니까 좀 나은 것도 같습니다. 물론 약은 복용하고 있습니다. ^^


만약 특별한 병적 증세도 없고 우울할 (실망할) 일도 없이 원인 모를 우울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주저 없이 병원에 가서 여러 신체 주기 검사나, 인격 장애 진단 검사를 받길 권하고 싶고, 정말 아무 원인이 없을까, 스스로 고찰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1)과 2)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어떤 분노나 원망, 섭섭함 또는 실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 혹은 그 일 때문에 우울을 겪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부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야 인지가 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일을 너무 부정하는 것보다는 실체를 힘들더라도 보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 밖에 뭔가 주변에 이상하게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쪼록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좀 힘을 내서 극복해 내면 좋겠습니다. 저도 매일 사투하면서 그 고통을 알기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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