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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하려 했지만 어려워요

by 이이진

https://youtu.be/PviC8 w6 Oryc? si=_E-TLfrfPAkjQgkL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트뿐만 아니라 유명 디자이너 업계 막내 디자이너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던데요. 저도 당시 시장(?)에서 유명하다는 브랜드에 들어갔을 때가 20년 전인데, 인턴 월급이 50 만원이었는데 저녁 7시에 공장 들어가서 샘플 가져오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게 다반사였던 상황이었고, 그나마 저는 좀 당시에도 반항적인(?) 편이라 <저녁 7시에 공장 들어가서 샘플 챙겨 오면 집에 가면 9시니까 다음 날 오전에는 출근하지 않겠다> 대꾸하고 그랬더니, 다음 날 회사에서 난리 나고 그랬습니다.


실장이라는 분이 공장 들어가서 <이 여성복 패턴을 남성복 패턴으로 그레이딩을 해 달라고 해라> 그러길래 공장 가서 그렇게 말했다가 진짜 공장 사장님한테 개망신당하고 (패션 하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해괴한 요구인지 알 겁니다 ^^;;;;;) 실장님 지시라 차마 말도 못 하고 그랬었어요. 리오더도 32장 이렇게 해 달라고 하니까 공장 사장님 맨날 인턴인 저한테만 옷 집어던지고 (리오더가 50장도 아니고 32장이 뭐냐! 이런 식으로 ^^;;;;;;) 중간에서 난감했었고요. 패션쇼 준비할 때는 매일 야간 근무고, 디자인 실컷 시키고, 통과는 전혀 안 되고 그렇죠. 여하튼 저도 회사에서 만만하게 굴진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으로서의 촘촘한 억울함이 있죠.


어떻든 그런 여러 해괴한 지시에 저도 좀 반항적으로 구니까 수습에서 당연히 잘렸고 ^^;;;;;; 인턴비도 못 받았어요. 근데 그때는 돈 못 받아도 그게 그냥 당연한 거다 이런 식????? 괜히 이런 거에 이의 제기 해봐야 업계에서 소문만 안 좋게 난다 뭐 그런? 여하튼 그렇게 회사 다니고 나니까 질려 가지고 바로 동대문에서 창업했는데, 직원 고용하는 것도 또 완전 다른 세계라 (직원끼리 카드 도난 사고 나는 등 난리 났었고), 지금은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의 입장에서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을 인지했다 보면 될 겁니다.


근데 심지어 얼마 전에 보니까 유명 디자이너인데 직원한테 여전히 10만 원인가? 인턴비로 주고 진짜 난리도 아니던데? 근데 그분 고소하면서 단체가 시위한다고 사진 사용했더니 그 사진작가가 시위대한테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해서 벌금 나오게 하고,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았더라고요. 그렇군요. 20년이 지나도 패션 이 쪽도 변한 게 거의 없군요.


생각해 보면 그래도 패션을 전공한 저도 50 만원을 월급으로 받던 시절이라 (그것도 주면 감사한 상황 ^^;;;;;) 당시 저도 판매 직원 월급을 75만 원을 주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고용을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매장이 이런 방식이었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근로 기준이나 이런 기초 지식이 너무 없어서 당했지만 역으로 저 또한 보장하지 못했던 걸 인정하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패션 밖으로 나와서 비영리 활동 하면서 패션 쪽이 상당히 법적으로 무법천지였네? 이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제가 패션 안에서만 살았더라면 어느 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되지 않았을까? 그래 놓고 뻔뻔하게 직원을 맞고소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요. 혹은 직원이 고의로 위반해도 뭘 모르지 않았을까? 이런? 업계의 관행이 싫다는 이유로 너무 무지한 채로 사장을 했다? 그렇게 봐야죠.


6년 전? 다시 디자인으로 전시할 때는 이 업계를 어떻게든 법적 틀 안으로 넣어 보고자 여기저기 기관에 봉제 디자인 관련 계약서 작성도 배워서 해보고, 일단 봉제 업체마다 일일이 서면 계약서 작성하면서 샘플 제작도 해봤는데, 이것도 업체들이 호응이 거의 없거나 거부하거나 그랬었던 터라, 참 난감한 부분은 있습니다. 봉제 업체 자체가 사업자 등록도 없이 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강남이나 연예인 관련 업체들은 부가세 신고도 하고 그래야 해서 사업자 등록을 하겠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든 의상을 제작하는 베이스가 중요하니까 일단 봉제 분야부터 어떻게든 제도화해보려고 했는데, 협회니 뭐니 다 거부하고, 거절하고, 연락 두절하고, 공모도 다 탈락시키고, 이렇다 보니까 저도 사실상 손을 놓은 지점이라서 (심지어 협회가 너무 연락이 안 되니까 제가 민원까지 넣고 그랬더라고요 ^^;;;;;), 이런 내용을 들으면 마음은 아픈데 너무 오래 거절을 당하다 보니까 저도 좀 지친 부분은 있습니다.


얼마 전 종로구 봉제 그쪽도 연락했는데 다 거절 혹은 연락 두절 비슷하게 당했고요. ^^;;;;;; 요즘엔 그나마 패션 관련 이런저런 플랫폼이 많이 생겼던데, 그래도 여전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모양이군요. 안타깝네요. 그런데 일단 패션이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어떤 보장도 받을 수가 있는 터라, 패션 여러 분야가 스스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끌고 가긴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큰 원단 업체들은 가능은 한데 또 저처럼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 상대를 안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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